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원표 믿음의 배구, 대한항공의 비상 이끌다

[마이데일리 = 인천 이후광 기자] 대한항공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 키워드는 ‘신뢰’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부임 2년 차인 이번 시즌 통합우승을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지난해 정규시즌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2승 1패 우위를 점하고도 내리 2연패를 당해 쏟았던 눈물을 다시 흘리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시즌은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초반 한선수, 김학민 등 베테랑 전력들의 부진이 찾아오며 전반기를 13승 11패(승점 35) 4위로 마감한 것.

그러나 대한항공은 후반기 화려하게 비상했다. 5라운드를 전승으로 장식한 뒤 6라운드서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등 상위권 팀들을 연달아 격파하며 봄 배구 진출을 확정지었다. 다만, 이러한 극적인 반등에는 체력소모가 동반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에서도 3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잘 버텨주고 있어 고맙다”라고 말하면서도 내심 선수들의 체력에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예상을 뒤엎고 챔피언결정전에서 휴식기를 가진 현대캐피탈을 압도했다. 첫 경기부터 듀스에 듀스를 거듭한 접전을 펼치며 상대를 압박했고, 강한 서브를 바탕으로 한 거침없는 공격 배구를 펼치며 2~4차전을 연달아 잡고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달했다. 대한항공에 어떤 마법이 일어난 것일까.

박 감독은 체력 열세 극복의 요인으로 신뢰를 꼽았다. 박 감독은 후반기 앞만 보고 달려온 선수단 휴식 보장에 만전을 기했다. 그 일례로 플레이오프부터 하루씩 보장되는 휴식일에 그 어떠한 훈련도 진행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훈련 때 유독 선수단을 강하게 몰아치는 지도자이다. 조급할 법도 했지만 박 감독은 “선수들을 믿었다. 당연히 불안한 마음이 컸지만 선수를 믿는 게 최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감독은 후반기부터 봄 배구까지 이어진 상승세도 이에 한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선수들이 이기면 피로를 덜 느낀다. 체력이 바닥난 건 지난해 챔피언결정전과 같다. 그러나 이번엔 정신적으로 준비가 됐다.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라고 힘주어 말한 박 감독이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시즌 초반 선수들이 성적이 안 좋아도 버티려고 했다. 져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하나라도 더 하려고 했다”라며 “난 그 때 느꼈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강해졌다는 걸”이라고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했다. 대한항공은 믿음의 배구를 통해 그렇게 만년 2인자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박 감독은 “믿음으로 시작한 우리의 봄 배구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이 30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 대한항공 점보스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스의 경기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 인천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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