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도전' 이종현에게 박수와 격려를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종현(21, 206cm)은 결국 NBA 도전을 선택했다.

농구관계자들은 이종현이 경복고에서 아마농구를 평정했을 때부터 진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세대와의 스카우트 경쟁을 뚫고 고려대에 입학한 뒤에도 그랬다. 이제까지 이종현의 농구인생은 엘리트 코스였다. 청소년대표팀은 물론, 성인대표팀 붙박이 멤버가 된 이종현에게 아마추어 무대는 좁았다.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최근 1~2년간 끊임없이 얼리 엔트리로 KB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종현은 멀리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 포함, 이미 두 차례 미국연수를 다녀왔다. 때문에 최근 농구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미국으로 진로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었다. 결국 지난 22일 미국 드래프트 익스프레스는 "이종현이 NBA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할 것"이라는 마이크 다이니치(이종현 에이전트로 알려짐)의 SNS 코멘트를 보도했다. 이로써 이종현의 NBA 도전은 현실화됐다. 올해 NBA 신인드래프트는 6월 25일에 열린다.

▲이종현의 현주소

드래프트 익스프레스는 1994년생 유망주들의 순위를 매겼다. 이종현은 비 미국선수들 중에서도 47위에 불과했다. NBA 신인드래프트에선 30개 구단이 매년 2명씩 총 60명을 선발한다. NBA가 비 미국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건 오래 전이지만, 여전히 비 미국선수가 NBA 신인드래프트에 뽑힐 확률은 미국 선수에 비하면 낮다. 한 농구관계자는 "정말 눈에 띄는 체격조건과 가능성을 지닌 유망주가 아니라면 비 미국선수가 NBA 신인드래프트에 뽑히는 건 쉽지 않다. 매년 8~10명 내외"라고 했다. 결국 이종현은 NBA를 비롯한 미국농구에선 철저히 무명.

대부분 농구관계자가 사실상 이종현이 당장 NBA에 진출하는 건 어렵다고 본다. 큰 키와 긴 팔을 지녔지만, 딱히 국제무대서 내세울 만한 특장점이 없다. NBA에는 이종현 정도의 체격을 지닌 선수가 매우 많다. 그들 대부분 3~4번을 소화한다. 그러나 이종현은 그들에 비해 발이 느리다. 테크닉도 달린다. 외곽수비는 물론, 슈팅과 드리블 기술도 인상적이지 않다. 지난해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서도 드러났던 부분. 그렇다고 해서 NBA에서 5번으로 뛸 정도로 파워와 포스트업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다. 현 시점에선 어정쩡하다. 작년 스페인 월드컵 블록슛 1위를 차지했지만, 상대가 이종현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 측면이 컸다.

이종현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했다. 이 농구관계자는 "NBA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서머리그 초청장을 받을 수 있다"라고 했다. 서머리그는 NBA에 진출하려고 하는 전 세계 유망주들이 대거 몰리는 무대. 중국과 일본도 서머리그에 꾸준히 도전해왔다. 이종현 역시 서머리그에 참가할 경우 NBA 관계자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다. 전 세계 선수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경쟁력을 평가 받고,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다. 사실상 서머리그 참가를 염두에 두고 NBA 신인드래프트에 도전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이종현으로서도 큰 부담은 없다. 4학년이 되는 내년에 다시 NBA에 도전해도 된다. 그리고 KBL 문호는 언제든 개방돼있다.

▲박수와 격려를

또 다른 농구관계자는 "그래도 종현이에게 격려를 보내줘야 하지 않나. 종현이가 쉬운 길(KBL 진출) 대신 가시밭길로 들어서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고 했다. 실제 이종현이 언제 KB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더라도 1순위는 따놓은 당상이다. KBL 구단들은 이종현의 테크닉 향상을 위해 밀착 지도를 할 만반의 준비가 됐다.

하지만, 이종현은 눈에 띄지 않는 순간 그대로 도태되는 정글에 몸을 던지기로 했다. 더 높은 무대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긍정적이다. 실제 이종현이 NBA 도전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칼을 뽑은 이상 KBL 진출을 미루더라도 당분간 NBA에 도전에 집중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대표팀에서 이종현을 지도했던 유재학 감독은 대표팀 소집 초반 이종현을 두고 이승현과 비교하며 "게으르다"라고 했다. 체격조건과 테크닉을 볼 때 피 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 감독은 이승현과는 달리 농구에 열정을 보여주지 않았던 이종현에게 실망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2개월 뒤 다시 이종현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여전히 게으르다. 시어머니처럼 계속 잔소리를 해줘야 한다"라면서도 "훈련태도가 많이 좋아졌다"라고 흡족해했다. 또한, 유 감독은 "종현이가 확실히 센스가 있다. 농구센스는 (김)종규보다 낫다"라고 칭찬했다.

당시 유 감독은 이종현이 국제무대서 공격은 3~4번을 오가면서 수비는 1~2번처럼 외곽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파워, 스피드, 테크닉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한 마디로 갈 길이 멀다. NBA라는 가시밭길에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딛은 이종현. 수많은 시련이 뒤따르겠지만, 지금의 도전의식과 용기를 잃어선 안 된다. 이제 겨우 만 21세. 좌절해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나이다.

[이종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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