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두산 상식파괴, 투혼과 각성 그리고 5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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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결국 5차전까지 왔다.

두산이 이번 포스트시즌서 보여준 모습은 '상식 파괴' 그 자체다.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 5.02로 7위였다. 선발진은 리그 최강급이었지만, 불펜은 리그 최약체(5.41, 9위). 극심한 언밸런스에도 선발과 타선, 수비가 조금씩 그 약점을 메웠다. 결국 시즌 막판 6연패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다. 일반적으로 마운드가 허약하면 가을야구를 하기 힘들다는 상식을 파괴했다.

두산의 상식파괴는 포스트시즌으로 이어졌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통과했다. 4차전을 제외하고는 타선이 터지지 않았지만, 의외로 마운드가 버텨냈다. 그런데 2승2패로 맞선 NC와의 플레이오프서는 또 약간 다른 양상. 불펜은 오락가락하지만, 타선과 선발진의 적절한 조화가 돋보인다. 그런데 1~4차전 타선과 선발진의 조화는 극적이었다.

▲투혼

두산은 3차전서 2-16으로 대패했다. 불펜이 무너지면서 16실점한 게 결정타. 하지만, 타선도 3안타에 그치며 빈타를 드러냈다. 특히 5번타자이자 주전포수 양의지의 부상 공백이 컸다. 양의지는 2차전서 수비 도중 나성범의 파울 타구에 오른쪽 발톱에 부상했다. 휴식일과 3차전날 연이어 쉬었지만, 미세하게 금이 갔다. 양의지가 빠지면서 백업 포수가 사라졌다. 지명타자 홍성흔이 백업포수로 대기하기 위해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결국 5~9번 하위타선이 약화됐다. 이 공백은 컸다.

이틀 쉬었던 양의지는 4차전에 정상 출전했다. 걸음이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투혼을 발휘하며 9이닝을 소화했다. 타석에서도 2안타로 맹활약했다. 양의지가 돌아오면서 홍성흔도 정상적으로 라인업에 들어갔다. 하위타선이 단단해진 두산은 NC에 완승했다. 경기 후 양의지가 맞는 진통제 대신 먹는 진통제를 선택, 부상 위험을 최소화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5차전도 무조건 나간다"라며 또 한번 투혼을 불살랐다.

양의지뿐 아니다. 3차전 선발포수 최재훈도 경기 중 복사뼈 부상을 입었으나 내색하지 않고 1경기를 온전히 소화했다. 사실 김현수, 민병헌 등 주전 타자들도 1년 내내 크고 작은 잔부상을 안고 플레이오프까지 왔다. 하지만, 별 다른 내색을 하지 않는다. 포스트시즌이니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주전 타자들의 투혼이 두산의 경기력에 플러스 효과를 미치는 건 분명하다. 승부처에서 극적으로 점수를 따내는 과정에선 이들의 분전이 돋보였다. 민병헌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부진 후 자진해서 특타를 소화했다. 김현수 역시 플레이오프 4차전 직전 타격훈련 량을 늘려 재미를 봤다.

▲각성

더스틴 니퍼트의 포스트시즌 각성은 놀랍다. 두산이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온 일등공신. 이번 포스트시즌 3경기서 23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0.78로 분투 중이다. 올 시즌 골반, 어깨, 서혜부 부상으로 고생했던 니퍼트는 시즌 막판 3경기서 급상승세를 탔다. 본인의 꾸준한 노력, 구단의 특급 지원으로 건강을 되찾으면서 구위가 전성기 수준으로 올라왔다.

니퍼트의 팀을 위하는 마인드도 한 몫 한다. 18일 플레이오프 1차전서 114구로 9이닝 완투완봉승을 거뒀다. 상식적으로 22일 4차전 선발 등판이 불가능했다. 최근 포스트시즌 3선발제는 사장되는 분위기. 완급조절이 쉽지 않은 포스트시즌 특성상 선발투수의 에너지 소모가 정규시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3일 휴식 후 구위가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 하지만, 니퍼트는 22일 4차전서도 NC 타선을 압도했다. 직구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공격적인 피칭으로 투구수를 줄여 7이닝을 버텨냈다. 그는 "3차전 후 투수코치와 얘기를 나눴다. 몸 상태가 좋아서 만약(4차전 등판, 본래 5차전 선발 예정이었다)에 대비했다"라고 털어놨다.

두산으로선 1승2패로 밀린 상황서 5차전이 의미 없었다. 니퍼트도 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시즌 막판 서혜부 부상으로 이탈한 뒤 피 말리는 순위싸움 중인 팀을 위해 일시 불펜 외도도 OK했다. 팀에도 도움이 되고, 본인의 컨디션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했다. 확실히 국내에 드문 외국인선수다. 팀 퍼스트 정신과 엄청난 각성이 포스트시즌 맹활약으로 이어졌다. 이밖에 정규시즌, 포스트시즌서 대패 후 자주 승리하는 패턴도 선수들의 남다른 각성이 돋보인 결과였다.

▲운명의 5차전

타선, 마운드의 언밸런스를 안고도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왔다. 갖고 있는 전력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제 5차전이다. 장원준이 선발로 나선다. NC는 재크 스튜어트. 두산 타선은 2차전서 스튜어트에게 오재원의 솔로포를 제외하곤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스튜어트의 강속구과 빠른 템포의 투구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경기 도중 양의지의 교체 아웃도 타격이 컸다. 타자들의 투혼과 각성이 또 한번 필요한 시점. 다만, 4차전서 NC 필승계투조를 상대로 추가점을 뽑은 건 승리 이상의 수확이었다.

마운드는 4차전부터 사실상 보직이 파괴됐다. 4차전서 니퍼트가 조기에 무너졌다면, 이현승이 경기 중반 많은 이닝을 소화했을 가능성이 컸다. 중간계투들보다 이현승의 구위와 경험이 더 믿음직스럽기 때문. 5차전도 마찬가지. 끝장승부다. 보직에 관계없이 컨디션 좋은 투수들이 우선 등판할 가능성이 크다.

돌아보면 두산은 전통적으로 극적인 승부에서 강했다.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을 갖고 있다. 극심한 피로 속에서도 절체절명의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수 차례 "선수들이 잘 해주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자신의 작전보다도 선수들이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뜻. 김 감독의 바람대로 그 어떤 경기보다도 선수들이 잘해야 하는 5차전이 다가왔다. 두산이 2년만에 한국시리즈 복귀를 노린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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