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외인제도 또 변경? 테크니션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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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고민을 하는 게 반갑다. 테크니션을 보고 싶다.

KBL 김영기 총재는 지난 22일~24일 미국 라스베거스에서 열렸던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외국인선수 제도를 내년부터 당장 바꾸고 싶다”라고 했다. 김 총재는 취임 당시부터 재미있는 농구,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농구를 강조했다. 외국인선수 제도 수정은 이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봤다.

민감하다. 프로농구 18년 역사를 돌아보면 외국인선수 제도가 수없이 바뀌었다. 지금의 드래프트 제도도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2004~2005시즌부터 2006-2007시즌까지는 자유계약제도로 외국인선수를 뽑았기 때문이다. 프로농구 출범 당시에는 2명 보유 2명 출전이었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출전에 제약을 뒀다. 외국인선수 출전 쿼터 제한을 거쳐 2011-2012시즌엔 1명 보유 1명 출전으로 치러지기도 했다. 신장제한 여부, 드래프트 추첨 확률 등은 수 없이 바뀌었다. 때문에 KBL만의 전통이 없었다.

▲ 테크니션을 보고 싶다

김 총재는 당장 2015-2016시즌부터 외국인선수제도를 뜯어 고치고 싶어한다. 전례를 볼 때 총재의 개혁 의지는 대부분 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관철됐다. 때문에 외국인선수 제도가 어떻게든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 총재의 생각은 이렇다. 우선 현재 2명 보유 1명 출전하는 외국인선수 기용방법을 2명 보유 2명 출전으로 바꾼다. 또한, 2명 합계 혹은 개개인의 신장제한을 부활한다. 두 선수의 신장합계가 특정 수치를 넘어서지 못하게 할 경우 자연스럽게 키가 크지 않은 외국인선수를 뽑을 수 있다는 걸 계산했다.

김 총재는 궁극적으로 KBL 초창기 시절처럼 단신이면서도 테크닉이 뛰어난 1~2번 가드, 3번 스몰포워드형 외국인선수가 유입돼야 한다고 본다. 과거 김 총재가 총재직을 역임했을 땐 프로농구 인기가 매우 높았다. 그 중심에 테크니션 외국인선수가 있었다. 제럴드 워커, 제이슨 윌리포드, 찰스 민랜드, 앨버트 화이트 등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안겼다. 신장제한이 폐지되고 구단들이 성적에 어쩔 수 없이 집착하면서 외국인선수들이 4~5번 빅맨으로 사실상 통일됐다.

▲ 김 총재의 일리있는 주장

김 총재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일단 테크니션 외국인선수가 돌아올 경우 확실히 흥미는 높아진다. 그리고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에도 직,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국인 빅맨들이 그만큼 줄어들면서 토종 빅맨들에게 출전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 반대로 가드와 포워드들은 외국인선수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부진에 빠진 흥행 업그레이드 요소로는 두 말할 게 없다.

수 차례 언급했지만, 한국농구 문제점은 신장의 약세로만 규정할 수 없다. 1~5번 전 포지션에서 파워와 기술이 떨어진다. 오히려 토종 빅맨들은 포지션을 2~3번으로 바꾸거나 직접 외국인 빅맨들과 맞붙으면서 깨졌고, 업그레이드가 된 측면도 있다. 서장훈 김주성보다 아직 부족하지만, 오세근 김종규는 분명 한국농구를 이끌고 나갈 빅맨들이다. 이종현이라는 좋은 자원도 대학에서 자라고 있다. 이들은 KBL 외국인 빅맨들에게 계속 깨지고 또 이겨보는 유의미한 경험을 통해 기량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외국인 빅맨이 유입됐다고 해서 가능성 있는 정통 빅맨자원 자체가 씨가 마른 건 아니다.

신장 제한 폐지 이후 1~2번 가드, 3번 스몰포워드 포지션은 사실상 국내선수 세상이 됐다. 하지만, 국제무대서 명확한 한계를 봤다. 국내에선 양동근 김태술 김선형 등이 정상급 가드지만, 외국 가드들은 신장도 190cm이 넘으면서 엄청난 파워와 공수 테크닉을 갖고 있다. 국내 가드들은 KBL서 서로 매치업 되면서 정체된 측면이 있다. 포워드들도 조성민 문태종을 제외하곤 무빙슛이 정확한 선수가 거의 없다. 찬스를 직접 만드는 테크닉도 없고 제대로 받아먹지도 못하는 실정. 국제대회만 나가면 공격 작업이 뻑뻑한 건 이유가 있다. 이런 상황서 신장제한 철폐로 2~3번 외국인선수가 들어온다면 국내 1~3번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 2명보유 2명출전은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김 총재는 외국인선수제도 변경을 시사하면서 2명보유 1명출전을 과거처럼 2명보유 2명출전으로 회귀하자고 했다. KBL은 과거 2명보유 2명출전을 고수하면서 1명을 2쿼터, 2쿼터와 3쿼터에는 기용하지 않다가 현행 제도로 바꿨다. 외국인선수 의존도를 줄여야 국제경쟁력이 좋아진다는 진단. 하지만, 김 총재는 꼭 외국인선수를 2명 동시에 기용한다고 해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요소는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이 문제에 대해선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2명 출전, 1명 출전 모두 나름의 논리가 있다. 지금처럼 2명보유 1명출전제도가 국제경쟁력 향상과 재미를 보장하진 않는다. 2명출전 역시 마찬가지. 구단들의 입장, 전문가들의 입장을 고루 들어본 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중요한 건 김 총재가 남자농구의 부흥을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KBL은 과거 각종 제도를 즉흥적으로 바꿔 비난을 많이 받았다. 어떤 제도든 장, 단점이 있는데, KBL만의 정통성을 확립하기보단 일단 고비만 넘기고 보자는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김 총재가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에 대해 고민을 하는 건 매우 바람직하다. 김 총재가 자기주장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 다만, 그 고민의 방향과 깊이가 농구 팬들, 관계자들의 공감을 사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의 고민은 그 자체로 매우 고무적이다.

[안양체육관(위), 김영기 총재.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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