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희숙의 딥썰] 혐오의 늪에 빠진 산이의 자충수

[마이데일리 = 명희숙 기자] 래퍼 산이가 자신을 공격하는 특정 집단을 향한 곡을 발표했지만 '빼애액', '쿵쾅쿵' 등 혐오를 조장하는 자극적인 가사로 대중의 뭇매를 받고 있다. '혐오'를 '혐오'로 맞서는 것은 옳지 않다.

산이는 좋은 래퍼이자 방송인이다. 세련된 말솜씨와 적절한 때를 아는 센스 덕분에 방송가에서도 많이 찾았고, 대중적인 래퍼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산이는 어느 순간 '워마드', '메갈' 등 극단적 단체와 대치하며 연일 화제에 오르고 말았다. 물론 '워마드', '메갈'이 산이를 향해 조롱과 비하적인 표현으로 모독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다. 다만 산이가 이같은 '혐오'에 '혐오'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산이의 논란은 이수역 폭행사건이 발단이었다. 산이가 페이스북에 "이수역 사건 새로운 영상"이라는 영상을 게재하며 '2가 가해'라는 지적을 받았던 것이다. 이수역 폭행사건 하나만으로도 뜨거운 감자였던 당시, 산이의 개입은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이후 격해진 일부 대중이 산이를 비판했고, 산이는 '페미니스트'라는 음악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의도를 떠나 "그렇게 권릴 원하면 왜 군댄 안 가냐. 왜 데이트 할 땐 돈은 왜 내가 내", "지하철 버스 주차장 자리 다 내줬는데" 등 논쟁적인 내용을 단순하고 자극적으로 언급하며 '여혐 래퍼 산이'라는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다.

여기에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제리케이의 디스까지 더해졌고, 산이가 다시 제리케이를 디스하며 스스로 '혐오의 늪'에 빠진 꼴이다. 자신은 '페미니스트'가 여성혐오곡이 아니라고 해명하며 가사를 마치 국어책처럼 풀이하는 굴욕을 자처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산이는 '웅앵웅'을 발표하고 스스로 '메갈', '워마드'라고 말하는 집단과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일부 '남성 혐오'를 주장하는 일부 집단을 결국 또 다른 '혐오'로 맞서는 산이의 모습은 대중에게도 이질적일 수밖에 없다.

소속사 브랜뉴뮤직 콘서트에서 관객들에게 "내가 싫으냐"며 " 페미니스트 노. 너넨 정신병"이라고 독설을 퍼붓는 산이. 스스로를 독한 말에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명희숙 기자 aud666@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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