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죽였다', 스릴러도 죽였다…이시언의 '나 혼자 고군분투' [MD리뷰]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아내를 죽였다', 스릴러물로서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선사하지 못하고 배우 이시언의 고군분투기에 그쳤다.

'아내를 죽였다'는 음주로 전날 밤의 기억이 사라진 남자 채정호(이시언)가 아내 정미영(왕지혜 )을 죽인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친구 박진수(이주진)와 술을 마신 뒤 곯아떨어진 정호. 숙취에 시달리며 겨우 눈을 뜬 다음 날 아 침, 경찰 최대연(안내상)으로부터 별거 중이던 아내 미영이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그 순간 정호는 자신의 옷에 묻은 핏자국과 피 묻은 칼을 발견하고, 가장 강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친다. 알리바이를 입증하고 싶지만 간밤의 기억은 모두 사라진 상태. 스스로를 믿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정호는 어젯밤의 행적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이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평점 9.4를 기록한 희나리 작가의 동명 웹툰(2010)을 스크린으로 옮겨낸 것.

영화로 재해석된 '아내를 죽였다'는 어떨까. 파격적인 그 제목에 못 미치는 완성도로 서사가 무너지며 스릴러 장르만의 묘미를 만끽하기 어렵다.

분명 시작은 흥미롭다. '블랙아웃 스릴러물'을 내세우며 몰입감의 진입장벽은 없다. 흔히들 "필름 끊겼다"라고 표현하듯, 과음으로 인한 단기 기억 상실이라는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법한 소재 에 아내와 별거 중이라는 설정으로 제목 그대로 영화의 출발점인 남편 정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데 무리 없이 설득력을 갖췄다. 사건 발생 단 하루 전으로 돌려 초반부터 휘몰아치는 전개로 스크린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했다.

여기에 이시언의 장기인 조미료 없는 생활 연기가 녹아들며 쫄깃한 맛을 살렸다. 특히 극 초반 편의점에서 이시언의 눈물 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흡인력 높은 열연으로 주연으로서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그러나 영화는 기껏 쌓아올린 '블랙아웃' 소재를 뒷심 있게 표현하지 못하고 밋밋하게 매듭짓는다. 느슨하게 단순한 회상신의 반복으로, 주인공 스스로 범인이 아님을 증명하는 과정과 그런 주인공을 의심하게 만드는 장치들이 충돌하며 형성되는 긴장감이 없다. 정호, 미영 등 각 캐릭터들의 베일에 싸인 사연도 날뛰듯 그려져 반전 재미보다 뜬금없게 와닿는다. 결국 결말에 이르러 진범이 밝혀졌을 때 허무한 감정이 앞선다.

"권고사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일상이 무너진 상황에서 개인이 쉽게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꼬집고 싶었다"라는 김하라 감독의 의도는 좋았지만, 사회적인 메시지와 장르물 사이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스릴 없는 스릴러'로 전락했다. 이시언의 데뷔 10년만 첫 스크린 주연작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작품이기에 더욱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 = kth]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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