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감독으로 못 이룬 우승 꿈, '단장' 염경엽으로 이루다

[마이데일리 = 잠실 고동현 기자] 비록 감독으로는 아직 기쁨을 못 누렸지만 '단장 염경엽'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2014년 11월 10일 서울 잠실구장. 정규시즌 2위 넥센 히어로즈는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에서 치열한 대결을 펼쳤다. 1승 2패로 뒤졌지만 4차전에서 승리, 2승 2패를 만들었고 5차전에서도 9회초까지 1-0으로 앞섰다.

운명의 9회말. 마무리 손승락이 선두타자 김상수를 유격수 앞 땅볼로 처리했다. 이어 야마이코 나바로까지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하지만 강정호가 이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이후 후속타자 박한이를 삼진으로 잡으며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 했지만 채태인의 안타에 이어 최형우의 우익선상 2타점 끝내기 적시타가 터지며 경기는 삼성의 승리로 끝났다.

허무하게 패한 넥센은 6차전에서 1-11로 완패했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당시 넥센 사령탑이었던 염경엽 감독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4년. 많은 것이 바뀌었다. 팀은 넥센에서 SK로, 직함은 감독에서 단장으로 변했다.

2017년부터 SK 단장 역할을 수행한 염경엽 단장은 감독에 이어 단장 자리에서도 성공시대를 열었다. 특히 그가 단행한 트레이드들은 이번 SK의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염 단장은 지난해 초, KIA 타이거즈와 4:4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김민식과 이명기를 얻은 KIA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올해는 SK가 트레이드 효과를 제대로 봤다.

노수광은 팀의 최대 약점이었던 리드오프 자리에서 팀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비록 부상으로 인해 포스트시즌 그라운드에서는 서지 못했지만 정규시즌 때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SK의 2위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노수광과 함께 SK 유니폼을 입은 이성우 역시 허도환과 함께 백업 포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김택형 트레이드도 빼놓을 수 없다. 넥센 감독 시절부터 김택형을 눈여겨봤던 염 단장은 지난해 5월 넥센과 1:1 트레이드를 했다. 김택형을 받고 좌완 신인 김성민을 내줬다. 당시 김택형은 토미존서저리(팔꿈치인대접합수술) 이후 재활 중이었다.

기다림의 보람이 있었다. 비록 정규시즌 때는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포스트시즌이 되자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친정팀 넥센과의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에 나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3경기 승리 중 2경기에서의 승리투수는 김택형이었다.

화룡점정은 강승호였다. 염 단장은 올해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LG 트윈스와 1:1 트레이드를 했다. 우완투수 문광은을 내주고 내야수 강승호를 영입했다.

사실 다음 시즌을 보고 데려온 강승호였지만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올시즌 LG에서 타율 .191 1홈런 10타점 4득점에 머물렀던 그는 SK 이적 이후 37경기에서 타율 .322 2홈런 21타점 10득점을 올렸다.

포스트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타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활약했다. 특히 최정을 대신해 3루수로 선발 출전한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의 호수비 퍼레이드는 팀 승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6차전에서는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염 단장은 트레이드 뿐만 아니라 KBO리그에 익숙하지 않던 트레이 힐만 감독에게 여러가지 조언을 하며 그의 연착륙을 도왔다.

4년 전 잠실구장에서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그는 이제 같은 장소에서 '우승팀 단장'이 됐다.

[SK 염경엽 단장.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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