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장재현 감독 "박력있고 화끈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MD인터뷰](종합)

장재현 감독 / 쇼박스 제공
장재현 감독 / 쇼박스 제공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문을 연 장재현 감독이 신작 '파묘'로 돌아왔다. 이번엔 스니커즈를 신고 굿을 하고, 여가시간엔 스피닝을 타는 'MZ무당'이 관객을 맞이한다. 이 때문이었을까. '파묘'는 개봉 전부터 '범죄도시 3'을 잇는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며 극장가에 희소식을 전달했다.

22일 마이데일리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장재현 감독을 만나 영화 '파묘'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파묘'는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동현), 그리고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의 파묘 후 벌어진 일을 그린 영화다. 화림과 봉길은 기이한 병이 되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나고, 불길한 기운을 무시한 채 상덕, 영근과 함께 파묘를 한다.

이날 장 감독은 '파묘' 제작 계기에 대해 "사실 소재는 계속 머릿속에 있었다. 이 소재로 영화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코로나가 왔다. 코로나 때 극장을 방문했는데, 사람은 한 명도 없고, (관객인 나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QR코드를 찍고 나오는 과정이 너무 답답하더라. 그때 이런 관객들이 숨통이 트일 수 있게끔 박력있고 화끈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어 "사실은 좀 음흉한 공포영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며 "어떻게 보면 정 반대의 길을 걸었다. 공포영화로 만들었어야 했다면 박지용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무당, 지관, 장의사 등 전문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들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장재현 감독 / 쇼박스 제공
장재현 감독 / 쇼박스 제공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만큼, 장 감독은 사전 조사를 위해 실제 전문가들을 찾아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소재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하고 제일 먼저 간 곳이 한국장례협회다. 보통 협회를 찾아가는 것이 제일 빠르다. 가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요새는 장의사가 없고 상조회사가 있을 뿐이라더라. 그래서 그분들이 아시는 장의사 몇 분을 소개받고, 그분들을 만나다 보니 풍수지리사 분들과 연결이 됐다. 그 사이사이에는 이 영화와 제일 잘 어울릴 만한 무속인 분들을 찾아 도움을 받았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 이 모든 과정을 다 했고, 그렇게 2년에서 3년 가량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집요하리만치 완벽을 기했던 조사 덕일까. 장 감독은 이도현이 연기한 '봉길'의 모티브를 실제 무속인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은 무속인들이 생각보다 연령대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진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30~40대다. '사바하' 촬영 중에 만났던 무속인 한 분이 실제로 대학생 때까지 야구 선수를 하다가 무병을 앓게 되고, 너무 힘들어서 온몸에 글로 문신을 했다. 그분이 정말 잘생겼는데, 거기서 이도현이 역할한 '봉길' 캐릭터를 따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묘'는 6장으로 이뤄진 영화지만, 크게 2부로 나눌 수 있다. 1부와 2부의 분위기가 다소 달랐기에 이에 대한 호불호가 존재할 터. 장 감독은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1부와 2부가 톤이 다르니 불편할 것"이라면서도 "그런 진보가 없다면 영화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앞의 톤처럼 웰메이드로, 담백하게 영화를 만들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더라도 끝까지 밀어붙여야 내게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좋게 봐주시면 좋겠다. 어디서 그런 장면을 볼 수 있겠나. 엄청 재밌다"며 웃었다. 

장재현 감독 / 쇼박스 제공
장재현 감독 / 쇼박스 제공

2부로 넘어가며 영화가 조금 더 비현실적으로 발전하는 만큼, 그 안에 담긴 한국인 특유의 정서가 드러나며 영화의 진짜 주제가 베일을 벗는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흥행을 위해 반일 코드를 넣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장 감독은 이에 대해 "반일코드라기 보다는 그냥 우리나라, 우리 땅에 집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선을 옆 나라로 가지 않고 우리나라 땅을 들여다 봤다. 우리 역사를 보면 곪아 터진 잔재가 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그걸 '파묘'하고 싶었다. 과거의 아픔, 상처의 두려움을 뽑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제게는 2부에서 나오는 캐릭터는 상징성이다. 그 캐릭터가 하는 대사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들이 자세히 보면 다 정보들이고, 캐릭터가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이야기한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장재현 감독 / 쇼박스 제공
장재현 감독 / 쇼박스 제공

끝으로 장 감독은 '오컬트 외길인생'을 걸으면서도 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제일 듣고 싶은 칭찬이 '발전했다'다"라고 밝혔다. 장 감독은 "했던 걸 또 하고, 좋았던 걸 섞어서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지 않다. 계속 새로운 것과 도전을 하고 싶은 것이 제 욕망이다"고 털어놨다.

이어 장 감독은 "언젠가부터 사회생활을 하며 사랑과 의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동체가 없다는 걸 느꼈다. 그런 집단은 교회나 절같은 (종교적인)공동체에서만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난 우리가 그런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꼭 톱니바퀴의 하나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종교가 교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새벽 기도를 가는 우리 엄마의 마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전하고 싶었다"며 영화의 의의에 대해 강조했다. 

이예주 기자 yeju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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