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 포지션' 야누자이의 명과 암 [안경남의 풋볼뷰]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연승을 달렸다. 이번에도 내용보다 결과를 잡은 승리였다. 어떻게든 승점 3점을 얻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루이스 판 할 감독의 말처럼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특히 깜짝 가동한 ‘센트럴 포지션’ 아드낭 야누자이는 귀중한 결승골로 맨유에 승리를 안겼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야누자이의 플레이가 정확히 이날 맨유의 경기력을 말해줬다.

포메이션 l 아스톤 빌라 4-4-2 vs 맨유 4-2-3-1

팀 셔우드 감독은 4-3-3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영국 현지 중계에서도 가브리엘 아그본라허를 중심으로 왼쪽에 스콧 싱클레어, 오른쪽에 조단 아예우를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빌라의 포메이션은 4-4-2(or 4-4-1-1)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특히 볼을 소유하지 않았을 때, 즉 수비할 때 진형은 4-4-2였다. 아예우가 사실상 가장 높은 위치에 포진했고 조르당 베레투가 오른쪽으로 넓게 섰다. 다만 공격시에는 베레투보다 오른쪽 풀백 레안드로 바쿠나가 주로 전진했다. 반대쪽의 조르당 아마비도 마찬가지다.

아스톤 빌라 4-4-2 : 구잔 – 바쿠나, 리차즈, 클락, 아마비 – 웨스트우드, 베레투, 가나, 싱클레어 – 아그본라허, 아예우

판 할 감독은 토트넘과의 개막전에서 1명만 교체했다. 애슐리 영이 벤치에 앉고 야누자이가 선발로 출전했다. 주목할 점은 포지션이다. ‘9.5번 공격수’을 맡았던 멤피스 데파이가 왼쪽 날개로 이동하고 야누자이가 웨인 루니 아래 자리했다. 센트롤 포지션이다.

맨유 4-2-3-1 : 로메로 – 다르미안, 스몰링, 블린트, 쇼 – 슈나이덜린, 캐릭 – 마타, 데파이, 야누자이 – 루니

전반전 l 판 할 일침, “골이 전부는 아니다”

야누자이의 센트롤 포지션은 프리시즌부터 예고된 변화다. 클럽 아메리카전 후반에 야누자이를 처진 공격수로 기용한 판 할은 다른 친선경기에서도 야누자이를 주로 중앙에 배치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야누자이 개인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못한데다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도 정확도가 떨어졌다. 오히려 좌측에서 뛴 안드레아스 페레이라가 더 돋보였다. 그럼에도 판 할 감독은 야누자이의 센트럴 롤에 대한 확신을 가진 듯 했다. 빌라와의 두 번째 경기 선발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야누자이의 역할은 평가가 엇갈렸다. 유일한 득점으로 맨유에게 승점 3점을 안겼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였다. 경기 후 판 할의 인터뷰가 이를 말해준다. “야누자이는 멋진 골을 넣었다. 덕분에 우리가 승리한 것에 만족한다. 그러나 더 많은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축구에는 골보다 중요한 게 많다. 야누자이는 오늘 지나치게 공을 많이 빼앗겼다”

그의 말처럼 야누자이의 빛과 그림자는 명확하게 구분됐다. 득점 장면은 판 할이 왜 야누자이를 중앙으로 이동시켰는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전반 29분을 다시 복기해보자. 루니, 데파이와 함께 중앙에서 상대 센터백 사이에 위치한 야누자이는 마타의 패스 타이밍을 읽고 미카 리차즈의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깬 완벽한 침투였다. 빌라에선 리차즈의 시선이 데파이에게 향했기 때문에 가나가 야누자이를 뒤쫓아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토트넘전에서 데파이가 보여주지 못했던 공간 침투를 야누자이가 빌라를 상대로 보여준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후안 마타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마타는 올 시즌 맨유에서 사실상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도 어느새 좌측으로 이동해 루크 쇼와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상대 견제를 벗겨내고 전방 시야를 확보했다. 실제로 마타는 이날 3번의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문제는 득점 장면을 제외한 나머지 플레이다. 판 할 감독이 인터뷰에서 언급한대로 야누자이는 너무 많이 공에 대한 소유를 잃었다. 상대를 등진 상태는 물론 드리블을 치는 과정에서도 태클에 자주 걸려 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 위치에서 공을 자주 빼앗기면 공격의 흐름이 끊기는 것은 물론 역습에도 취약하게 된다. 어쩌면, 소유라는 측면에선 야누자이보다 마루앙 펠라이니가 센트럴에 더 적합한 선수인지도 모른다. 펠라이니는 공중볼도 잘 따낸다. 다만, 펠라이니는 스피드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인 침투에는 약점을 보인다. 또한 역습에서도 속도가 붙지 않는다.

후반전 l 지루한 공방전

후반전은 양 팀 모두 지루했다. 교체를 통해 변화를 시도했지만 경기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후반 10분에서야 처음이자 마지막 유효슈팅을 기록한 빌라는 193cm 루디 게스테드를 투입해 공격을 재편했다. 게스테드가 최전방에 서고 아그본라허가 우측으로, 아예우가 왼쪽에 자리했다. 4-4-2(or 4-4-1-1)은 4-3-3(or 4-1-4-1)로 전환됐다. 그러자 맨유도 곧바로 야누자이, 캐릭을 불러들이고 안드레 에레라,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동시에 내보냈다. 미드필더 성향의 에레라가 투입되면서 4-2-3-1 포메이션은 4-3-3으로 바꿔었다. 그러나 변화가 추가골을 만들지는 못했다. 빌라는 게스테드가 높이에서 위력을 가지지 못했고 아예우는 마테오 다르미안에게 번번이 가로막혔다. 맨유는 루니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원톱으로 90분을 뛰었지만 슈팅은 ‘0개’였다. 일대일 돌파도 제로였고 패스 성공률도 77.8%에 그쳤다. 후반 28분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데파이는 후반 38분 영과 교체됐다.

데이터 l ‘태클 6개+가로채기 5개’ 다르미안

박수보다 야유가 많았던 경기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단연, 다르미안이었다. 대체적으로 맨유 포백수비의 안정감이 돋보인 가운데 그 중에서도 다르미안의 일대일 방어 능력은 만점에 가까웠다. 태클을 7번 시도해 무려 6번을 성공했다. 전반전에는 싱클레어가, 후반전에는 아예우가 돌파를 시도했지만 다르미안을 지나가지 못했다. 플레이가 매우 영리했다. 위험한 상황에선 과하지 않은 파울로 역습 흐름을 끊었다. 가로채기도 5개나 됐고 수비지역에서의 클리어도 8번 중 7번 성공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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