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일본은 얄밉지만 오타니는 부러웠다

[마이데일리 = 일본 도쿄 윤욱재 기자] 프리미어 12가 끝났다. 결과는 한국의 우승이었다. 메이저리거들이 출전하지 않아 '반쪽짜리 대회'라는 오명도 있었지만 빅리거를 뺀 '최정예'를 내세운 '우승 후보' 일본을 제치고 챔피언 자리에 오른 것은 한국 야구의 저력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또한 우승을 위해 경기 일정을 입맛대로 고르는 등 '꼼수'를 총동원한 일본이기에 그 통쾌함은 배가됐다. 미치도록 얄미웠던 일본은 결국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일본은 얄미웠지만 한 가지 부러운 것이 있었다. 바로 그들의 '에이스'였다.

우승을 목표로 한 일본은 그들의 '난적'인 한국을 꺾기 위해 개막전과 준결승전에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21)를 연달아 투입했다.

오타니는 강력했다. 개막전에서는 161km를 전광판에 새기며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더니 147km까지 나온 포크볼을 앞세워 한국 타자들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한번 경험했으니 다음엔 나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준결승전에서 만난 오타니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160km 강속구만 5번을 던졌고 포크볼에 슬라이더까지 던지며 한국 타자들을 괴롭혔다. 7회까지 삼진 11개를 잡으면서 무실점으로 막는 동안 그가 던진 공은 85개에 불과했다. 한국은 오타니가 물러나고 9회초 4-3으로 역전해 결승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오타니가 9회까지 던졌다면 대역전극을 해냈을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젊고 위력적인 오타니를 만난 것일지도 모른다. 올해 퍼시픽리그에서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1위에 오른 그의 나이는 고작 21세. 힘과 영리함을 갖춘 그의 투구는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에 가도 통한다"는 평가가 헛된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일본에 오타니 같은 선수가 있다는 사실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김인식 한국 대표팀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후 "국제대회에 나올 때 마다 상대방 투수들을 보며 많이 느낀다. 그 빠른 공과 변화구들을 보면 많이 부럽다"라면서 "우리는 투수들이 짧게 던져서 위기를 면하고 있지만 선발투수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정말 우리는 오타니 같은 투수를 가질 수 없는 것일까. 김 감독은 우리도 연구하고 노력하면 '한국의 오타니'를 탄생시킬 수 있을 수 있음을 말한다.

김 감독은 개막전에서 오타니에게 힘 한번 못 쓰고 물러난 뒤 '우리는 왜 오타니 같은 선수가 없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리틀야구를 가끔 보면 굉장히 잘 하는 선수들이 많다. 일본도 리틀야구에서는 한국한테는 쉽게 못 이긴다. 그런데 왜 굉장히 잘 하던 어린 선수가 사라지는지 한번 연구를 해봐야 한다"라면서 "소질 있는 어린 선수들이 장학 제도를 통해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그 방향을 제시했다.

프리미어 12는 우리에게 우승이란 영광을 안겼지만 돌이켜보면 미래를 위한 과제 역시 남긴 대회였다. 오타니를 보면서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국내 아마추어 야구의 시스템을 재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우리가 보고 느낀 것은 많은데 달라지지 않으면 그 의미는 사라진다.

[오타니 쇼헤이가 19일 오후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진행된 야구 국가대향전 '프리미어 12' 대한민국 vs 일본의 준결승 경기 7회초 무사1루서 삼진2개와 땅볼로 이닝을 마무리 한 뒤 포효 하고 있다. 사진 = 일본 도쿄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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