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흡연혐의' 빅뱅 탑, '시끄러웠던 병원 퇴원기, 그리고 그 후' [송일섭의 사진공작소]

[마이데일리 = 송일섭 기자] '대마흡연' 혐의를 받고 있는 아이돌그룹 빅뱅의 탑(본명 최승현)이 지난 6일 의경복무중인 부대내에서 약물과다복용으로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오랜만에 전국에 단비가 내렸던 현충일,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취재중이었던 기자는 그 소식을 듣고 경기 종료후 급하게 탑이 입원한 이대목동병원을 찾았다. 오후에 응급실에 후송된 탑은 5층에 위치한 응급중환자실로 옮긴 상태였고 의식불명 이라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5층에 위치한 응급 중환자실은 이중문으로 되어 있어 환자 보호자도 하루에 한차례(13시~13시30분)만 면회가 허용 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한 곳이다. 더군다나 병원에서는 취재진이 몰리기 시작하자 로비에 펜스를 쳐놓고 통행하는 사람의 신원을 일일히 확인하며 기자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취재진들은 응급실 분위기만 겨우 몇컷 담고서 취재를 종료할수 밖에 없었다.

탑이 응급실에 입원한지 3일째 되는 9일날 의식을 회복한 탑의 퇴원소식이 전해졌다.(응급실에 입원할수 있는 시간은 최대72시간이다) 9일 오전 이대목동병원에 모인 기자들은 취재를 위해 현장풀을 실시했다. 탑의 퇴원시간과 퇴원 출구를 알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 모인 모든 기자들이 비좁은 응급실 입구에서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불편을 끼치며 진을 치고 기다릴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현장풀이란 현장에 모인 기자들이 각자 맡은 위치에서 취재를 진행한 뒤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응급실에서 진행되는 면회시간이 종료되고 1시간이 넘어갈 무렵 탑이 응급실을 나섰다. 환자복에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를 탄 모습이었다. YG관계자로 보이는 5~6명의 사람들의 보호를 받으며 급하게 응급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병원 정문에 대기 시켜 놓은 사설 앰블런스에 몸을 싣고 급하게 병원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의 충돌로 가벼운 다툼이 일어났다. 한 사진기자는 관계자들의 완력으로 안경이 파손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디어들은 현장풀 덕분에 다양한 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수 있었다. 응급실에서 나오는 모습부터 앰블런스에 타는 모습까지 공유된 취재 내용은 현장감 있고 힘이 넘쳤다.

이날 탑이 휠체어를 타고 나오면서 한 얘기는 '죄송합니다' 한마디 였다. 그것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한것이 아니라 나즈막한 혼자말처럼 중얼거린 소리였다. 사실 오전중에 기자들에게 목격된 탑의 모습은 응급실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휠체어에 앉아 앰블런스를 타고 가는 모습은 많은 의문이 들기에 충분했다.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아이돌그룹의 멤버로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그것도 '마약' 이라는 큰 문제를 일으킨 것 만으로도 비난을 받아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스타로서 가져야 하는 부담감과 현실의 벽, 그리고 외로움까지 스타들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도가 어찌되었던 '약물과다'복용으로 현실을 도피하려고 하고 세상과 단절하려는 모습까지 보였던 부분은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어야 했다. 병원의 면회시간을 어겨가며, 다른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불편함을 끼쳐가면서까지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것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탑은 소속사에서 보도자료로 배포한 사과문이 아닌 팬들과 취재진 앞에서 진심으로 사죄하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그것이 그를 지금까지 믿어주고 응원하며 기다려주고 있는 팬들에 대한 예의이며 의무일 것이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