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스타에서 감독으로 직행하는 루트가 막히나.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의 2일 자진사퇴는 코치 경험 없는 감독의 중도퇴진이라는 점에서도 임팩트가 크다. 두산은 지난 2022년 11월 검증된 명장 김태형 감독과 결별한 뒤 이승엽 감독 영입을 발표했다. 팀이 리빌딩 혹은 리툴링으로 새 출발이 필요하니,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는 의미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심지어 코치 경험이 없는 감독 선임이었다. 감독 선임 기준에 정답은 없지만, 두산의 행보는 파격적이고 충격적이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모셔가는 것도 놀라웠지만, 2017시즌을 마치고 은퇴한 뒤 코치 경험을 전혀 쌓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놀라웠다.
이승엽 감독은 2017년 은퇴 이후 야구 재단 운영, SBS 해설위원 역임, JTBC 최강야구 몬스터즈 감독 역임이 야구와의 인연의 끈들이었다. 최강야구 경력을 정식 커리어로 포장하긴 어렵다. 이를 제외하면 사실상 은퇴 후 현장과 거리를 뒀다가 갑작스럽게 감독으로 컴백한 케이스였다.
종목을 불문하고 감독 선임 과정을 보면 각양각색이다. 해외 프로스포츠에선 코치 경험 없는 감독도 꽤 있다.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결국 준비와 노력, 오픈마인드 등 지도자이자 리더로 성공하는 케이스도, 실패하는 케이스에도 공통점은 있다. 불행하게도 이승엽 감독은 실패 케이스가 됐다.
흥미로운 건 KBO리그 구단들이 감독을 선임하는 트렌드가 큰 틀에서 비슷하게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이름값, 카리스마형 감독이 각광을 받았다면, 외국인감독 선임(혹은 고려)이 유행한 시기가 있었다. 이름값이 떨어져도 소통형 감독을 중시하는 시절도 있었다.
두산은 전통적으로 프랜차이즈 출신 사령탑을 선호했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 선임은 독자 노선 케이스다. 적어도 KBO리그에선 선수 은퇴 후 코치 경력을 쌓지 않고 감독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구단이 다양한 감독 선임 트렌드가 뜨고 지는 와중에도 코치 경력을 일정기간 쌓은 인사를 감독으로 선임해왔다.
이번 이승엽 감독의 중도퇴진과 실패로 어쩌면 향후 코치 경력 없던 인사의 감독 선임 루트가 사실상 끊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감독 선임 기준과 프로세스는 따로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늘 구단들을 고민에 빠지게 한다.
또 하나. 이승엽 감독은 결과적으로 슈퍼스타는 감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증명하고 말았다. 물론 종목을 불문하고 슈퍼스타 출신이 감독으로 성공한 케이스들이 있다. KBO리그에선 선동열 전 감독이 대표적이다. 감독 커리어 말년이 좋지 않긴 했지만, 삼성에서 두 차례나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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