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 "우승해도 한국축구 더 노력해야 한다"

[마이데일리 = 호주 시드니 안경남 기자] 한국이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한 걸음만을 남겨두게 됐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우승하더라도 한국축구는 더 노력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6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준결승서 이라크를 2-0으로 꺾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8년 이후 27년 만에 결승에 오르며 55년 만에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회를 치르면서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결승전에 가서 좋은 경기를 하려면 보완할 점이 정말 많다"며 결승 진출에도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한국이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우승을 하더라도 한국 축구는 더 노력하고 더 발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은 이라크의 세트피스 약점을 공략했다. 슈틸리케는 "연습을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볼을 잘 올려주지 못하면 골을 넣기가 어렵다. 이라크를 비디오로 분석하면서 준비를 잘 했다. 오늘은 잘 된 날이고 이전에는 안 된 것 뿐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 일문일답.

- 승리 축하한다. 한국 경기력이 점점 발전해간다

"대회를 치르면서 좀 더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규율도 잘 잡혀간다. 이는 한국 문화인 것 같고 우리의 강점이기도 하다. 오늘 좋지 않은 모습이 있었다. 선수들이 공을 너무 많이 놓쳤다. 우리들 중에는 아직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 A매치 경험이 10경기 정도밖에 안 되는 선수들도 있다. 반면에 차두리, 기성용처럼 경험이 많은 선수도 있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볼을 잡을 때는 경기 자체가 달라진다. 이들이 볼을 잡으면 감독, 코치도 벤치에서 조용해진다. 우리가 결승전에 가서 좋은 경기를 하려면 보완할 점이 정말 많다"

- 이라크보다 하루 더 쉰 점이 도움이 됐나

"이번 대회에서 매우 중요한 두 경기가 있었다. 첫 번째가 호주전이었다. 호주는 개최국으로서 본인들이 쉽게 결승에 진출할 방안을 마련했다. 그때는 호주가 우리보다 하루 더 쉬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 경기에서 이기고 호주가 마련한 유리한 일정을 우리의 것으로 빼앗아왔다. 그 길로 우리는 이라크보다 하루 더 쉬는 이점을 안았다. 그러나 그런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한국이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겠지만 우승을 하더라도 한국 축구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 세트피스에서 첫 골이 나왔는데 준비를 많이 했나

"세트피스를 계속 연습했다. 볼을 제대로 올려주지 못하면 골 기회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늘은 볼이 제대로 올라와 골까지 만들었다. 이라크전을 비디오로 분석하면서 준비를 잘했다. 오늘은 잘된 날이고 예전에는 잘 되지 않았다"

- 아랍에미리트와 호주 가운데 누가 결승에 올라올 것으로 보나

"호주는 아주 잘 준비된 팀이라고 본다. 팀 전술적으로 훌륭하고 개별 선수들도 자기 역할을 잘 이해한다. 호주가 올라올 것으로 보지만 이변이 있을 수도 있다"

- 남은 경기에서도 무실점이 가능할까

"물론 우리가 원하는 바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실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리 실점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경고도 했다. 우리가 실점한 적이 없어 실점하면 허둥대다가 질 수도 있다. 실점에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자는 주문을 했다. 우리가 앞으로도 1년, 2년 동안 계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갈 수는 없다.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

- 선수들은 부담을 어떻게 해소하고 있나

"우리의 1차 목표는 현재 우리 위치인 아시아 랭킹 3위를 뛰어넘자는 것이었다. 지금 결승에 진출해 그 목적을 달성했다. 부담을 많이 덜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는 결승전에서도 이기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 한국 축구가 많이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이미 호주를 한 차례 꺾었지 않나. 결승전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때 호주 라인업을 보고 하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조별리그 대결에서 호주는 팀 케이힐, 로비 크루스, 밀레 예디낙, 매튜 레키 등 핵심선수들을 모두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호주와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경기 양상이 이번에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우리는 우리 그대로의 정신력, 본연의 모습을 갖고 맞설 것이다. 조별리그 때와는 전혀 다른 경기가 될 것이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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