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모태범처럼…모두를 놀라게 한 차민규

[마이데일리 = 평창특별취재팀] 8년 전 모태범(대한항공)이 떠오른 질주였다. 설마 설마했지만 차민규(동두천시청)가 정말로 메달권에 진입할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차민규가 올림픽 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현장에 있던 취재진 모두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비록 0.01초 차이로 금메달은 놓쳤지만, 차민규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차민규는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단판 레이스에서 34초42의 기록으로 노르웨이의 호바르트 로젠트젠(34초41)에 간발의 차로 밀려 2위를 차지했다.

14조 아웃코스에서 레이스를 펼친 차민규는 첫 100m를 9초63으로 주파한 뒤 나머지 400m를 24초79로 뛰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차민규는 올림픽 신기록과 동률을 이뤘지만 로젠트젠에 0.01초 차로 다시 기록을 내줬다.

25살 늦은 나이에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선 차민규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 ‘깜짝 금메달리스트’ 모태범이 슬럼프에 빠진 사이 빙속 대표팀의 차세대 에이스로 급성장했다.

지난 2016-17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 500m 동메달을 딴데 이어 이번 시즌 월드컵에선 은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1위와는 불과 0.001초 차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민규의 평창올림픽 메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밴쿠버 대회 금메달 이후 자국에서 올림픽을 치른 모태범에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차민규는 모두의 예상을 깼다. 초반 100m 속도는 메달권이 아니었지만, 나머지 400m를 엄청난 속도로 주파하더니 올림픽 신기록을 작성했다.

바로 다음 조에서 노르웨이의 호바르트 로젠트젠(34초41)에 0.01초 차이로 올림픽 기록을 내줬지만, 차민규의 질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차민규는 8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을 연상시킨다. 모태범도 이날 “차민규의 은메달을 축하한다. 민규를 보고 밴쿠버 때가 생각났다. 물론 그때 나보다 더 잘 탄다”고 말했다.

2010년 밴쿠버에선 토리노 메달리스트였던 이강석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당시 21살이던 모태범이 갑자기 등장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앞선 선배의 깜짝 우승을 보고 성장한 차민규는 “나도 일 한 번 내보고 싶다”며 대회를 앞두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그리고 이는 평창올림픽에서 현실이 됐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안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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