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패’ kt, 고비를 넘을 수 있을까

[마이데일리 = 대전 강진웅 기자] 스승은 제자와 오랜만에 만나 “고비만 잘 넘기면 괜찮을 것”이라며 격려를 보냈다. 그러나 제자의 팀은 결국 고비를 넘지 못하고 10연패에 빠졌다.

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경기 전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감독실에서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이 때 kt 위즈 조범현 감독이 한화와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을 앞두고 스승인 김 감독을 찾았다.

취재진이 자리를 비운 후 두 감독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조 감독은 취재진에게 “(김성근)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께서 kt는 경기를 잘 하는 것 같은데 고비에서 번번이 무너진다”며 “고비만 넘으면 잘 할 것”이라며 격려했다고 전했다. 승부는 냉정했지만 제자의 어려움을 보고 스승은 힘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김 감독과 조 감독은 조 감독이 충암고 재학 시절 처음 사제의 연을 맺었다. 이후 프로에서도 OB에서 감독과 선수로 만나더니, 김 감독이 쌍방울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당시 쌍방울의 배터리 코치였던 조 감독과 다시 조우했다. 특히 조 감독이 KIA 감독으로 있었던 지난 2009년에는 당시 SK 감독이었던 김 감독과 한국시리즈에서 격돌, 조 감독이 꺾을 수 없을 것 같았던 SK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다. 이렇게 두 감독은 오랫동안 사제의 인연을 맺고 있었다.

그러나 승부는 냉정했다. 두 감독의 올 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5일 경기서 kt는 5회초까지 8-5로 앞서다 수비와 마운드가 모두 무너지며 한화에 8-15, 대역전패를 당했다. 이번에도 승부처에서 유격수 박기혁의 아쉬운 수비 실책이 나왔고, 이 실책이 정근우의 역전 만루 홈런으로 연결되며 사실상 승기가 한화로 넘어갔다.

김 감독이 경기 전 조 감독에게 격려를 보냈던 내용이 이날 경기서도 재현된 것. 게다가 15-8로 앞선 8회초 김 감독은 투수를 박정진으로 바꾸더니 9회초 1사 후에는 권혁을 내보냈다. 사실상 승리를 굳힌 상황이었지만 김 감독은 필승조를 투입하며 승부에서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kt는 유독 3점차 이내 승부에서 고비를 넘지 못하고 패한 경기가 잦다. 득점 기회를 만들면 타자들이 타석에서 헛심을 쓰고 있고, 힘들게 리드를 잡고 있어도 수비 실책이나 투수들의 난조로 허무하게 역전을 허용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kt를 상대하는 팀들은 에이스급 투수들을 투입하며 반드시 kt를 꺾으려 하고 있다. 이미 팀 전력이 약한 상황에서 상대의 1,2선발 투수들을 잇따라 상대하며 kt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5일 경기까지 패하며 kt의 시즌 전적은 3승 26패가 됐다. 승률 1할을 지킬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스승은 제자에게 “고비만 잘 넘기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kt가 언제쯤 고비를 넘기며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그 시점이 멀게만 느껴지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왼쪽), kt 조범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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