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드래프트 그 후, 부작용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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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과연 이대로 좋은가.

KBO리그 2차 드래프트가 27일 진행됐다. 10개 구단 모두 패스 없이 3명씩 선발, 총 30명이 새 소속팀을 찾았다. 그런데 2011년, 2013년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된 2차 드래프트의 진정한 의미가 약간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2차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의 룰5드래프트를 본 딴 제도다. 룰5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에 진입하지 못한 유망주들이 팀 내 역학관계에 따라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러 있는 경우 새 둥지를 찾을 수 있게 배려하는 제도. 룰5 드래프트 대상자는 마이너리그에 3년 이상 머문 선수들 중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단 한번도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이다. 시즌 성적 역순으로 드래프트를 지명하며, 차등화된 보상금을 내줘야 한다. 그리고 룰5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해당 선수를 부상자명단을 제외하고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경기출전 가능한 명단)에 90일 이상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해당 선수를 전 소속구단에 돌려줘야 한다.

반면 KBO리그 2차 드래프트는 연차, 1~2군에 관계없이 구단들이 작성한 40인 보호선수 외의 모든 선수가 대상자. 역시 성적 역순으로 지명하며, 1~3라운드 보상금(3억원, 2억원, 1억원)을 차등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룰5드래프트와는 달리 격년제로 실시한다. 그리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해당 선수를 특정기간 1군에 무조건 등록할 의무도 없고, 전 소속구단에 돌려주지도 않는다.

▲의미 반감

3회 시행 결과, 2차 드래프트의 의미가 퇴색된 느낌이 있다. 구단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게 신인과 저연차 유출. 프로야구 현실상 고졸 신인은 물론, 최근에는 대졸 신인들도 1군에 곧바로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 신인을 어쩔 수 없이 2군에서 키워야 할 시간이 필요한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신인들과 2~3년차 유망주들을 타 구단에 빼앗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40인 보호선수 대상에 FA, 외국인선수, 임의탈퇴선수, 군 보류선수 등이 제외되지만, 그래도 주전과 전성기가 지나지 않은 1.5군급 선수들을 대다수 보호하면 어쩔 수 없이 저연차 일부는 보호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하소연. 한 관계자는 "신인들과 저연차들은 구단들의 장기적 계획 속에서 기용된다. 그런데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내주면 신인 육성 정책이 흔들린다. 신인드래프트 의미도 퇴색된다"라고 아쉬워했다. 이번 2차 드래프트서도 올 시즌 각 구단에 지명됐던 5명의 신인이 팀을 옮겼다.

2차 드래프트가 엔트리 정리정돈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각 팀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저연차들의 이동 무대가 돼야 하는데, 방출 혹은 트레이드가 껄끄러운 베테랑들이 팀을 옮긴 케이스도 적지 않았다. 사실 구단들 입장에선 검증되지 않은 저연차들보다 값싼 보상금에 베테랑을 영입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몇십 억이 오가는 FA 시장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번에도 이진영이 LG에서 KT로 옮겨 화제가 됐다. 다만, 일각에선 "인재가 적은 KBO리그 특성상 세대교체가 쉽지 않아 인위적인 리빌딩이 필요한 구단 사정도 이해해야 한다. 어차피 40인 보호명단을 짜다 보면 신인이든 베테랑이든 과감히 포기해야 할 부분이 생긴다"라는 지적도 있다.

▲대안은

KBO는 2차 드래프트 제도를 유지하되, 보완할 뜻을 갖고 있다. 다음 2차 드래프트가 2017년에 열리는 만큼, 깊게 논의할 시간이 있다. 맹점은 막고, 제도의 본질은 명확히 살려야 한다. 대부분 구단이 신인 및 저연차들을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는 장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인 및 저연차들을 자동 보호시키면 2차 드래프트서 뽑을 선수가 줄어드는 맹점도 있다. 제도 취지 자체가 희미해질 수 있다는 의미. 그렇다면 2차 드래프트를 2년이 아닌 3~4년에 한번씩 개최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보통 신인들의 가능성과 비전은 3~4년 정도 써보면 확실히 보인다는 게 지도자들의 견해. 2차 드래프트의 시행 간격이 커지면 구단들은 신인들을 충분히 육성한 뒤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그들을 다시 판단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2차드래프트 격년제 실시를 고수한다면, 보호선수를 40인에서 조금 더 늘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밖에 구단이 자동 보호할 수 있는 선수의 수를 연차별로 차등 선정하거나, 보상금액을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KBO 로고(위), 야구장 전경(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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