오재일 2군행, 홍성흔·에반스 벼랑 끝 경쟁 시작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벼랑 끝 경쟁이다.

두산 1루수와 지명타자 경쟁에 얽힌 주요 선수는 4명이다. 오재일과 김재환은 입지가 탄탄하다.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둘렀다. 장타력과 찬스에서의 결정력을 과시했다. 오재일은 1루수비가 가장 안정적이다. 김재환은 좌익수 수비력을 장착, 활용가치를 높였다.

홍성흔과 에반스는 오재일과 김재환보다 입지가 좁다. 홍성흔은 지난해 부진하면서 풀타임 지명타자로서의 경쟁력을 상실했다. 더구나 올해 시범경기서 햄스트링에 부상, 개막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오재일, 김재환, 에반스와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할 기회를 놓쳤다. 홍성흔으로선 불운했다.

에반스는 외국인타자 특성상 개막전부터 꾸준히 주전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기용됐다. 그러나 부진이 이어졌다. 공격과 수비에서 오재일과 김재환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4월 25일 1군에서 말소됐다.

▲오재일 2군행

에반스가 1군에서 말소되면서 오재일이 1루수, 김재환이 좌익수 혹은 지명타자로 활용됐다. 두 사람이 동시에 대폭발하면서 교통정리가 끝나는 듯했다. 아니었다. 최주환이 타격부진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대신 홍성흔이 시즌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다. 그리고 오재일이 옆구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6일 2군에 내려가면서 에반스도 1군에 복귀했다.

결국 오재일이 잠시 2군에 내려가면서 홍성흔과 에반스에게 동시에 살아남을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김태형 감독은 오재일을 활용하지 못하자 김재환을 4번 1루수로 기용하고 있다. 결국 홍성흔과 에반스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지명타자다. 그러나 지명타자 자리는 하나다. 주전 1루수 오재일이 옆구리 치료를 마치고 1군에 올라오면 김재환이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결국 홍성흔이나 에반스 중 한 명은 2군에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홍성흔은 지명타자 외에는 다른 포지션을 소화할 수 없다. 에반스는 1루와 좌익수가 가능하지만, 국내선수들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결국 에반스와 홍성흔이 지금부터 오재일이 돌아올 때까지 벼랑 끝 경쟁을 펼친다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외국인타자 에반스가 좀 더 급하다. 또 다시 2군으로 내려가야 할 일이 생긴다면 퇴출에 무게가 실린다고 봐야 한다. 두산으로선 언제까지나 부진한 외국인타자를 안고 갈 수는 없다. 물론 두산 내부적으로 에반스 교체 움직임이 감지되지는 않는다. 홍성흔 역시 올해가 계약 마지막 시즌이라 절실한 건 마찬가지다.

▲홍성흔의 반격, 에반스는

오재일이 빠지면서 홍성흔이 지명타자로 먼저 기회를 얻고 있다. 1군에 올라온 뒤 대타와 지명타자 선발출전을 번갈아 한다. 성적은 괜찮다. 14타수 5안타 타율 0.357 3타점 2득점. 시즌 첫 선발 출전한 5일 LG전서 3안타를 날렸다. 타구의 질도 괜찮다. 안타 모두 잘 맞은 타구였다. 그동안 절치부심했다. 볼 살이 쏙 빠졌다. 김 감독은 "작년에 다소 불어있었다. 정상 무게로 돌아온 듯하다"라고 했다. 홍성흔으로선 제한된 기회를 살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두산의 고민은 에반스다. 6일 복귀전서 대타로 8회에 등장, 좌익수 뜬공을 쳤다. 두 차례나 헛스윙을 하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닌 듯했다. 분명 김 감독도 에반스에게 선발 지명타자 혹은 1루수로 기회를 줄 것이다. 에반스는 그때 인상적인 모습을 남겨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오재일이나 또 다른 지명타자 요원 최주환이 1군에 복귀할 때 급격히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

시즌 초반 호조를 보이는 김재환이나 1군 복귀 후 주전으로 나설 오재일이 언젠가 한번쯤 타격슬럼프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은 풀타임 주전 경험이 없다. 그때 홍성흔과 에반스가 적절히 기회를 얻으며 입지를 넓힐 수는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 1군에서 버티는 게 현실적이고 우선적인 과제다.

[홍성흔(위), 에반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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