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KBO 총재 “병역, 국민정서 반영 못해 죄송”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아시안게임 후폭풍’을 겪고 있는 KBO 정운찬 총재가 머리 숙여 사죄했다. 이어 논란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정운찬 총재는 12일 KBO 7층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 야구계의 당면과제와 KBO리그의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 3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일부 선수들이 병역논란에 시달렸고, 실업 또는 사회인야구인으로 구성된 경쟁팀들에 고전해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한국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상처뿐인 금메달’이었다.

취재진 앞에 나선 정운찬 총재는 미리 준비한 전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정운찬 총재의 입장발표 전문이다.

국민 여러분, 야구팬 여러분, 그리고 야구 관계자 여러분.

KBO 커미셔너 정운찬입니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보내주신 아낌없는 큰 성원에 다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당초 목표대로 우승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아시안게임 야구 3연패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스포츠인 야구는 아시안게임에서 여러분의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외형의 성과만을 보여드리고 만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유구무언’입니다. 그러나, 입다물고 시간이 지나기만 바랄 수 없기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KBO와 한국야구 대표팀에 대해 지적해주신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비판을 뼈아프고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아시안게임 야구를 지켜보며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KBO가 ‘국위 선양’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과거의 기계적 성과 중시 관행에 매몰되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 국민과 야구팬들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경기장 안은 물론 사회생활에서 최선을 다하는 ‘페어플레이’와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아직도 한국 야구를 아끼고 사랑하시는 모든 분의 우려와 걱정이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KBO 커미셔너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국가대표 선발과 국가대표팀 운영 등 주요 사안들을 제대로 점검하고 조정해 내지 못한 저의 책임이 큽니다. 특히 병역문제와 관련된 국민정서를 반영치 못해 죄송합니다.

이제 KBO는 적극적으로 나서 소통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한국야구의 미래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1차 실무협의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김응용 회장님과 함께 프로와 아마추어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KBO KBSA 한국야구미래협의회(가칭)’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을 다시 살펴보고 한국야구미래협의회의 여러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연구, 토의하여 자랑스럽고 경쟁력을 갖춘 선수 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 야구계 전반을 들여다보고 갖가지 구조적인 문제들을 바로잡겠습니다. 또한 한국야구미래협의회 조직 내에 TF팀을 구성해 국가대표 운영시스템, 야구 경기력과 국제 경쟁력 향상 및 부상 방지 시스템의 체계적인 구축, 그리고 초중고 대학야구의 활성화 및 실업야구의 재건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제가 취임할 때 발표한 바와 같이 올해 목표는 한국프로야구 산업화를 위한 KBO리그 제도 확립 및 개혁입니다. 어제 열린 KBO 리그 이사회에서 회원사 대표들과 외국인선수 계약 금액 상한선을 비롯하여 FA 및 드래프트 제도, 최저임금, 금년에 경험한 혹서기에 대비한 경기 시각의 탄력적 운영 등을 폭넓게 논의했습니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물들을 내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팬 여러분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혹시라도 야구에 대한 의혹이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날카로운 지적과 충고를 해주시고 대안을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를 비롯한 KBO 직원들은 언제든 두 귀와 마음을 열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KBO는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팬 여러분의 성원에 진정으로 부응하는 ‘공정한 야구’, ‘국민과 함께하는 야구’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입장을 발표한 정운찬 총재는 이어 현장을 찾은 취재진과 질의응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정운찬 총재에게는 향후 대표팀 선발 방식, 외국선수 상한선 등 다양한 질문이 전달됐다. 정운찬 총재는 “한국야구미래협의회를 통해 문제점을 바로 잡겠다”라고 말하는 한편, “외국선수 상한선과 관련해 규칙을 어기면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야구미래협의회가 구체적으로 맡게 될 역할은?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을 다시 돌아보고, 한국야구 전문가들과 협의해 야구계를 전반적으로 돌아보고 문제점을 바로 잡겠다. 아시안게임 이전에도 김응룡 회장과 여러 문제에 대해 논의를 했고,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 문제를 포함해 모든 것을 논의할 예정이다. 선수 선발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 전임제를 만들었고, 선수 선발 권한은 감독이 갖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이 생겼고, 이 부분을 개선하도록 할 것이다.”

-축구대표팀이 시행 중인 기술협의회와 관련된 논의도 있었나?

“자카르타에서 관계자들과 매일 한국야구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너무도 상식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선수 선발의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 투명성을 가져야 한다.”

-외국선수 상한선을 정한 이유는? 외국선수들의 수준이 낮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과거 선수들은 이미 계약을 한 상황이라 파기할 수 없었다. 수준 저하에 대해선,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한국에 안 온다. 40인 로스터에 못 들어가는 외국선수가 한국야구를 ‘봉’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이면계약과 같이 룰을 안 지키는 팀에 대해선 혹독한 제재를 가했다. 정말 철저하게 일벌백계할 생각이다.”

-병역은 예민한 부분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국민들은 아시안게임이 병역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좋은 방안이 나올 것이라 믿고, 그 방침에 따르겠다.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선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마와 프로선수들이 함께 대표팀을 구성하고, (프로에서)각 팀마다 1명씩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야구미래협의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할 것이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과 관련해 비난을 많이 받았다.

“물론 책임은 선동열 대표팀 감독에게 있다. 여러분도 알고 있듯, 선동열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지도자였다. 코칭스태프의 (선수 선발과 관련된)결정을 존중한다. 하지만 국민의 정서를 따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사과드린다. 체계적인 규정을 통해 보완하겠다.”

-논란이 된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졌나? 워낙 많은 소문이 떠돌았다.

“아시안게임 끝난 지 10일 정도 됐다. 여러 얘기를 듣고 있지만, 공식적인 조사는 아직 안 했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관중이 감소했는데?

“내가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시청률, 관중의 감소 폭이 더 컸다. 자료를 찾아본 스태프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리그가 계속 진행되다 휴식기 때문에 안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덜 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했다. 이미 발표했듯, 다음 아시안게임부터는 휴식기가 없을 것이다.”

-국내선수들의 FA 몸값도 손볼 예정인지?

“어제 10개 구단 사장들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FA, 최저임금, 드래프트제에 대해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다만, 우리끼리만 얘기할 게 아니라 선수협의회와도 사안에 대해 주고받아야 한다. 대체적인 의견은 FA 금액도 너무 높아서 구단 운영에 힘든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와 같은 수준이라면, 프로야구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FA 계약금이 너무 높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경찰청 문제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경찰청으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받은 적은 없다. 정식 공문이 오면 2004년 맺은 협약서에 근거해 KBO 요청사항을 공식적으로 전하겠다. 경찰청은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도 있다. 병역의무를 수행하며 선수 기량도 유지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내년에도 경찰청이 2군에 참가해 2020 도쿄올림픽에서 국위선양하길 희망한다. 폐지되더라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2019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경찰청 소속의 이대은이 선발됐다. 민병헌, 양의지 등 많은 선수가 경찰청 출신으로 활약 중이기도 하다. 이 점을 경찰청에서 검토해줬으면 한다. 비공식적으로 (폐지와 관련해)얘기는 나눠봤지만, 확답은 듣지 못했다.”

-향후 대표팀에서 아마, 프로의 균형을 지키겠다고 했는데?

“아시안게임 1차 명단이 발표됐을 때 1명도 대표선수를 배출하지 못한 팀이 있었다. 리그 중단되는데 1명도 대표팀에 가지 못한 팀이 있으면 되나 싶었다. 또한 프로야구의 저수지는 아마야구다. 초중고대학, 실업야구까지. 자카르타에서 일본야구를 보며 ‘참 세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아마야구는 침체기다. 실업야구도 부흥했으면 한다.”

[정운찬 총재.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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