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아이스하키, '키예프의 기적' 재현 도전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019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를 겨냥한 본격적인 전력 담금질에 나선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일 오후 진천선수촌에 소집되어 29일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아스타나의 새로운 지명)에서 막을 올리는 2019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까지 이어질 장기 합숙 훈련을 시작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한국 아이스하키에 ‘포스트 평창’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2014년 10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출신의 백지선 감독-박용수 코치 체제를 꾸리고 ‘세계의 벽’을 향한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 매년 괄목상대할 성장을 거듭했고, 지난해 2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과 5월 덴마크에서 열린 2018 IIHF 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며 ‘진정한 세계 최고 수준’을 경험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도전 제 1막이 마무리된 셈이다.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올림픽-월드챔피언십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과 싸우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한국 아이스하키는 ‘세계의 벽’을 향한 두 번째 도전을 시작한다. 누르술탄에서 열리는 2019 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가 그 출발점이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일 진천에서 시작되는 장기 합숙훈련을 통해 ‘올림픽 후유증’을 털어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정신적, 전술적 태세를 완벽하게 갖춘다는 각오다.

이번 대회는 한국 아이스하키가 출전한 역대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 대회 가운데 가장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세계 랭킹 16위의 한국은 29일 헝가리(20위)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슬로베니아(15위), 카자흐스탄(18위), 리투아니아(25위), 벨라루스(14위)와 차례로 맞붙는다. 슬로베니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는 월드챔피언십 수준의 강팀이고 헝가리는 최근 6차례 맞대결에서 3승 3패로 호각을 보이고 있는 난적이다. 디비전 1 그룹 B에서 승격한 리투아니아가 비교적 전력이 처지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NHL 레전드 다니우스 주브러스가 회장에 취임한 이후 리투아니아 아이스하키가 전체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음을 고려할 때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다.

이번 대회 1위와 2위 팀은 2020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월드챔피언십으로 승격하고 최하위 팀은 디비전 1 그룹 B로 강등된다. 객관적 전력을 놓고 볼 때 승격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되지만 심기일전해 2017년 키예프에서 일궈냈던 이변을 재현한다는 것이 대표팀의 각오다.

최근 디비전 1 그룹 A 대회에서 혼전이 거듭됐고, 2016년 이탈리아, 2017년 한국, 2018년영국 등 약체로 평가됐던 팀들이 월드챔피언십에 승격하는 이변이 거푸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아이스하키가 ‘키예프의 기적’ 재현에 도전해볼 여지는 충분하다.

대표팀은 1일부터 10일까지 진천선수촌에서 체력 훈련과 빙상 훈련을 병행하는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한 후, 11일 일본 도마코마이 전지훈련에 나선다. 13일과 14일 두 차례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연습 경기를 치른 후 15일 귀국하는 대표팀은 16일 곧바로 진천선수촌에 재집결, 21일까지 마무리 훈련을 진행한 후 23일 결전지로 떠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객원코치로 임명된 ‘러시안 레전드’ 세르게이 넴치노프(45)는 지난 31일 입국해 1일부터 시작되는 훈련에 합류한다. 넴치노프는 소비에트연방 대표로 1989년과 1990년 월드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고, 1991년 NHL에 진출, 1994년(뉴욕 레인저스)과 2000년(뉴저지 데블스) 스탠리컵 챔피언에 등극했다. 1996년 월드컵 하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 러시아 대표로 출전하는 등, 현역 시절 러시아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명성을 떨쳤고 은퇴 후에는 KHL 최고 명문인 CSKA 모스크바(2008~11) 사령탑을 역임하는 등 지도자로서도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사진 =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