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은 왜 마지막 대국 상대로 AI를 택했을까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 최근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이 은퇴기념대국의 상대로 국내의 AI(인공지능)을 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세돌 9단은 NHN의 '한돌'과 전남 신안과 서울에서 3번기를 둘 예정이다. 대국 방식도 예사롭지 않다. 치수고치기이며 이세돌이 두 점을 깔고 둔다(하지만 덤 7집반은 받는다). 1,2국을 내리 지면 3국에서는 4점까지 깔아야 하는 상황이 될수도 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라며 한때 세계 바둑계를 주름잡던 이세돌 9단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세돌9단과 대국을 하는 '한돌'은 지난 8월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처음으로 참여해 3위에 입상한 바 있다.

이세돌 9단은 2016년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1차대국 완패 이후 두 가지에 놀랐다고 털어 놓았다. 첫째는 "초반을 풀어내는 능력이 예상보다 강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나중에는 서로가 어려운 바둑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승부수 혹은 사람으로 치자면 수읽기가 자신이 도무지 둘 수 없는 수가 나왔거든요"라며 허탈해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5번기중 4국에서 신의 한수(?)인 78수로 1승을 거둔 바 있다. 이 4국의 1승이 현재까지는 인공지능을 상대로 인간이 거둔 유일한 1승이다.

이세돌 9단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점을 깔고 두는 첫판은 아마도 내가 질 것 같다"며 "최강의 기사라면 인공지능과 두 점 바둑으로 해볼 만하다. 석 점은 아닐 것이다. 호선에서는 사람이 못 이긴다"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이세돌 9단은 은퇴기념대국의 상대로 인공지능을 택했을까. 그것도 접바둑을 감수하면서까지. 현재 프로기사들은 일류 프로 기사와 인공지능의 실력 차이로 최소 두점을 꼽는다. 집으로 따지면 최소 30집이상이다.

이세돌 9단의 조기 은퇴에는 인공지능이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세돌 9단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나오니, 미친 듯이 해서 다시 일인자가 돼도 제가 최고가 아니더라. 내가 지독하게 해도 컴퓨터에 밀린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일인자가 돼도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이제 인공지능(AI)은 초일류 프로바둑기사라도 '넘사벽'이 되버린 것을 어느정도 인정한 셈이다. 이세돌 9단은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길 확률을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과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한바도 있다.

자존심이 강한 이세돌 9단으로서는 현역기사들 예를 들면 커제 9단이나 이창호 9단, 구리 9단 등과의 은퇴 기념대국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 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운아' 이세돌 9단이 조기 은퇴를 부채질했던 인공지능과의 기념대국이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이세돌답다'라는 평가가 따르기도 하는 이유다.

어찌됐든 이번 대국으로 인공지능과 일류 프로기사의 실력 차이를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될 듯하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의 마지막 대국이 4점 접바둑으로 끝나는 자충수(?)만큼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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