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야구’ 와 ‘머니 게임’ 충돌...두산 'FA 빅2'는 양의지 '복사판'?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2018년 12월11일이다.

NC 다이노스 구단은 보도 자료를 통해 ‘두산 베어스에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포수 양의지(1987년생, 당시 31세)와 2019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4년간 총액 125억 원 규모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충격적인 이적 소식이었다. 당시 두산그룹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해도 팀 전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양의지를 포기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특히 두산그룹의 야구 사랑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두산 프런트도 양의지가 FA 자격을 획득하자 신중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처음에 책정했던 계약금 연봉 등 총액 규모가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가파르게 올라갔다.

최종적으로 그룹에서 120억 원 이상을 써도 좋으니 무조건 양의지를 잡으라는 재가가 떨어졌다. 그러나 그사이에 NC 다이노스가 양의지와의 계약을 성사시켜 버렸다.

두산 프런트의 상실감도 컸다. 준비했던 이상의 최선을 다하고도 양의지 계약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NC 다이노스가 누린 양의지 효과는 컸다. 첫해인 2019시즌 양의지는 1994년 이만수 이후 첫 포수 타격왕에 올랐다. 아울러 전년도 최하위였던 NC를 7위로 끌어 올렸고 마침내 2020시즌 NC 다이노스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안겼다. 양의지는 집행검을 뽑아 올렸다.

지난해는 시즌 후 두산 베어스가 경기도 이천에 있는 베어스 파크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290억 원에 매각하고 재임대하는 과정을 거쳐 그 자금으로 3루수 허경민과 중견수 정수빈을 잡았다. 제2의 양의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도 위기다. 외야수 김재환 박건우가 나란히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섰다.

이번에는 다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두산의 자랑은 ‘화수분 야구’다. 두산은 양의지를 내주고도 올시즌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고 구단 프런트는 절묘한 트레이드도 해냈다.

만약 두산 베어스가 올해도 김재환과 박건우를 모두 잔류시키면 향후 최소한 4년간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멈춰 서게 되고 과거 삼성이 했던 거액의 머니 게임(money game)을 하게 된다.

두산이 외부 FA를 영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집안의 곰들’인 김재환 박건우 모두 계약한다면 구단 연봉 규모도 커질 뿐만 아니라 이천 베어스 파크에서 퓨처스리그를 뛰며 성장하고 있는 외야수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좌익수 김재환, 중견수 정수빈, 우익수 박건우가 모두 다년 계약 선수가 되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의 두산 베어스가 2018시즌 후 양의지를 놓치는 첫 번째 사태를 겪었다면 이번에는 ‘화수분 야구’를 지키기 위해 김재환과 박건우를 잡지 못하는 ‘제2의 양의지 사태’를 감수해야 한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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