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이하 '야경꾼일지', 그나마 유노윤호만 기대이상[이승록의 나침반]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시청률은 낮아도 수작(秀作)으로 불리는 드라마가 있다면 시청률은 높은데 수작으로 부르기 어려운 드라마도 있다.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다.

16회까지 소화한 '야경꾼일지'는 자체최고시청률 12.7%(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까지 오르며 그간 월화극 경쟁의 선두를 점해왔다. 다만 16회가 9.5%로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에게 1위 자리를 내줘 향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야경꾼일지'가 이미 흥미를 잃은 지 오래라 전망이 썩 밝진 못하다.

조선시대가 배경인 판타지 사극 '야경꾼일지'는 야경꾼이란 흥미로운 소재에 청춘 로맨스를 가미, 제2의 '성균관 스캔들' 탄생까지 기대됐던 작품이었다. 1, 2회의 특별출연 격인 최원영의 카리스마가 극을 압도해 기대감을 부추기기도 했다.

그러나 주연 배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뒤 느슨한 전개가 시작됐다. 기산군(김흥수)과 악역 사담(김성오)에게 극본의 비중이 쏠리며 정작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지지부진했다. 드라마의 가장 큰 기대 요소였던 야경꾼의 본격적인 결성이 13회에서야 이뤄진 것만 봐도 얼마나 더딘 전개였는지 알 수 있다.

이린(정일우), 도하(고성희) 등 주인공들의 로맨스가 반복되며 그려졌으나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만큼 매끄러운 감정선의 흐름으로 그려지지도 못했다. 초반부터 논란이었던 CG는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캐릭터의 불균형도 문제다. 이린, 도하, 무석(유노윤호)이 야경꾼으로 뭉쳤으나 특정 캐릭터에 치우친 설정 탓에 세 사람이 왜 한 팀이 되어야 하는지 당위성을 다소 잃었다. 흔히 여러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웅물에선 한 캐릭터의 약점을 다른 캐릭터가 보완해 팀으로서 시너지를 내고 균형을 이루던 것과 다른 구도인 셈이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연기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두 여주인공 고성희와 서예지는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연기로 극 초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고성희는 퓨전 사극에 가상의 설정이 들어간 캐릭터라지만 조선시대와 동 떨어진 외모와 차림이 초반의 문제였고, 서예지는 불안한 발성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정일우는 기본적으로 장난기 가득한 캐릭터인데, 여기에다 암투의 중심에 서 감정 연기를 선보이고 액션과 멜로 연기까지 오가며 워낙 다양한 장면을 홀로 맡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이린만의 뚜렷한 캐릭터를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무석 역 유노윤호만이 예상을 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당초 유노윤호는 아이돌 출신인 데다가 과거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까닭에 첫 사극 도전에 4명의 주인공들 중 시청자들의 우려가 가장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안정적인 발성으로 사극에 걸맞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차가운 무석 캐릭터에도 상당히 몰입한 모습으로 액션 연기는 수준급이라 주인공들 중 단연 돋보인다.

특히 무석이 동생 인화의 죽음에 오열하는 장면에선 절절하게 눈물을 쏟아내고 괴로워하는 감정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야경꾼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고뇌하는 무석의 내면도 섬세하게 연기하고 있다. 문제로 지적돼 온 발음 부분은 개선 여지가 있으나 유노윤호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야경꾼일지'에서 발전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어 더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MBC 월화드라마 '야경꾼일지'의 정일우, 서예지, 고성희, 유노윤호(맨 위 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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