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는 '기쁨' 이바노비치는 '슬픔' [안경남의 풋볼뷰]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바르셀로나에서 온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환상적인 데뷔전을 치르며 첼시에 올 시즌 첫 승리를 선사했다. 한 경기 만으로 페드로의 프리미어리그 적응을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지만 이날 최고의 선수로 페드로를 꼽는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반면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는 또 한 번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스완지시티전에선 제퍼슨 몬테로에게 망신을 당했고 맨체스터 시티전에선 라임 스털링에게 무너졌다. 그리고 이날도 2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포메이션 l WBA 4-1-4-1 vs 첼시 4-2-3-1

토니 풀리스 감독은 수비적인 밸런스를 위해 포백 수비 앞에 아르헨티나 출신의 홀딩맨 클라우디오 야콥을 배치한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좌우 측면에는 발 빠른 칼럼 맥마나만과 제임스 맥클린이 포진했다. 그리고 왼발 킥이 날카로운 크리스 브런트는 왼쪽 풀백에 자리했다. 또 최전방에는 올 여름 구단 최고 이적료로 영입한 살로몬 론돈이 위치했다.

WBA 4-1-4-1 : 마이힐 – 도슨, 맥얼리, 올슨, 브런트 – 야콥 – 모리슨, 플레쳐, 맥클린, 맥마나만 – 론돈

주제 무리뉴 감독은 주포메이션인 4-2-3-1을 유지하면서 포백과 공격 2선에 변화를 줬다. 코뼈 부상 중인 게리 케이힐을 벤치에 앉히고 커트 주마를 존 테리의 짝으로 선택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쟁에서 가로 챈 바르셀로나 출신 페드로는 오른쪽 날개로 데뷔전에 나섰다. 그리고 오스카가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윌리안은 우측에서 중앙으로 이동했다.

첼시 4-2-3-1 : 쿠르투아 – 이바노비치, 주마, 테리, 아스필리쿠에타 – 마티치, 파브레가스 – 윌리안, 페드로, 아자르 – 코스타

전반전 l ‘바르셀로나 출신’ 페드로 임팩트

WBA가 전반14분 찾아온 페널티킥 기회를 놓치자 6분 뒤 첼시가 선제골을 기록했다. 페드로가 아자르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WBA 골문 하단 구석을 갈랐다.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환상적인 출발이다. 동시에 바르셀로나 출신 페드로의 장점이 빛난 장면이기도 했다. 페드로는 하프라인에서 직접 볼을 운반한 뒤 좁은 지역에서 바르셀로나식 짧은 패스를 통해 WBA의 수비 정문을 열었다. 사실상 아자르만 가능했던 밀집 돌파가 페드로의 가세로 더 다양해진 것이다. 전반 30분, 이번에는 페드로가 스피드를 보여줬다. 역습 상황에서 윌리안을 거쳐 페드로의 낮은 슈팅성 크로스가 디에고 코스타의 마무리로 이어졌다. 확실히 페드로의 가세와 윌리안의 중앙 이동으로 첼시는 역습시 스피드가 향상됐다. 윌리안은 오스카보다 빠르고 페드로는 보다 직선적이다. 둘의 시너지 효과가 첼시의 속도를 높였다.

이바노비치 l 첼시의 구멍이 된 사나이

첼시 팬들에게 페드로가 ‘기쁨’을 줬다면 이바노비치는 ‘슬픔’을 줬다. 불과 한 시즌 전만 해도 이바노비치는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오른쪽 풀백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첼시의 구멍이 됐다. 일부 전문가들이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의 우측 이동을 주장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WBA전에서도 이바노비치는 실점의 모든 빌미가 됐다. 2-0으로 기분 좋게 앞서고 있던 전반 35분 맥클린이 이바노비치를 스피드로 따돌린 뒤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이 론돈의 멋진 도움을 통해 제임스 모리슨의 추격골로 연결됐다. 후반 14분 모리슨의 두 번째 득점도 첼시의 우측에서 나왔다. WBA는 의도적으로 이바노비치를 공략했다. 왼쪽 풀백 브런트는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고 맥클린은 물론 오른쪽에 있던 맥마나만까지 이바노비치가 있는 위치로 자주 이동했다. 실점 장면을 복기해보자. 맥마나만과 브런트 둘이서 이바노비치를 상대했다. 두 가지 문제였다. 페드로의 수비 도움이 소극적이었고 이바노비치의 압박도 적극적이지 못했다. 접근할 경우 돌파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

숫자도 이를 증명한다. 이날 이바노비치는 크로스(0/1), 태클(0/1), 가로채기(0개), 클리어(0/1), 헤딩 클리어(0/0), 공중볼 싸움(0/0)이었다. 반면 지난 해 11월 23일 열린 첼시-WBA의 경기에서 이바노비치는 크로스(0/4), 태클(1/2), 클리어(6/6), 헤딩 클리어(5/5), 공중볼 싸움(3/3)이었다. 10개월전 이바노비치는 수비적으로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구멍이 됐다.

후반전 l 테리의 퇴장으로 위기에 빠지다

후반 최대 변수는 테리의 퇴장이었다. 후반 9분 만에 테리가 론돈과의 경합 과정에서 손을 사용했다는 주심의 판단으로 퇴장을 당했다. 무리뉴 감독은 즉각 변화를 줬다. 윌리안을 불러들이고 케이힐을 투입하며 수비 숫자를 유지했다. 포메이션은 수비시에는 4-4-1이 됐고 공격시에는 페드로, 아자르, 코스타가 전진했다.

WBA는 테리 퇴장 5분 만에 모리슨의 백헤딩 득점으로 2-3을 만들며 첼시를 더욱 압박했다. 하지만 이후 변화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맥클린 대신 들어간 리키 램버트는 공격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램버트를 통해 제공권에서 우위를 가지려 했지만 오히려 첼시를 도와준 꼴이 됐다. 이날 첼시의 약점이 이바노비치였던 점을 감안하면 램버트보다 세르지 나브리를 먼저 투입해야 했다. 맥마나만이 이바노비치를 완벽히 속인 뒤 슈팅을 날렸던 장면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어쨌든 WBA는 더 이상 득점에 실패했고 첼시는 막판 존 오비 미켈까지 내보내며 한 점 차 승리를 굳혔다. WBA에선 아쉽고, 첼시에는 무척이나 값진 첫 승리였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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