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리뷰]‘곤지암’, 1인칭 체험공포의 끝판왕…한국호러의 새로운 활력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극한의 1인칭 체험공포의 끝판왕이 나왔다. 과거 할리우드의 ‘블레어 위치’가 숲에서 맞닥뜨리는 초자연적 현상에 주력했다면, ‘곤지암’은 폐쇄된 공간에서 ‘개인방송 생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불가사의한 공포를 실감나게 전달한다. 과연 ‘기담’을 만든 정범식 감독답다.

1979년 환자 42명의 집단 자살과 병원장의 실종 이후, 호러타임즈의 체험단 7명은 괴담으로 둘러싸인 곤지암 정신병원으로 공포체험을 떠난다. 이들은 조회수를 100만뷰로 늘려 돈을 벌기 위해 다양한 장비를 갖춰 나름대로 치밀한 준비를 세우고 잠입한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라이브 호러쇼 방송은 어느 순간부터 비명 소리로 바뀌고, 멤버들은 하나 둘씩 사라진다.

이 영화엔 한국 공포물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슬픔, 복수, 원한의 감정이 없다. 체험하러 갔다가 실제 ‘체험 당하는’ 젊은이들의 불안, 비명, 공포로 가득하다. 호러물의 전매특허인 강렬한 배경음악과 효과음 하나 없이, 오로지 현장음으로 심장 박동수를 높인다. 톡톡톡 바닥을 튀어오르는 탁구공 소리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6종류, 총 19대의 카메라로 잡아낸 생생한 디테일이 공포의 강도를 높이고, 1인칭 시점 촬영으로 밀도 높은 긴장감을 자아낸다. 원장실, 집단치료실. 실험실 그리고 열리지 않는 402호실로 옮겨가며 점차 옥죄어오는 초자연적 호러가 숨을 턱턱 막히게 만든다. 하얀색 팬티, 머플러, 인형, 벽에 쓰인 글자 등의 활용도 인상적이다.

공포체험 이벤트를 설계한 위하준(하준 역), 의욕이 넘치는 행동파 박지현(지현 역), 겁 없는 4차원 막내 박아연(아연 역), 공포체험 마니아 문예원(샬롯 역), 모든 멤버를 챙기는 박성훈(성훈 역), 분위기 메이커 이승욱(승욱 역), 겁쟁이 맏형 유제윤(제윤 역) 등 신인급 배우들의 호러 리액션 연기도 수준급이다.

‘여고괴담’ 시리즈 등으로 전성기를 맞았던 한국 호러영화는 그동안 맥이 끊긴 채 표류했다. 이제 ‘한국의 제인스 완’으로 불리는 정범식 감독이 돌아왔다.

호러 장르에 새로운 활력이 찾아왔다. 섬뜩하게.

[사진 제공 =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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