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박석민·채태인…삼성 삼총사의 영광과 좌절, 마지막 불꽃 기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왕년의 삼총사도 세월의 늪을 피해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 명은 일찌감치 은퇴했고, 두 명은 사실상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단계다.

삼성 중심타선에 2008년부터 등장한 3인방이 있었다.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이다. 최형우는 한 차례 방출됐다가 재입단했고, 박석민은 군 복무를 마친 상태였다. 채태인은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가세한 케이스.

2000년대 초반 삼성 중심타선을 책임졌던 이승엽, 마해영, 심정수 등이 일본진출, FA 이적, 노쇠화 등에 시달렸다.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양준혁이 펄펄 날았지만, 미래의 동력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선동열 전 감독은 2008년부터 리빌딩 명목으로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을 집중적으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결국 최형우와 박석민은 FA 재벌 최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성공한 야구선수가 됐다. 채태인은 두 사람보다 빨리 전성기를 끝냈고 유니폼도 가장 먼저 벗었다. (2020시즌 후 은퇴) 그러나 2010년대 초반 삼성왕조를 이끈 핵심 타자로 성장해 삼성의 역사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건 분명하다.

그런 세 사람도 어느덧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우선 채태인이 2016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으로 떠났다. 채태인은 넥센, 고향팀 롯데를 거쳐 SK까지 갔으나 삼성 시절의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은퇴했다.

한 방이 있었지만, 오히려 통산타율 0.298이 보여주듯 정확성 있는 타격을 했다. 타자로 전향해 거의 곧바로 잠재력을 터트린 케이스였다. 큰 키와 긴 다리를 앞세운 1루 수비력도 좋았다. ‘채천재’라는 별명이 괜히 붙여진 게 아니다.

최형우는 2016-2017 FA 시장에서 4년 100억원에 KIA로 갔다. FA 100억원대 계약의 포문을 연 주인공이었다. 최형우는 KIA에 가자마자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예년의 기량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2021시즌에는 눈 질환으로 애버리지가 뚝 떨어졌다. 2022시즌에는 건강에 문제가 없었으나 예년보다 운동능력이 떨어지면서 전체적인 생산력이 완벽히 회복되지 못했다. 최근 2년간 236경기서 26홈런 126타점. 전성기에 한 시즌에도 거뜬히 해냈던 수치다.

올해 최형우는 FA 3년 47억원 계약의 마지막 시즌을 맞이한다. 작년에 2021년의 부진을 완벽히 만회한 건 아니었다. 40세 시즌에 완벽하게 부활한다면, 선수생활도 연장하고 FA 계약도 한 차례 더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지명타자는 올 시즌에도 우선권이 주어질 전망이다. KIA는 여전히 최형우의 묵직한 한 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사실상 은퇴 위기에 몰릴 전망이다.

박석민도 최형우와 상황이 비슷하다. 2021년 한국야구를 뒤흔든 코로나 술판파동의 주동자로서 야구 팬들의 큰 질타를 받았다. 지난 2년간 단 75경기서 10홈런 43타점 생산에 그쳤다. 애버리지 역시 뚝 떨어졌다. 2022시즌에는 0.149였다. 잔부상도 있었고, 후배들의 도전에 흔들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올해 박석민이 부활할 만한 환경이 조성됐다. 노진혁(롯데), 박준영(두산) 등 3루수 요원들이 FA 및 보상선수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박석민이 오랜만에 3루수로 많은 경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제 기량을 회복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2+1년 34억원 FA 계약도 종료한 상황. 올 시즌에는 일반 연봉계약을 맺고 재기에 도전한다.

공교롭게도 최형우와 박석민은 지난 2년간 좌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40세, 38세로 삼성 시절의 운동능력과 기량을 회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두 팀 사람들과 팬들은 뭔가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는 것도 사실이다. 워낙 화려한 커리어와 우승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마지막 불꽃이 꺼지기에는 아쉽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위에서부터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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