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남혜연 기자]"전문가라고 다르지 않아요.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발전하고 싶어요."
범죄심리학자 박지선(45) 교수는 달랐다.
전문가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설명하기에 앞서, 또 다른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30대에 하고 싶은 것을 이뤘다. 공부를 했고, 외국에서도 살아 봤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어느 덧 꿈이 없이 살아가는 나를 발견했다"면서 "요즘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범죄심리학자라는 다소 장벽이 높은, 생소한 분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 것 같았다. 혹여 지금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해 온 교수가 아닌 정치계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지선 교수는 먼저 이부분에 대해선 단호했다. 범죄심리학자라는 이 길을 걷기 까지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 왔고, 현재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만큼 자부심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또 하나, 그는 또 다른 공부를 하고 싶어 다른 곳을 볼 겨를이 없다고 했다.
때문에 '정치 활동에 대한 제안이 온다면?'이라는 질문에 그는 "하고 싶은 게 있다. 심리와 범죄가 아닌 다른 공부를 하고 싶다. (정치에 대해) 전혀 고려한 바가 없다"며 현재 자신의 일 그리고 또 다른 미래를 위한 준비에 집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박지선 교수는 "범죄심리학은 공부를 하고,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과정이다. 너무 일찍 꿈을 이뤘기에 더 하고 싶은 게 없는 줄 알았다. 얼마 전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실 범죄학 수업이 조금 힘들다. 그날은 아주 힘든 사건을 얘기한 뒤 학생들에게 '세상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적으라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실은 나도 배우고 싶은 게 있다. 꿈이 생긴 거다. 그래서 가고 싶은 또 다른 대학원을 준비 준비 중이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게 있을 때, 어떤 직업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무엇이 하고 싶은지, 그런데 또 직업은 수단이나 진로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것이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 것 같다"며 자신의 발전에 더 많은 힘을 쏟을 것을 시사했다.
말 하기 쑥스러워했지만, 그간 박지선 교수가 해온 방송 프로그램을 본다면 충분히 짐작 가능했다. 바로 영화다.
박 교수는 범죄심리학자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얼굴을 알린 가운데, 장도연과 함께 영화를 범죄 심리학자의 관점으로 분석한 '지선씨네마인드'라는 무비 프로파일링 토크쇼를 진행한 적이 있다.
특히 박지선 교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라는 장르에 전문영역이 프로파일링을 접목시켜 사회학적으로 닿아있는 영화의 시선을 재해석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프로그램을 위한 영화를 선정하기 위해 50~60편 정도 영화를 보는 열정을 보였던 만큼, 진심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박지선 교수는 영화에 대한 보다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자 함이 이때부터 시작됐다.
박지선 교수에게 '영화란?'이라는 질문을 던지자 "나의 꿈이자, 내가 전하고 싶은 얘기를 구현해 낼 매개체"라며 "범죄영화 시나리오를 한 번 써봤다. 그런데 어느덧 보니 범죄사건들을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쉽지 않더라. 오히려 특정 인물이 떠오르지 않게 하는게 더 어려웠다. 그런데 영화에선 관객이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시나리오들이 있지않나. 사건을 설명해주는 게 아닌, 진짜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며 영화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범죄심리학자 교수의 영화사랑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결국은 같은 길의 또 다른 발전인 셈이다. 박지선 교수는 자신의 전문성을 영화에 녹여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었다.
여기에 또 하나, 엄마 박지선의 일상도 말했다.
박 교수는 "애를 낳고 보니 '통제' '컨트롤'이라는 것, 내가 노력을 해도 안 되는게 있었다. 아이 덕분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 됐다. 또 다른 일상과 영역이 새롭다. 시간을 아껴써야 되고,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더 감사하게 되더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차세대 전문 방송인의 책임감 그리고 교수 아닌 박지선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역시나 전문 영역에 대해선 명쾌하게, 자신에 대해선 더욱 겸손하게 말을 이어가며 신뢰를 더했다.
박지선 교수는 "'차세대 전문 방송인'이라는 책임감은 전혀 없다. 방송에서 범죄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피해자에 대해선 누구보다 조심해야 한다. 또 범죄니까 팩트가 틀리면 안된다. 사건에 대해 말할 때는 그 어느때 보다 책임감이 많이 든다"면서도 "전문가라고 해서 성장을 멈춘 사람이라고 봐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전문가라 공부하고 발전해야하며, 무언가를 배워나갈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남혜연 기자 whice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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