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종훈 단장 “감독님과의 관계, 와전된 부분 많다” (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대전 최창환 기자] “감독님과 나의 관계에 대한 보도가 많이 됐는데, 대립 또는 언쟁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와전된 부분이 많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 이글스 사령탑에서 물러난 과정에 대한 잡음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김성근 감독이 자진 사퇴한 것으로 공식 발표됐지만, 일부매체에선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이 과도한 언쟁을 벌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바람 잘 날 없는 한화다.

박종훈 단장은 KIA 타이거즈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가 열리는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김성근 감독이 사퇴하게 된 배경, 이 과정서 나온 보도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전했다.

“감독님과 나의 관계에 대한 보도가 많이 됐는데, 대립 또는 언쟁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와전된 부분이 많다”라고 운을 뗀 박종훈 단장은 “아직 시즌을 포기할 단계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근 감독이 사퇴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정리한다면?

“감독님의 특타(당시 2군이었던 김주현, 박준혁) 요청을 거부한 게 시작이었다. 그때 감독님이 ‘이럴 거라면, 내가 나오지 않겠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단장으로서 이 부분을 윗선에 보고했고, 이후 다들 알고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시즌 도중 정식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됐다.

“감독님께서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실 거란 예상을 못했다.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분위기가 지속되면, 팀이 처한 어려운 상황이 더 길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비전을 갖고 도전하는 지도자를 찾을 것이다.”

-김성근 감독 사퇴와 관련해 감독-단장 사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면?

“나와 감독님의 관계에 대한 보도가 많았다. 실질적으로는 감독님과 구단이 추구하는 비전에 대한 대립이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나는 임무, 책임이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는 것도 아쉽다. 하지만 감독님과 언쟁을 많이 한 게 아니다. 과하게 보도된 측면도 있다. 물론 와전이 된 부분에 대한 발단은 특타였고, 판단은 내가 한 것이었다. 구단도 그 상황(1군에 등록되지 않은 선수들의 특타)이 계속되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 봐주시면 될 것 같다.”

-어떤 차기 감독을 바라는지?

“‘뉴 챌린지’라는 비전을 갖고 2017년을 시작했다. 우리 팀은 모두가 공감하는 ‘큰 분’이 감독을 맡고 있었고, 그 분이 추구하는 야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 육성을 단단히 하자는 팀의 비전, 감독님의 야구를 접목해서 성적을 내는 게 목표였다. 뜻하지 않게 상황이 이렇게 됐다. 감독님이 팀을 떠난 상황에서 우리 팀이 할 수 있는 것은 ‘뉴 챌린지’라는 팀의 비전에 적합한 인물을 찾는 것이다. 그게 내 임무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팀이 추구하는 비전은 무엇인가?

“우리 팀은 노장이 많다. 물론 그들은 실력이 있지만, 비전보다는 정체 또는 퇴보에 대한 걱정이 더 많은 게 우리 팀의 현실이다. 이 부분에 변화를 줘야 한다. 육성을 통해 프랜차이즈 스타를 발굴해 팀을 강하게 만들고, 육성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선수들이 좋은 팀워크를 보여주는 팀이 되는 게 비전이다.”

-필요하다면, 시즌 종료 후 선수단에 변화도 줄 계획인지?

“지금까지의 한화 야구는 감독님이 추구한 그대로의 야구였다. 이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비전에 입각한 야구를 해야 한다. 변화는 불가피하다.”

-차기 감독 후보는?

“어제까지는 감독님이 나간 이후 상황을 정리하는 것만 신경썼다. 오늘부터 후보군을 찾아 팀 내에서 논의를 하려고 했는데, 이 작업이 조금 늦어지고 있다. 될 수 있으면 빠르게 후보군을 정리해 팀에 맞는 감독을 찾도록 신경 쓸 것이다. 현재는 백지상태다. (김성근 감독 사퇴는)너무,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어제 직접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는데 어떤 얘기를 했나?

“민감한 부분이 있다. ‘프런트 야구’와 ‘현장 야구’라고 표현되는데, 단순하게 나눈다면 프런트는 구성, 현장은 운영이다. 그 경계선을 누가 넘어가면 월권이다. 월권을 해선 안 되지만 이견에 의해 조금 부딪칠 순 있다. 그래서 선수단을 살피고, 분위기를 체크하는 것도 단장의 임무라고 본다.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이런 분위기에 흔들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상군 감독대행이 정식 감독이 될 가능성은?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아직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정말 민감한 부분이라 하나의 불씨가 큰 불로 점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구단의 신뢰도도 흔들리고, 상황도 나빠질 수 있다. 조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상군 감독대행에게 전한 말이 있다면?

“‘어려운 시점에 감독대행을 맡아줘서 감사드린다. 팀이 흔들리지 않게 잘 이끌어주셨으면 한다’라는 부탁만 했다.”

-시즌 일정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신임 감독 선임, 이상군 감독대행의 승격 가운데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빨리 잡아야 할 것 같은데?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감독님, 구단의 준비자세에 차이가 있어 트러블이 생성됐다.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은 ‘올 시즌에 팀을 잘 끌고 가는 것’이었다. 그 부분이 내가 생각했던 만큼 되진 않았다. 경기를 보며 ‘해볼만하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팀이 빠르게 지친 부분도 있다. 2가지 생각이 공존하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아직 우리 팀이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최선을 다해 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그게 감독 선임이라면, 우리의 행보는 더 빨라질 수 있다.”

[박종훈 단장. 사진 = 한화 이글스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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