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 번역가 "'슈퍼밴드'서 자막 무단 사용, 사과받고 마무리" [입장 전문]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번역가 황석희가 JTBC '슈퍼밴드'의 자막 무단 사용에 대해 전했다.

황석희 번역가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번역을 무단으로 사용한 건은 사과를 받고 마무리하기로"라며 '슈퍼밴드'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작진의 사과글을 캡처한 사진을 공개했다.

'슈퍼밴드' 제작진은 "제작진은 평소 외국어 가사 번역을 위해 외부 전문 번역 업체를 통해 모든 곡 해석 작업을 의뢰하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생방송의 경우 준비 기간이 촉박해, 일단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던 황석희 번역가 님께서 번역하신 가사로 자막 작업을 미리 해놓았고 추후 번역 업체의 자막으로 교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담당자들 간의 소통의 오류로 이러한 사실을 생방송이 시작되기 직전에 파악하게 되었고, 결국 더 큰 방송 사고를 막기 위해 많은 부분 황석희 번역가 님이 번역하신 내용 그대로 방송에 나가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겠다. 거듭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황석희 번역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더 자세히 상황을 전했다.

그는 "며칠 전 JTBC '슈퍼밴드' 측에서 제 자막을 무단으로 사용한 일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담당 피디님께 정중하고 성의 있는 사과를 받았다. 시청 중에 가사 자막을 보니 제가 워너뮤직코리아와 작업했던 곡의 자막이 거의 그대로 나와서 슈퍼밴드 측에 문의를 드렸다. 100% 똑같은 건 아니고 한 95%? 몇 곳만 바꿔놓으셨더라"라며 "무단으로 사용하신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것마저 임의로 수정해서 쓰신 걸 보고 놀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슈퍼밴드'는 제가 첫 편부터 전부 챙겨볼 정도로 좋아했던 프로그램이고(사실 '무한도전' 종영 후론 몇 년간 본방 시청한 프로그램이 이거 하나예요) 기분 좋게 끝난 프로그램에, 그것도 우승곡에 딴지를 거는 기분이라 넘어갈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번역 저작권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 같아 연락드려 문제를 제기했다"며 "한국에선 번역 저작권이 무시되는 일이 흔하고 또 별것 아닌 것으로 여겨질 때도 있지만 어떤 성격의 저작권이든 개인의 권리는 지켜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2일 방송된 JTBC '슈퍼밴드' 마지막 회에서 호피폴라(아일 김영소 하현상 홍진호)가 'One more light'(원곡 린킨 파크)를 불러 초대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이 황석희 번역가의 번역을 무단 사용했다.

<이하 황석희 번역가 페이스북 글 전문>

며칠 전 JTBC 슈퍼밴드 측에서 제 자막을 무단으로 사용한 일이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담당 피디님께 정중하고 성의 있는 사과를 받았습니다.

시청 중에 가사 자막을 보니 제가 워너뮤직코리아와 작업했던 곡의 자막이 거의 그대로 나와서 슈퍼밴드 측에 문의를 드렸어요. 100% 똑같은 건 아니고 한 95%? 몇 곳만 바꿔놓으셨더라고요.

가뜩이나 "one more light"이란 곡은 조 한님과 린킨파크 팬들에겐 너무 아픈 곡이고 소중한 곡이라(먼저 떠난 멤버분에 관한 곡이에요) 저 곡을 부르신다고 할 때부터 마음 졸이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보고 있었는데 가사 자막이 무단으로 사용한 제 번역물인 걸 보고는 더욱 마음이 안 좋았어요.

제게 사용 문의를 하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여 제 저작권을 침해하셨고 정당한 보수를 지불하고 해당 작업을 의뢰했던 워너뮤직코리아의 권리를 침해하신 거죠.

무단으로 사용하신 것도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것마저 임의로 수정해서 쓰신 걸 보고 놀랐어요. 정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클라이언트들도 번역자와 상의 없이 함부로 번역을 고치진 않거든요. 심지어 인터넷 아마추어 자막에도 "수정 배포 금지"라는 문구가 붙는다는 걸 생각하면 그게 번역자에게 얼마나 불쾌한 일인지는 짐작이 가실 거예요. 문제를 인지하셨을 때 먼저 연락 주셨다면 참 좋았을 텐데 저와 어제 연락이 닿았으니 생각보다는 늦었죠. 그게 안타깝긴 해요.

슈퍼밴드는 제가 첫편부터 전부 챙겨볼 정도로 좋아했던 프로그램이고(사실 무한도전 종영 후론 몇 년간 본방 시청한 프로그램이 이거 하나예요) 기분 좋게 끝난 프로그램에, 그것도 우승곡에 딴지를 거는 기분이라 넘어갈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번역 저작권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 같아 연락드려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앞으로 더 신중하게 점검하시겠다 하셨고 정중하게 사과하셨기에 저도 이 이상은 문제 삼지 않기로 했습니다. 보상도 꼭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지만 대가는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주셔서 좋은 뮤지션들, 좋은 음악들 소개해 주신 걸로 받은 셈 치려고 해요. 이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은 슈퍼밴드에 대한 애착 때문이지 다른 곳에서도 이랬을 경우 이해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국에선 번역 저작권이 무시되는 일이 흔하고 또 별것 아닌 것으로 여겨질 때도 있지만 어떤 성격의 저작권이든 개인의 권리는 지켜져야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더 신중히 점검하셔서 앞으로 더 발전하는 슈퍼밴드가 되길 빌겠습니다.

[사진 = JTBC 방송 캡처, 홈페이지 캡처]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