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타자 트렌드 변화조짐과 흥미로운 경쟁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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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 시즌 외국인타자 구성이 사실상 완료됐다.

에릭 테임즈(NC) 앤디 마르테(KT) 브렛 필(KIA) 짐 아두치(롯데) 루이스 히메네스(LG)는 재계약에 성공했다. 새 얼굴들도 윤곽이 드러났다. 윌린 로사리오(한화) 아롬 발디리스(삼성) 헥터 고메즈(SK) 대니 돈(넥센)이 주인공들. 아직 계약을 완료하지 않은 두산도 닉 에반스 영입이 사실상 확정적이고, 막판 세부조율 중이다.

올 시즌 외국인타자는 정확히 5명이 KBO리그 경력자, 5명이 뉴 페이스다. 올 시즌 각 팀 성적을 떠나 이들의 타격은 KBO리그 흥행, 한국야구의 경쟁력 등 많은 요소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사다. 모두 각 팀의 간판타자로 뛸 게 확실시되면서 자존심 싸움에도 불이 붙었다.

▲젊어지고 비싸졌다

미국 NBC 스포츠는 23일(한국시각) "로사리오가 일본이 아닌 한국 구단과 계약한 것에 의구심이 든다. 로사리오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수준이 된다. 한국은 미국 선수들이 마지막 커리어를 쌓는 리그"라고 보도했다. 로사리오는 최근 한화와 130만달러에 계약, 화제를 모았다.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로사리오는 만 27세의 젊은 포수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콜로라도에서 뛰었다. 2015년에는 87경기서 타율 0.268 6홈런 29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1~2년 다소 부진하면서 지난해 11월 콜로라도에서 지명할당 되긴 했지만, 한화는 사실상 현역 메이저리거를 영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선이 공식적으로 폐지되면서, KBO리그에 들어오는 외국인선수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몸값은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선수들의 나이도 조금씩 젊어지고 있다. 1~2년 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40인 로스터와 마이너리그 경계에서 애매한 입지일 때 국내구단들로부터 적극적으로 러브 콜을 받으면 한국으로 건너오는 트렌드가 형성됐다.

물론 아직까지는 외국인타자보다는 외국인투수에게 그런 경향이 좀 더 심하다. 10인의 외국인타자들 중 몸값 100만달러를 넘는 선수는 로사리오와 테임즈(150만달러)뿐이다. 그러나 발디리스(95만달러), 필(90만달러)의 경우 올 시즌 맹활약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KBO리그에서 뛴다면 100만달러 이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연령을 봐도 마르테와 발디리스가 33세로 가장 많고, 로사리오를 비롯해 고메즈와 히메네스는 아직 28세다. 35세 이상 노장 타자도 없고, 70만달러 이하의 선수도 고메즈(65만달러)가 유일하다. 한 야구관계자는 "결국 외국인타자도 외국인투수처럼 점점 비싸지고, 젊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외국인선수 농사를 잘 짓는 게 좋은 성적의 지름길이라는 게 이미 증명됐다. 몸값 상한선이 폐지된 뒤 고액을 쏟아 붓는 건 일종의 투자라는 게 구단들의 생각이다.

▲1인자 테임즈 누가 위협할까

외국인타자 10명의 경쟁구도는 흥미롭다. 터줏대감 5인과 뉴 페이스 5명의 올 시즌 성적으로 구단들의 선택이 평가 받는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년간 1인자로 군림했던 테임즈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타자가 나올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만약 테임즈를 무너뜨릴 타자가 나온다면 그가 기존 외국인타자인지, 뉴 페이스인지도 관전포인트다.

경력만 놓고 보면 역시 로사리오가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서 최근 1~2년간 주춤했지만, 평균적인 투수 수준이 메이저리그보다 떨어지는 KBO리그서는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화도 그걸 기대하고 데려온 것이다. 일본 야구를 오래 경험한 발디리스는 복병이다. 수비력 검증도 끝났다는 점에서 타격만 기대만큼 해낼 경우 기존 터줏대감들의 아성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 고메즈 역시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서 뛰었고, 내야수로서 제2의 야마이코 나바로가 될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돈은 상대적으로 메이저리그 경험이 빈약하지만, 정확성과 클러치능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후문. 두산과의 계약이 임박한 닉 에반스 역시 두산이 꾸준히 지켜봤던 자원이다.

기존 외국인타자들이 KBO리그 적응을 바탕으로 더 좋은 성적을 올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테임즈는 물론, 일본으로 건너간 나바로 역시 1년차보다 2년차에 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마르테, 아두치, 히메네스는 2년차다. 상대 팀들도 그들을 분석했지만, 그들 역시 KBO리그 투수들 분석이 끝난 상태다. 3년차를 맞이하는 필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또 다른 야구관계자는 "테임즈가 최고 외국인타자 지위를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을 정도로 좋은 타자가 많다"라고 평가했다.

이런 환경은 테임즈에게도 긍정적이다. 최고 외국인타자 타이틀을 지키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과 KBO리그 최고타자를 놓고 다퉜던 박병호(미네소타)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상황. 강력하고 잠재력 높은 외국인타자들의 출현이 테임즈 대폭발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위에서부터 테임즈, 로사리오, 마르테, 필, 아두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AFPBBNEWS]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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