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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의 혼(魂) 나가시마의 등장...김경문호 긴장
21-07-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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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섭씨 34도가 넘고 습도까지 높아 건강한 사람들도 견디기 힘든 도쿄 올림픽 개막식이었다. 23일 저녁 도쿄 신국립경기장(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개막식에는 206개국에서 온 취재진 950여명이 관중 역할을 대신했다. 슬로건은 ‘감동으로 함께 한다(United by Emotion)'이다.

비슷한 시각 서울 고척돔구장에서는 김경문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이 국군체육부대 야구단, 상무 피닉스(감독 박치왕)와 실전 감각을 조율하는 연습 경기를 하고 있었다.

이 시간 진행된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일본 국민들에게는 감동 그 자체로 가슴에 와 닿는 인물이 성화 봉송을 위해 등장했다. 한국이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베이징 올림픽 이후 야구는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가 이번 도쿄 올림픽에 다시 일회성으로 전체 33종목, 339개 금메달의 하나를 차지하게 됐다.

이때 일본 야구의 전설이자 살아 있는 국민적 영웅, 나가시마 시게오 요미우리 자이언츠 종신 명예 감독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1936년생인 그의 나이가 벌써 85세이고 무려 17년 전인 2004년 3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나가시마 감독은 불편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공식 석상에 나서는 것을 극히 꺼려 왔다. 그의 근황을 아는 사람들이 가족 외에는 거의 없었을 정도이다.

나가시마 감독은 이날 함께 한 오 사다하루 현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과 당대의 라이벌이었고 ‘탸격의 신’으로 불리던 가와카미 데쓰하루(1920~2013)의 계보를 잇는 전설적인 3루수였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일본 대표팀 감독이었던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대표팀 고문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감독은 호시노 센이치 전 주니치 드래곤스 감독이 맡았으나 준결승전에서 김경문감독의 한국 대표팀에 패해 동메달도 못 따고 4위에 그쳤다. 일본야구사에 수치로 남아있는 베이징 올림픽이었고 한국에 반드시 설욕을 해야 한다는 목표가 세워져 13년 만에 그 기회를 잡은 일본이다.

시간이 흘러 2019년 11월 김경문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일본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주최 프리미어12에서 일본에 2패를 당하고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은 이번 도쿄 올림픽 출전권은 확보했으나 슈퍼라운드에서 일본에 8-10 패, 결승전에서 다시 맞붙어 3-5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도쿄 올림픽 전초전 격의 프리미어 12에서 일본전 패배는 충격이 컸다, 준우승을 하고도 귀국 공항에서 국가대표팀은 편하게 웃지도 못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 한국에 수모를 당한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반드시 야구 금메달을 따내겠다며 절치부심해 왔다. 당시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2018년 세상을 떠났다. 주니치 드래곤스 시절 함께 했던 선동열감독이 조문을 한 바 있다.

나가시마 전 감독이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가 일본야구가 이번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가 어느 정도인지 알수 있다. 소름이 끼칠 정도다.

잘생긴 외모와 ‘미스터 베이스볼’로 불린 야구 실력도 전설적이지만 뼈를 깎는 노력을 새벽까지 하는 것을 보여주기 싫어 지하실에서 개인 훈련을 할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나가시마였다. 그런 그가 요미우리 시절 제자 마쓰이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서’ 개막식에 나왔다.

‘사실 잘 걷지 못하는 상태여서 휠체어를 권했으나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일본야구의 혼(魂)이 살아 나고 있다. 한국야구 대표팀이 어느 때보다 긴장해야 할 것이다.

[성화 봉송에 나선 일본 야구의 혼, 나가시마 시게오감독. 왼쪽부터 오 사다하루 회장, 나가시마 감독, 그리고 마쓰이다. 나가시마 감독이 중심에 있다. 사진=AFPBBNEWS]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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