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촌에서 태어나 맨발로 '양말 공'차던 소년, 카타르 월드컵 출전...'꿈은 이루어진다'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난민촌에서 태어난 맨발에 ‘양말공’을 차던 난민소년이 카타르 월드컵에 진출했다. 국제축구연맹 뿐 아니라 미국 abc 방송 등 각종 매체는 기적을 이룬 난민 출신 축구 선수인 호주 국가대표팀의 아워 마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마빌은 지난 14일 오전 3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아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예선 대륙 간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호주가 승부차기 끝에 페루를 5-4로 이겼을 때 마지막 키커로 나서 호주의 다섯 번째 골을 성공시킨 주인공이다.

"나는 내가 득점할 줄 알았다"는 마빌은 "그것이 우리 가족이 호주에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마빌은 1995년 케냐의 한 난민촌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의 조국은 원래 남수단이다. 남수단의 내전을 피해 인근 케냐로 넘어오는 바람에 출생지가 케냐 난민촌이 됐다.

그는 “나는 오두막, 정말 작은 오두막에서 태어났다”며 지금 묵고 있는 호텔의 방이 우리 난민캠프에서 살던 곳보다 더 크다고 할 정도로 정말 초라하고 작은 오두막이었다고 한다.

어릴 때 그는 축구를 했다. 축구화와 축구공은 언감생신. 그냥 맨발이었고 양말을 뭉친 공이었다(He was playing soccer with his bare feet, their ball was a tangle of socks). 축구는 운명이었다. 아니 난민 캠프에서 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없었다.

FIFA 웹 사이트에 따르면 축구 보는걸 좋아한 그는 축구 시청을 위해 tv가 있는 곳까지 한 두시간 걸어갔다고 한다. 물론 공짜가 아니다. 약간의 돈을 냈다고 한다. 그리고 축구 경기를 시청한 후 다시 걸어서 돌아왔다.

난민캠프에서 생활하던 마빌은 11살 때 삼촌의 도움으로 난민을 받아준 호주 정부 덕분에 호주 국민이 됐다.

그리고 마빌은 애들레이드시에 정착해 정식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맨발로 양말공을 차던 마빌의 재능은 곧바로 널리 알려졌고 2014년 호주 U20대표팀에 합류했다.

“저는 호주가 저와 제 가족에게 인생의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그리고 2015년에는 U23대표팀이 되었다. 3년후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후 그는 호주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지금까지 ‘사커루’의 일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마빌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잊지 않았다. 2014년 마빌은 자신이 태어난 난민캠프를 도와주기위해 다시 그곳을 찾았다.

“나는 난민촌을 잊지 않고 있다. 그곳에 친구와 지인이 있다.”

그리고 마빌은 그곳에 축구장비를 전달했다. 단체를 만들어 그곳에 거주하는 난민뿐 아니라 인근 난민촌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연히 유니폼과 신발을 지원하고 축구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가 지원하는 단체 이름은 '맨발에게 신발(Barefoot to boots)'이다.

“축구로 성공하는 꿈이 이루어졌다. 내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난민촌 아이들에게 내가 명백한 증거이다.”

아마도 마빌의 도움을 받은 소년들 중에 ‘제 2의 마빌’이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후 마빌이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호주에 도착한 후 공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마빌. 사진=AFPBBNEWS]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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