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설] “나쁜 부모 둔 선수는 안 뽑아”…미국 ‘3월의 광란’ 우승팀 감독의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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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를 발굴할 때 그 부모를 더 살펴본다. 선수보다 부모가 더 중요하다.”

올해 미국 대학농구 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코네티컷 대 댄 헐리 감독의 철학과 원칙이다. 물론 그도 재능이 뛰어난 선수를 찾는다. 그러나 아무리 특출한 재능이 있더라도 ‘나쁜 부모’를 둔 선수들은 결코 뽑지 않는다는 것. 어느 감독도 쉽게 할 수 없는 얘기다. 그러나 우승 후 헐리가 소신을 밝히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미국의 학교 스포츠에서 극성 부모들이 숱한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학교 스포츠에서 최악은 부모들”이라고도 한다. 선수를 둘러 싼 경쟁이 워낙 치열하니 부모는 욕심을 낸다. 자식을 미끼로 감독과 팀마저 지배하려 한다. 대학에 돈과 취직을 요구한다. 신입생부터 주전 출전 보장도 원한다. 최근 같은 대학 선수들끼리 다투자 부모들도 소셜미디어에서 갈등을 빚어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중학생 시합 중에 뛰어들어 자식의 상대 선수를 넘어트리거나 때리는 부모도 있다.

한국도 부모들 문제는 심각하다. 골프 시합에서 짧은 퍼팅을 실수했다며 어린 딸을 바로 그린 밖으로 불러내 뺨을 때린 아버지들이 있었다. 치맛바람에다 바짓바람까지 일으키는 극성 부모들이 수두룩하다.

미국 대학농구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헐리의 말은 극성 부모들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다. 극성 부모들에 휘둘리는 지도자들도 깊이 새겨들어야 할 소중한 조언이다.

■”역사상 최강”을 만든 감독의 철학과 원칙

7만5,000여 명 관중들이 모인 ‘3월의 광란’ 결승전이 끝난 이후 헐리 감독은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농구 왕족’으로도 불리는 그의 가족과 뛰어난 지도력 때문.

아버지는 39년 고교 감독을 지낸 명장.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형은 듀크 대 포인트 가드. 대학선수권대회를 2연패하고 NBA에서 뛰었던 명선수였다. 이제 막내가 감독으로 ‘전설’이 된 것이다(‘막내도 전설이 될까’ 3월22일 칼럼 참조). 3부자는 고교·대학·프로농구에서 감독과 선수로 농구 역사에 남는 절정의 위업을 이뤘다.

코네티컷은 55년 만에 결승에 오른 퍼듀 대를 15점 차로 이겼다. 준결에선 30점 차로 승리했다. 2년간의 64강전 12경기 모두를 두 자리 점수 차(21.5)로 이긴 것에 미국이 놀랐다. 선수권대회 사상 첫 기록. 코네티컷이 우승하는 순간 방송 해설을 한 찰스 바클리 등 전설의 선수들은 헐리의 전술·전략을 극찬했다. 많은 매체들이 부임 6년 만에 2연패를 이룬 그의 ‘놀라운 지도력’을 다뤘다.

헐리는 고교 졸업 때 상위 10명에 든 선수를 6년 동안 1명도 뽑지 못했다. 12위 1명이 고작. 30-100위 안팎의 선수들을 모아 “역사상 최강”이란 평가까지 받는 팀으로 만들었다. 헐리는 지난해 3명을 프로농구(NBA)에 보냈다. 올해도 2명이 신인 선발 상위 10위 안에 뽑힐 것으로 보인다. 2년 잇달아 “‘3월의 광란’을 압도적으로 지배했다”는 찬사를 듣는 것은 경기의 전술·전략 이외에 그만의 선수 충원 철학·원칙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일부 부모들은 특출한 기능을 가진 자신의 아이가 신이 내린 선물이며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금 미국 대학 선수들은 이름, 이미지(NIL) 등을 이용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나쁜 부모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감독들은 유망주를 얻기 위해 그런 부모들을 용인한다. 부모들과 어떠한 거래도 마다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헐리는 다르다. 선수를 뽑을 때 그 부모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다. 팀 정신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선수들을 고르면서 똑 같은 잣대로 부모를 본다. 만약 부모들이 바르고, 단단한 가정을 꾸린다면 자식은 감독의 지도를 잘 받아들일 것이라고 본다. 늘 예의 바르며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

■“나쁜 부모가 팀을 침몰시킨다”

“키나 기술 등 선수의 재능은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부모는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우리는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서 부모를 살핀다. 부모들과 얘기를 나눌 때, 그들이 끊임없이 지도자들에 대해 불평하는가? 아니면 아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하며 기술을 더 다듬어야 한다고 얘기하는가? 어떤 말들을 하는지가 어떤 부모인지를 말해 준다.”

헐리는 훈련이 힘들거나 혼 날 때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불평하고 하소연하는 자식에게 “감독 말씀 잘 들어”라고 나무라는 부모를 원한다. “네가 팀에서 최고 선수인데 감독이 그것을 보지 못하다니 미친 인간 아니야”라고 호통 치는 부모를 원치 않는다.

충원 과정에서 그는 이기심이 강하고 아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부모는 어떤 관용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한다. 선수들 부모 가운데 잘못 된 사람들이 팀의 단결·화합을 깨뜨린다. 한 명의 나쁜 부모가 팀을 침몰시키기 때문이다.

부모뿐 아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 헐리는 평소엔 선수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한다. 그러나 훈련은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매우 강하게 시킨다. 한 선수는 “감독은 단 4분의 수비 훈련으로 모든 선수들이 바닥에 뻗어버리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헐리는 “우리는 정말 옛날 방식의 책임성을 요구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연습에서 선수들과 대화할 때 나의 태도는 옛 방식이다. 노력, 승리에 대한 집중, '우리'가 '나'보다 중요하다는 정신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된 통계와 분석을 활용하는 현대 농구를 훌륭하게 자신의 농구에 접목한다. 하지만 철저하게 기본기·규율을 강조하는 옛날 농구를 추구한다. 요즘 한국식으로 말하면 ‘꼰대’다.

그러나 헐리는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세태가 변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기본을 따를 뿐이다. “선수들은 재능에 앞서 바른 인성과 태도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 거기에다 그는 바른 인성·태도를 가진 부모를 원한다. 아무리 탐나는 선수라도 부모가 나쁘면 포기한다.

그런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평범한 선수들을 최고로 길러내 최고의 팀을 만들면서 최고의 감독이 되었다. 미국이 헐리 감독에 열광하는 이유다. 한국도 그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손태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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