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포수 홍성흔' 두산이 결코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양의지는 결국 플레이오프 3차전서 결장했다.

김태형 감독은 3차전 직전 "의지는 (출전이)힘들다"라고 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양의지 본인은 진통제라도 맞고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2차전서 발톱 부상을 입은 뒤 하루를 온전히 쉬었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3차전 패배 직후 "의지의 4차전 출전은 내일(22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했다. 4차전 출전도 불투명하다는 의미.

백업포수 최재훈이 3차전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지명타자 홍성흔이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두산은 이번 포스트시즌서 포수를 양의지, 최재훈 2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양의지가 출전하지 못하면서 두산은 백업포수 없이 3차전을 운영했다. 결국 2008년 4월 30일 잠실 SK전 이후 포수 마스크를 써 본적이 없는 홍성흔이 경기 전 포수 대비 훈련까지 받았다. 홍성흔이 선발라인업에서 빠진 건 백업포수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최재훈의 투혼과 홍성흔의 현실

3차전서 '포수 홍성흔'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짚어볼 건 최재훈이 투혼을 발휘했다는 점. 3회초 김태군 타석이었다. 최재훈은 노경은의 원 바운드 투구를 포구하지 못했다. 대신 공은 최재훈의 발에 맞고 굴절됐다. 최재훈은 한 동안 괴로워했다. 이때 홍성흔이 불펜에서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몸까지 풀었다. 하지만, 최재훈은 9회말까지 정상적으로 한 경기를 소화했다.

최재훈이 투혼을 발휘한 건 일단 자신마저 뛰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절박한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선배 홍성흔에게 포수에 대한 부담을 주기 싫었을 것이다. 그리고 최재훈의 투혼은 양의지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서 '포수 홍성흔'에 대한 두산 벤치의 믿음이 떨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홍성흔이 마지막으로 포수로 출전한 건 2008년 4월 30일 잠실 KIA전이었다. 롯데로 이적하기도 전이었다. 심지어 포스트시즌서는 2005년 10월 19일 한국시리즈 잠실 삼성전이 포수로서의 마지막 출전이었다.

그동안 홍성흔은 포수 훈련을 거의 받지 않았다. 포수로서의 감각이 완전히 떨어진 상태. 최근 두산 투수들과 타 팀 타자들에 대한 세밀한 특성과 데이터가 없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매 순간이 절체절명인 포스트시즌. 김 감독은 3차전 직전 "최악의 경우 성흔이가 포수로 나간다"라고 했다. 말 그대로 '최악'일 때를 제외하고는 '포수 홍성흔'을 보기 어렵다. 두산이 이벤트로 뭔가를 보여줄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22일 플레이오프 4차전마저 내주면 올 시즌을 접는다.

다만, 최재훈이 3차전 3회에 괴로워하자 홍성흔이 곧바로 마스크를 쓰고 공을 받기 시작한 건 인상적이었다. 과연 벤치에서 먼저 지시했던 것일까. 베테랑이자 팀내 최고참이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양의지의 행보

현 시점에선 양의지의 몸 상태가 급격히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양의지가 4차전 출전을 자청한다면 포수 홍성흔을 볼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진다. 양의지가 투혼을 발휘, 최재훈 백업으로 벤치에 대기한다면 홍성흔은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하는 게 오히려 낫다. 두산 타선은 2~3차전서 꽉 막혔다. 4차전서 어떻게든 물꼬를 트려면 홍성흔을 예비 포수로 벤치에 대기시키는 것보다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시키는 게 효율적이다.

결국 양의지의 몸 상태와는 별개로 홍성흔의 4차전 포수 출전 가능성은 낮다. 물론 3차전서 부상한 최재훈의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고 양의지의 발톱이 차도가 없다면 홍성흔이 극적으로 포수로 선발 출전할 가능성이 남아있긴 하다. 만약 홍성흔이 포수 마스크를 쓴다면 두산은 벼랑 끝에서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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