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회피' 김연경-김희진-김수지...'절친' 이기에 더 이기고 싶었어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순천(전남) 유진형 기자] 눈을 보면 마음이 약해져서...

두 시즌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온 '배구여제' 김연경이 국내 복귀전을 가졌다.

흥국생명 김연경은 13일 오후 전라남도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진행된 '2022 순천·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개막전에서 IBK 기업은행을 상대로 18득점을 하며 세트 스코어 3-1(25-16, 25-23, 24-26, 28-26) 팀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 김연경은 풀타임으로 경기를 뛸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전날 흥국생명 선수단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5명이 발생하며 전체 선수 13명 가운데 8명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용인원이 많지 않았던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풀타임으로 경기를 뛸 수 밖에 없었다.

김연경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막상 경기기 시작되니 특유의 승부욕이 발동했고 두 눈은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반대편 코트에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배구를 한 절친 김수지와 대표팀에서 긴 시간을 함께 한 김희진이 있었지만 특별한 인사 없이 승부에 집중했다.

지난여름 함께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일군 김연경, 김수지, 김희진이었지만 세 사람은 네트 앞에서 마주쳐도 서로 의식적으로 눈길을 피했다. 특히 누구보다 김연경을 잘 아는 김수지는 동료들에게 김연경의 패턴과 공격 방향을 알려주며 적극적으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알고도 못 막는 게 김연경이었다.

김수지는 김연경의 공격을 예상하며 블로킹을 시도했고 김연경은 김수지의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을 하며 치열하게 대결했다. 김수지와 김희진이 함께 블로킹을 함께 뛰면 김연경은 두 선수 사이의 빈틈으로 스파이크를 강타하는 노련한 플레이로 절친들을 허무하게 만들었다.

"김연경은 월드클래스다. 본인이 잘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라고 했던 IBK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의 말대로 왜 김연경을 월드클래스라고 부르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다.

34.88%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한 김연경은 공격에서는 아직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지만 서브, 리시브, 수비에서 팀에 큰 도움을 줬다.

한편 흥국생명은 적은 가용인원으로 경기를 뛰니 3세트부터 체력 저하가 나타났지만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개막전 경기를 승리할 수 있었다.

국내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연경은 "오랜만에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해 너무 즐거웠다. 관중들이 찾아와 주셨는데 코로나 19로 선수들이 빠져서 실망하시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팬들 응원 덕분에 힘이 났다"라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의식적으로 서로 시선을 피하며 경기에 집중한 흥국생명 김연경과 IBK 기업은행 김수지와 김희진. 사진 = 순천(전남)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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