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박경리 "가수→연기 자체가 도전, 과거의 나에게 고마워" [MD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좋은 선배님들과 감독님, 작가님들과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었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가수 경리와 배우 박경리는 같지만 다르기도 한 인물이다. 가수로서는 독보적 존재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배우로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래도 경리인데’라는 생각으로 배우 박경리가 걸어온 길, 걸어갈 길에 대해 곡해한다면 큰 실수다. 자신은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기 제의를 거절해왔다는 경리는,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한 박경리로서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작은 기회에도 감사하며 여느 신인배우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박경리는 JTBC 금토드라마 ‘언더커버’에서 안기부 언더커버 요원으로 활동했던 고윤주(한고은)의 청춘 시절을 연기하며 극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가수로 활발히 활동했을 때 많이 찾아주셨는데, 연기는 배우신 분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별출연하는 것도 부담스럽더라고요”라고 밝힌 박경리. 첫 정극 도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적 연기력을 보여준 그는 “이번에는 공부도 하고 욕심, 책임감을 가져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처음에는 엄청 긴장했어요. 가수랑 배우는 촬영장 분위기 자체도 너무 달랐고, 전 카메라를 보는 직업이었는데 연기를 할 때는 보면 안 되잖아요. 너무 어색하고 긴장됐죠.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어요. 신인이지만 신인이 아니잖아요.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제가 처음인 걸 아셔서 배려해주신 것 같아요”라며 겸손한 말을 건넸지만 ‘언더커버’에서 박경리는 첫 도전이라기엔 쉽지 않은 역할들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특히 고윤주의 청춘 시절이 한창 촬영됐을 때는 한파가 몰아쳤을 시기. 입이 얼어 대사도 하기 힘든 추위 속에서 불안한 고윤주의 내면부터 액션, 2인 1역, 마약을 하는 연기까지 까다로운 연기들을 자연스레 녹여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팩트 폭격기’인 제일 친한 친구도 ‘처음치고는 잘했다’는 응원을 해줬다고. 연기를 권유했던 부모님도 배우가 된 딸의 모습에 기뻐했다.

“부모님은 일단 딸이 브라운관에 나오는 것 자체를 좋아하셨어요. 20대 때 ‘너도 연기로 나와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하셨거든요. 저는 가수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걸 더 잘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제안이 들어오면 회사에도 ‘가수 활동만 하겠다’고 말씀드렸었고요. 회사를 이적하고 대표님과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연기를 배워보면 어떻겠니’라고 제안을 받았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과거 연기를 배우지 않은 채로 특별출연을 했던 것과는 여러 부분이 달라지기도 했다. 박경리는 “책임감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준비과정 자체가 다른 게, 예전에는 배우질 못했으니까 이해를 많이 못 한 채 했었어요. 표현이 잘 안 됐었는데 지금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회사에도 물어볼 선배님들도 있고 하니까 그런 데 있어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억지로 가수 시절 이미지를 바꾸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고윤주 역할이 단순히 팜프파탈 모습만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윤주가 언더커버 역할이잖아요. 정체성의 혼란 같은 걸 표현하는 게 더 고민스러웠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모습이 비슷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연기적으로 고민을 더 많이 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서 조금 더 플러스시키고 싶은 부분도 있고요. 제가 가지고 있는 부분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제 캐릭터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너무 좋아요.”

어느덧 30대 초반이 된 경리. 배우로선 늦은 나이일 수도 있지만 동안 외모, 게다가 연기력까지 뒷받침되니 폭넓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바.

“연기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도전이었어요.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기는 해요. 막상 30대가 되니까 막막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마음을 많이 비운 상태에요. 내가 욕심을 가지면 될 것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준비를 잘하고, 어울린다면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사실 박경리가 연기를 제대로 배운 건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가요계에서 한 획을 그은 경리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오디션을 보러 다닐 예정이라고. 박경리는 스스로 “난 신인이야!”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제가 과거에 열심히 했던 걸 고마워하긴 해요”라며 웃어 보였다.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힘들 때도 있었지만요. 처음 선생님과 연기 수업을 하며 입을 뗐을 때는 너무 어색했어요. 요즘에는 적극적이 됐어요. 그러다 보니까 재미도 느끼고, 제 안에 있던 스트레스 같은 것도 해소가 되더라고요. 처음이다 보니까 아직 부족한 게 많이 느껴지지만 저한테는 준비하는 과정부터도 힐링이 되는 일이에요.”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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