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 이 모든걸 납득시키는 김준수 [MD리뷰]

  • 0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드라큘라', 이 모든 것을 납득시키는 김준수가 있다.

한국 초연인 뮤지컬 '드라큘라'는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Bram stoker)의 동명소설 '드라큘라(Dracula)'가 원작으로 스웨덴, 영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공연 된 대형 뮤지컬이다. 드라큘라 백작의 처절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과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David Swan)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다.

'드라큘라'는 우선 무대 그 자체가 돋보인다. 대극장이지만 무대는 상당히 압축돼 있다. 회전무대를 통한 공간 활용도 뛰어나다. 무대 예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듯 변형되는 무대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회전 무대를 통해 대저택의 안과 밖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이를 이어주는 통로까지도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압축된 무대 위에서 이들이 이동하는 길의 거리를 표현하고, 저택 내부의 넓이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저택 뿐만 아니라 감옥, 공동묘지 등 다양한 공간 변형이 거부감 없이 이뤄지기에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조명 효과도 시선을 사로 잡는다. 영상을 적절히 활용해 안개, 그림자 등을 표현하는 만큼 신비로운 분위기가 형성된다. 드라큘라 특유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사용된 이 효과는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과하지 않아 충분히 이해된다.

'드라큘라'의 넘버 또한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적당히 대중적이고 깊이가 있다. 수백년을 걸쳐온 사랑을 노래하는 만큼 넘버 하나 하나가 이야기를 설명하고 인물 하나 하나의 감정이 깊게 표현된다. 드라마틱한 곡의 변형이 충분한 완급조절을 통해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음악으로 다가온다.

인물들의 솔로곡과 듀엣곡이 많은 것도 이 때문. 인물들의 감정 그 자체를 넘버를 통해 끌어내다 보니 다소 주인공에 치중한 면이 있어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조연 및 앙상블의 실력이 남다름에도 그들의 쫀쫀한 합을 느낄 수 있는 단체 무대가 부족한 것도 아쉽다.

이야기 역시 원작의 탄탄함을 너무 믿은 나머지 단조롭게 흘러간다는 것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드라큘라의 감정에 한창 몰입하고 있을 때 충분한 설명 없이 모든 이들이 결말을 맞는다. 처절한 사랑을 충분히 처절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다소 부족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납득시키는 드라큘라가 있기에 '드라큘라'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클래식한 연기력과 가창력을 바탕으로 뮤지컬계 믿고 보는 배우 류정한과 특유의 보이스로 감성 넘치는 가창을 선보이는 김준수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제 몫을 해내는 것.

특히 김준수는 놀라울 만큼 성장한 모습으로 드라큘라를 소화해내 몰입도를 높인다. 괴기스러운 늙은 드라큘라로 시작해 치명적인 매력의 젊은 드라큘라를 연기하며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드라큘라의 감정선을 처절하게 표현해내는 것 역시 김준수만이 표현할 수 있는 감성과 가창을 통해 가능해진다. '드라큘라'의 아쉬운 부분을 모두 납득시키는 것이다.

드라큘라 뿐만이 아니다. 미나 역 조정은, 정선아는 사랑 앞에 혼란스러워 하고 이 안에서 갈등하는 내면을 훌륭하게 표현해낸다. 반헬싱 역 양준모는 극의 중심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조나단 역 카이와 조강현 역시 안정적이다.

신예들의 활약도 놀랍다. 루시 역 이지혜는 주인공들 만큼이나 깊은 인상을 줄 정도의 실력을 발휘한다. 드라큘라 만큼이나 극적으로 변화하는 루시를 노련하게 표현해내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또 렌필드 이승원, 잭스워드 역 변희상, 퀸시 모리스 양승리, 아서 홈우드 정동효 또한 안정적으로 역할을 소화해내고 뱀파이어 슬레이브 이현정, 김서윤, 신세계는 관객들마저 홀릴듯 드라큘라의 치명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한편 '드라큘라'는 오는 9월 5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드라큘라' 공연 이미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