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유아인의 탈주[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유아인의 이미지는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평소에 개념을 갖고 소신있게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대중의 눈치를 보며 이미지 관리하는 여타의 배우들과 결이 다르다. 2012년 총선 당시 트위터에 “투표의 결과는 민심을 헤아리는 지표가 되고 일꾼들이 국민의 소리를 듣는 소통의 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나와 다른 이를 지지하는 사람은 적도 아니고 남의 편도 아니다. 나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노오력’을 요구하며 청춘을 길들이려는 사회에 맞서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고 밀고 나간다. 유아인에겐 ‘탈주’의 이미지가 있다.

‘버닝’=이창동 감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이 시대 한국사회에 맞게 각색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다. 영화 자체가 모호하다. 해미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벤은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고양이 이름은 왜 끓어오르는 보일(boil)인가. 청춘의 분노를 삭이며 살고 있던 종수는 작가 지망생으로 소설을 쓰는데, 결말이 현실인지 소설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가 벌거벗은 몸으로 떠나는 곳은 어디일까.

‘#살아있다’=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와이파이,문자,전화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 유아인은 가족과의 연락이 끊긴 채 세상에 혼자 남겨진 '준우'의 외롭고 절박한 감정을 생생하게 연기했다. 준우는 아파트에 ‘갇힌 인물’이다. 그는 떼로 덤벼드는 감염자 무리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다. 일상이 한순간에 공포로 변해버린 팬데믹의 무서움을 경험한 관객에게 유아인은 ‘살아있음’의 간절함을 오롯이 전했다.

‘소리도 없이’=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태인(유아인)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괴 범죄에 연루된다(그도 어린 시절에 유괴됐을 것이다). 초희(문승아)를 계속 붙잡아 둘 것인지, 놓아 줄 것인지의 갈등이 유아인의 깊이 있는 감정연기로 드러난다. 그는 마지막에 ‘범죄의 세계’에서 탈주한다. 새로운 삶을 위해 조폭의 양복을 벗어 던진다. 그리고 어딘가로 걸어간다.

세 영화에서 알 수 있듯, 그는 갇혀 있지 않고 떠난다. 유아인은 ‘생존의 공간’을 찾았을 것이다.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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