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김동광호, 亞선수권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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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동광호는 불안하다.

지난 21일 2015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중국 후난성 장사로 출국했다. 대회는 23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린다. 우승국가에 내년 리우올림픽 티켓이 주어진다. 2~3위 국가에 내년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티켓이 주어진다.

김동광호의 일정은 험난하다. 이날 오후 5시45분(이하 한국시각) 요르단과 C조 예선 1차전을 갖는다. 24일 오후 8시30분 중국과 2차전, 25일 낮 12시45분 싱가포르와 3차전을 갖는다. 귀화선수가 가세한 요르단, 세대교체를 완성한 중국 모두 만만찮다. 조 3위까지 12개국이 2개조로 나뉘어 치르는 12강 리그에 오른다. 조별리그 성적을 안고 3경기를 더 치른다. 그 결과를 토대로 결선 8강 토너먼트 대진이 결정된다. 일단 예선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 12강 리그서도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12강 리그서도 좋은 성적으로 결선 8강 토너먼트에 올라가야 이란, 필리핀, 중국 등 강호들을 최대한 늦게 만날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현 시점에서 큰 의미는 없다. 이미 한국보다 강한 국가들이 너무 많다. 김동광호로선 매 경기 결승전이다.)

▲전력약화+미흡한 준비

최근 FIBA는 각국의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성적을 예상했다. 한국은 무려 9위였다. 한국의 이 대회 역대 최악의 성적은 2009년 텐진 대회의 7위. FIBA는 한국보다 랭킹이 낮은 몇몇 국가들이 한국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FIBA가 그 정도로 한국의 사정을 좋지 않게 본 것이다. (최근 승부조작과 불법도박, 대표팀 운영 난맥상 등을 모두 파악했다는 증거.)

한국으로선 딱히 반박할 여지가 없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전력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때보다 약화됐다. 김주성, 문태종이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김선형이 불법도박 파문으로 중도 하차했다. 하승진과 윤호영도 부상으로 빠졌다. 여기에 성인대표팀 경험이 부족한 이승현 이종현 문성곤 최준용 등이 가세했다. 최근 몇 년을 통틀어 최약체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걱정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과연 대표팀이 객관적 전력의 약세를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윌리엄존스컵, 국내 연습경기서 한국이 추구하려는 농구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가장 불안하다. 지난 2년간 대표팀을 이끌었던 유재학 감독은 '압박과 함정'이라는 분명한 컨셉트에 따라 조직력을 다졌다. 그리고 개개인의 부족한 테크닉(예를 들어 2대2 수비를 할 때 빅맨의 외곽수비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김 감독의 농구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표팀은 출범부터 삐걱거렸다. KBL은 스포츠토토 지원금 분배방식 변경으로 대표팀 지원을 중단했다. 자체 예산이 많지 않고 국제적 감각이 떨어지는 대한농구협회는 대표팀을 먹여 살릴 능력 자체가 떨어졌다. 결국 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불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을 허비했다. (애당초 프로 감독 겸임은 불가능했다.) 대표팀 지원스태프와 선수단 구성, 훈련 스케줄 등 대표팀 운영을 위해 필요한 다른 모든 부분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7월 20일이 돼서야 대표팀이 처음으로 진천선수촌에 소집됐다. 윌리엄존스컵에 참가했지만, 프로아마최강전, 대학리그, 정기전 등 각종 국내대회에 선수들을 자주 차출하면서 밀도 높은 훈련이 진행되지 못했다. 대표팀 운영에 대한 원칙이 사실상 없다. 전력분석원(이창수 코치)관은 뒤늦게 선임됐다. 김 감독은 일주일 전 "요르단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라고 답답해했다. 이런 상황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컨셉트는

김동광 감독은 취임 직후 "유재학 감독이 해왔던 틀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시간이 부족했고, 대표팀 구성 자체가 유재학호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대표팀 연령은 낮아졌다. 현 대표팀에서 유 감독 농구를 명확히 기억하고 이행할 수 있는 선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일부는 여전히 기존의 문제점들을 연습경기와 윌리엄존스컵서 답습했다. (예를 들어 파워가 약하고 포스트업 능력이 떨어지는 이종현은 대만, 일본 빅맨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일단 목표는 4강"이라고 했다. 준결승전에 오른 뒤, 최소한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티켓을 획득하겠다는 계산. 상식적으로 4강에 들어가려면 중국, 이란, 필리핀 등 아시아 최강자들을 최소 1~2차례 이상 꺾을 수 있는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윌리엄존스컵서 드러났던 엉성한 수비조직력으로는 희망이 없다. 외곽에서의 압박은 물론, 지역방어의 균일성도 떨어졌다. 물론 대표팀 소집 후 2주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귀국 후 상무와 대학 팀들을 상대로 조직력을 끌어올렸는지는 의문. 부실한 2대2 수비가 극적으로 향상됐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김 감독은 일주일 전 통화서 "선수들이 KBL 파울 콜에 길들여졌다. 상대 선수와 강하게 부딪히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공격에서도 돌파구가 마련됐는지 궁금하다. 최근 한국남녀대표팀은 의외로 국제대회서 수비보다 공격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기본적으로 공격에 필요한 각종 테크닉(드리블, 스텝 등)이 부족한데다 파워를 앞세운 거친 상대의 수비에 부담을 느껴 급격한 체력저하에 시달렸기 때문. 월드컵은 물론, 지난해 아시안게임서도 필리핀, 이란 가드진의 저돌적인 마크에 크게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김종규, 이종현이 있지만, 제공권서 우세하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 속공 외에 세트오펜스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만큼 승률은 떨어진다.

한국이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서 우승했던 마지막 해는 1997년(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당시 서장훈과 현주엽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전희철의 맹활약, 일본과의 결승전서 김승기의 깜짝 활약 등이 있었다. 김 감독도 당시 코치로 대표팀을 지도했다.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대표팀은 희생정신이 대단했다. 하지만, 18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현재 대표팀 운영 시스템 속에선 선수들에게 무작정 정신력만을 바라는 것도 무리다. 지금 김동광호에는 확실한 무기가 필요하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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