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남' 조상우, 실력으로 꿋꿋이 나아가다 [창간 10주년 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데뷔 2년만에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불펜으로 거듭났다.

3월 29일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정규시즌 개막전. 넥센이 9회초까지 8-3으로 넉넉하게 앞선 상황. 경기장을 찾은 팬들도, TV를 보던 팬들도 집중력이 떨어질 즈음이었다.

이 때 지난해 5경기에 나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4.50에 그친 조상우(넥센 히어로즈)가 등장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상우가 선두타자 조동화에 이어 김강민, 김재현까지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마친 것. 150km중반대 강속구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는 시즌내내 다르지 않았다. 조상우는 한현희와 함께 필승조를 구성하며 넥센의 승리에 공헌했다. 부상으로 잠시 공백기가 있기도 했지만 48경기에 나서 6승 2패 11홀드 평균자책점 2.47로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한국시리즈 막판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조상우가 없었다면 넥센의 한국시리즈 진출도 어려웠을 것이다.

한 시즌동안 많은 경험을 한 조상우를 2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만났다. 다음은 조상우와의 일문일답.

-올시즌을 되돌아 본다면?

"성적 자체만으로 보면 만족할만한 것 같다. 대신 아쉬운 것도 많았던 시즌 같다"

-1년 사이에 정말 많은 경험을 한 것 같다

"시즌 중에 필승조로서 급박한 상황에 많이 나갔고, 플레이오프나 한국시리즈에도 출전했다.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올해 개막전에 강한 인상 남겼는데? (3월 29일 SK와의 개막전에 9회 등판해, 150km 중반대 공을 뿌리며 KKK를 기록했다)

"캠프 때부터 감독님이 '올해는 너 쓸 것이다, 자신있게 하라'고 자신감을 심어 주셔서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캠프 때부터 잘 던지고 시범경기때도 좋았다. 자신감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첫 등판 이후 주목을 많이 받았다

"주목 받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신경을 안썼다"

-신인왕, 아시안게임 출전도 모두 가능성이 있었는데 무산됐다

"아쉽지는 않다. 올시즌 들어가기 전에 아얘 생각을 안했던 부분들이다. 아시안게임은 1년 잘했다고 해서 뽑힐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인왕은 안 다쳤다면 욕심 있었겠지만 중간에 부상으로 빠지는 순간 다 내려놨다. 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해서 팀 동료들이나 인정해 주시면 그것이 상인 것 같다"

-왠지 모든 것을 초탈한 듯한 대답이다

"어렸을 때부터 운도 없고 상복도 없었다"(웃음)

-한국시리즈도 아쉬움이 조금 남을 것 같다

"1차전 때는 괜찮았는데 6차전과 5차전이 아쉬웠다. 무사 만루 만들고 내려오고(5차전), 나바로한테 스리런 맞고(6차전). 개인적으로는 지쳤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작년에는 던질 때 모자도 많이 벗겨지고 제구가 아주 안정된 편은 아니었다. 좋아진 비결이 있다면?

"작년까지는 고개가 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고정 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직구 제구는 어느 정도 잘 잡혔지만 변화구는 미숙했다. 선배님들이 잘 알려주셨다. 슬라이더, 커브는 다 (송)신영 선배가 알려 주셨다.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알려 주시니까 변화구 제구도 어느 정도 잡히게 되더라"

-올시즌 이닝당 1개가 넘는 탈삼진을 기록했다. 강속구도 있지만 변화구도 큰 효과를 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어떤 구종으로 삼진을 잡을 때 가장 기분 좋은지?

"직구 투수다 보니까 직구로 삼진을 잡을 때가 제일 좋다. 그 다음으로는 올해 제일 자신있었던 변화구인 슬라이더다"

-작년에 엔트리 없으면서도 1군 선수들과 동행했다. 많은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1군 경기를 눈으로 계속 보니까 분위기가 익숙해지더라. 경기를 안 나가더라도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요즘엔 프로에 짧은 시간에 자리 잡는 선수가 정말 드물다. 이미 팀의 필승조다. 본인이 했던 계획과 비교해본다면?

"우선 앞으로 더 좋아져야 한다. 솔직히 고등학교 때 지명됐을 때는 다를 것이라 생각한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하는 것과 다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고 3때는 '어차피 사람이 하는 운동인데 뭐가 크게 다르겠어'라고 생각했다. 와 보니까 보자마자 레벨 차이가 확 느껴지더라. '아, 이래서 프로구나'라고 생각했다. 많은 것을 배웠다"

-5월 부상을 입으며 잠시 전열에서 이탈했다. (5월 11일 LG와의 홈경기 종료 후 귀가를 위해 지하철역으로 이동 중 빗길에 미끄러지며 왼 무릎 부상을 당했다. 이후 두 달여만에 7월 8일 한화전에서 복귀했다)

"그냥 넘어졌으면 안 다쳤을 것이다. 넘어지려고 하는 것을 안 넘어지려고 버티다 그렇게 됐다. 버티다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뚝'소리가 났다. 곧바로 든 생각은 '큰일났다'였다. 팀에 정말 미안했다. 내가 빠졌다고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다친 뒤 5연패가 겹쳤다. TV로 보는데 정말 미안했다"

-이후 승용차를 샀다고 들었다

"그 일이 아니었더라도 원래 6월에 사는 것이었다. 부상을 입으면서 복귀한 다음에 샀다. 운이 없는것 같다"(웃음)

-이제 스프링캠프가 두 달도 안남았다. 스프링캠프에서 중점을 둘 부분?

"직구 제구는 괜찮은 것 같다. 슬라이더는 80% 던지고 싶은대로 던질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커브랑 체인지업은 원하는대로 안 되는 것 같다. 나머지 변화구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

-내년 시즌 목표는?

"올해보다 잘했으면 좋겠다. 또 한가지는 풀타임이다. 원래 목표가 풀타임이었는데 부상 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

-팬들에게 한마디

"열심히 하겠습니다~"

[넥센 조상우. 사진=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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