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를 위해 연주한 기타, 신대철 'Starlight'[김성대의 음악노트]

[마이데일리 =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1997년 ‘Guitar Battle’이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이 있었다. 말 그대로 당대 내로라하는 록 기타리스트들이 ’기타’로 한판 ‘배틀’을 펼친 작품이다. 알 피트렐리(앨리스 쿠퍼, 사바티지, 메가데스), 조지 린치(도켄), 마이클 리 퍼킨스, 렙 비치(윙어, 화이트스네이크), 스티브 모스(딕시 드렉스, 딥 퍼플, 플라잉 컬러스), 브래드 길리스(나이트 레인저), 존 페트루치(드림 씨어터, 리퀴드 텐션 엑스페리먼트), 그리고 앤디 티몬스(데인저 데인저)가 참여한 이 음반에선 점프 블루스 명곡 ‘Train Kept A-Rollin’’을 비롯해 비틀즈의 'Something', 척 베리의 'Memphis', 프린스의 'Purple Rain', 알 피트렐리가 쓴 'Mambo King', 그리고 재즈 록 밴드 웨더 리포트의 'Birdland'가 메뉴로 다뤄졌다.

기타 배틀은 힙합으로 치면 랩 배틀과 비슷하다. 가령 다이나믹 듀오의 '동전 한닢' 리믹스 버전이나 에픽 하이의 'Born Hater'에서 벌스(Verse)별로 래퍼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내듯 기타 배틀에서도 소집된 기타리스트들은 정해진 곡 안에서 자신들이 준비한 프레이즈로 일촉즉발의 신경전을 벌인다. 물론 전제가 있다. 랩 배틀에서 비트가 주어진다면 기타 배틀에선 테마(코드)가 건네지는 것이다.

2021년 5월 12일. 시나위의 리더 겸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바로 그 '기타 배틀' 곡 하나를 세상에 풀었다. 제목은 'Starlight'. 부제로 'Stand With Myanmar'가 붙은 것에서 짐작되듯 이 싱글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반인륜적 진압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나라의 시민으로서 신대철(과 동료들)은 음악으로라도 그들과 연대하려 기타를 든 셈이다.

곡은 박영진의 덜컹거리는 드럼 솔로로 시작해 곧바로 신대철의 솔로로 스며든다.(신대철은 베이스도 직접 쳤다.) 아무래도 싱글의 취지가 취지인 만큼 신대철은 1분 20여 초에 이르는, 기교와 감성을 모두 챙긴 릭(Lick)을 기다리고 있는 기타리스트들에게 제시한다. 이 테마를 넘겨받은 하세빈(네미시스)은 빨라진 템포에 맞춰 슬라이드와 가벼운 태핑(Tapping)을 곁들여 부드럽고 상쾌한 연주를 펼친다. 그의 플레이는 톤과 스타일 모두에서 스티브 바이를 떠올리게 한다.

다음 주자는 록 밴드 AFA의 제이크 장으로, 묵직한 7현 기타를 들고 에디 밴 헤일런이 떠오르는 화려한 태핑 음들을 자신의 릭에 촘촘히 심었다. 이어 바통을 받은 김윤수(W24)는 비교적 교과서적인 연주를 들려주며 간간이 조 새트리아니처럼 피크로 음을 쪼개거나 매끄러운 슬라이드로 멜로디에 숨통을 트여주며 자신의 임무를 마친다.

파워 코드로 손을 풀며 등장하는 메써드의 김재하는 아밍(Arming)과 태핑을 양 축으로 삼아 자신의 밴드에서 뿜었던 야성을 잠시 내려놓고 당면한 멜로디에 집중한다. 이후 저음 피킹 하모닉스와 소극적인 아밍으로 느슨한 듯 알차게 자신의 순서를 헤쳐나온 타미 김, 그에 이어 모든 릴레이 연주에서 가장 독창적인 멜로디를 들려준 조필성을 지나고 나면 일렉트릭 기타 연주 팬들이 가장 즐길 수 있을 만한 호쾌함으로 박창곤이 곡을 절정에 데려간다.

빡빡한 속도보단 여백의 느낌에 충실한 황린(ABTB), 유튜브 초창기에 파헬벨 캐논을 록 기타로 해석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임정현(Funtwo)은 자신의 뒤에 이현석이 있다는 걸 의식한 듯 마지막 태핑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지구력을 보여준다. 물론 '한국의 잉베이' 이현석은 예상대로 별빛 같은 피킹 하모닉스와 폭풍 같은 얼터네이트 속주로 앞선 10명 기타리스트들의 음악적 메시지에 완전무결한 마침표를 찍는다.

신대철은 올해 솔로 앨범 발표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그는 32년 전 '코로나(Corona)'(!)라는 솔로작을 이미 한 차례 냈었다. 하지만 그땐 록 기타리스트로서만 충실했던, 장르적(또는 음악적)으로 조금은 덜 여문 것이었다면 이번엔 연륜이 깃든 원숙한 무엇을 내보일 전망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말 블루스 싱글 'Morning Glow Blues'를 낸 그는 3월에는 'Sleeping Hand'와 'Love Tone' 두 곡을 내리 발표했다. 전자는 재즈적 접근을 보여준 곡이고 후자는 고 신해철이 2012년 무렵 프로듀스, 믹스, 어레인지를 모두 도맡은 트랙이다. 아마도 'Starlight (Stand With Myanmar)'는 바로 그 신대철의 두 번째 솔로 앨범 마지막을 장식할 듯 보인다.

[사진제공=신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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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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