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의 26년전 도쿄돔 첫 경험과 투수들 향한 당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8.44m가 아니라 30m로 보였다니까."

한국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은 현역 시절이던 1991년 한일슈퍼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일본 도쿄돔을 밟았다. 물론 선 감독은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뛰면서 도쿄돔 원정경기를 수 차례 치렀다. 하지만, 첫 경험은 강렬했다.

선 감독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1991년에 처음으로 도쿄돔에 갔다. 도쿄돔은 고척돔처럼 지하 불펜에 여유 공간이 없다. 딱 두 사람이 들어가서 던질 수 있는 공간만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좁은 도쿄돔 불펜에서 몸을 풀다 그라운드에 올라가니 허허벌판처럼 느껴졌다. 마운드에 섰는데 포수까지의 거리가 18.44m가 아니라 30m로 보였다니까"라고 회상했다. 그만큼 26년 전 도쿄돔 첫 무대가 떨렸다는 뜻이다.

선 감독의 시선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 참가하는 24세 이하 어린 투수들에게 향했다. 그는 "요즘 젊은 투수들은 고척돔에서 경기를 해봤으니 도쿄돔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도쿄돔 마운드에 처음으로 서면 떨릴 수 있다. 그러면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선 감독은 "고척돔은 도쿄돔에 비하면 크다. 도쿄돔이 은근히 작다. 홈런도 잘 나온다. 투수들은 큰 타구를 맞는 순간 홈런 여부를 직감한다. 도쿄돔에서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타구도 넘어간 걸 본 게 여러 차례였다"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투수로선 위축될 수 있는 환경이다.

선 감독은 투수들이 도쿄돔에서도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 결과를 떠나 자신의 경쟁력을 발휘하고 돌아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는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하면 힘으로만 던지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대신 던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공을 던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 선 감독은 일본의 기동력을 경계했다. "시즌 20도루 이상 기록한 선수가 2~3명 정도 라인업에 들어올 것이다,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리 투수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주자들의 도루, 공격적 주루를 묶으려면 투수의 주자견제능력이 빼어나야 한다. 언제든지 주자를 견제할 수 있는 작은 투구폼으로도 제구력과 맞혀 잡는 투구로 타자를 요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일본, 대만과 한국 젊은투수들의 경쟁력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이드암 임기영의 코멘트가 눈에 띈다. 그는 "국가대표 유니폼을 꼭 한번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다. 그러나 도쿄돔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다. 도쿄돔 마운드에 올라도 별 다른 느낌은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의외로 두려움 없는 젊은 선수가 적지 않다. 실패해도 큰 타격을 받지 않는 유형. 국제대회, 특히 도쿄돔에 대한 지나친 의식 없이 야구 자체에만 집중하면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선 감독이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선동열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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