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호, 스페인 농구월드컵 접근방식이 중요하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

유재학 감독이 이끌 남자농구대표팀의 2014 FIBA(국제농구연맹) 스페인 월드컵(8월30일~9월14일) 조편성이 확정됐다. 한국은 리투아니아, 앙골라, 슬로베니아, 멕시코, 호주와 함께 D조에 속했다. A조는 스페인, 이집트, 이란, 세르비아, 브라질, 프랑스. B조는 아르헨티나, 세네갈, 필리핀, 크로아티아, 푸에르토리코, 그리스. C조는 미국, 핀란드, 뉴질랜드, 우크라이나, 도미니카, 터키로 결정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6개도시에서 조별리그를 진행한 뒤 상위 4개국이 16강 토너먼트로 우승국가를 결정한다. D조 예선은 그란 카나리아 섬에서 진행된다.

어려운 조편성이다. D조 톱시드 리투아니아는 FIBA 랭킹 4위다. 지난해 유로바스켓 준우승, 2010년 터키 세계선수권 3위를 차지한 유럽의 강호다. 2006년 서울에서 열린 월드바스켓볼챌린지서 한국에 패배를 안기기도 했다. FIBA 랭킹 13위의 슬로베니아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최종예선서 한국의 베이징행을 좌절시킨 국가다. FIBA랭킹 9위의 호주, 24위의 멕시코, 15위의 앙골라 모두 대륙 선수권 우승국가 자격 혹은 복병으로 월드컵에 나선다.

▲ 어차피 한국은 최약체

한국 남자농구는 FIBA 랭킹 31위다. D조에서 가장 낮고, 월드컵에 참가하는 24개 국가 중에선 고작 필리핀(34위), 핀란드(39위), 세네갈(41위), 우크라이나(45위), 이집트(46위)보다 랭킹이 높을 뿐이다. 랭킹이 높다고 해도 한국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서 필리핀에 패배했다. 이들보다 한국의 경쟁력이 높다는 증거는 없다. 결국 한국은 월드컵에 참가하는 국가 중 최악체로 분류된다고 보면 된다.

한국은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16년만에 국제대회에 다시 등장한다. 선수들이 세계대회를 치러봐야 그동안 한국농구의 국제경쟁력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세계적인 강호들과 월드컵 본선서 붙어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된다. 그런 점에선 오히려 강호가 많이 들어온 D조에서 예선을 치르는 건 한국남자농구에는 축복이다.

▲ 월드컵보단 아시안게임

농구계에선 내부적으로 월드컵보단 아시안게임에 비중을 높게 뒀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일정이 겹치는 여자농구의 경우 이원화를 결정했고 위성우 감독의 A대표팀을 아시안게임에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남자농구의 경우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일정이 절묘하게 겹치지 않아 유 감독이 두 대회를 모두 이끈다. 월드컵서 세계무대 경험과 조직력을 쌓은 뒤,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노리는 시나리오가 최상이다. 사실 금메달리스트에게 병역혜택이 주어지는 아시안게임을 소홀히 대할 순 없다.

이런 방향설정 및 접근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한 농구인은 “남자 대표팀의 경우 어차피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모든 에너지를 쏟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라고 했다. 8월 30일에 스페인에서 시작하는 월드컵을 소화한 뒤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오면 인천에서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아시안게임을 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곧바로 2014-2015시즌 개막이다. 선수들에겐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이다. 체계적으로 몸 만들 시간적 여력이 부족하다.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유재학 감독이 탄력적으로 대회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귀화선수 논의도 이런 점을 참고해야 한다. 국가대표운영협의회와 유재학 감독이 4일 처음으로 접촉을 했다고 한다. 스페인 월드컵의 목적을 세계무대 경험 쌓기로 설정했다면, 귀화선수는 아시안게임에만 부를 수도 있다. 한편으로 아시안게임 대비 조직력 키우기 차원에서 월드컵부터 부를 수도 있다. 어느 대회, 어떤 시점에 귀화선수를 합류시키느냐에 따라 그 선수의 몸값이 달라질 수 있고 한국의 전력이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스페인월드컵에 대한 접근방식이 중요하다.

이밖에 준비해야 할 게 참 많다. 코칭스태프 선임과 훈련 스케줄 확정, 별도의 평가전 상대 물색 여부, 부족했던 전력분석 시스템 확립 등이 있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 대한 방향설정과 접근방식을 확실하게 정했다면 하나, 둘 풀어가야 한다. 월드컵 조편성 확정으로 유재학호의 2014년 국제대회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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