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순위 김동엽 vs 1순위 남태혁' SK와 kt의 엇갈린 선택 [고동현의 1인치]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2015년 8월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The-K호텔에서는 신인 2차 드래프트가 열렸다. 1년 전 김재윤, 장필준, 안태경 등 해외파들이 지명된 가운데 이번에도 '해외파 강세'는 이어졌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 위즈의 선택도 해외파였다. LA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던 남태혁을 지명한 것. 이어 NC가 1라운드 8번으로 정수민을, 삼성이 2라운드 1번(전체 11번)으로 이케빈을 지명했다. 롯데도 3라운드 4번(전체 24번)으로 나경민을 호명했다.

이날 드래프트에서는 미국 무대 경험이 있는 4명의 선수가 모두 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선수는 3명. 다른 1명은 중간 라운드도 아닌, 9라운드 전체 86순위가 돼서야 SK로부터 이름이 불렸다. 이날 구단의 선택을 받은 100명 중 86번째로 지명된 것이다.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리그 출신 김동엽이 주인공이다.

▲ 전체 1번 남태혁 vs 86번 김동엽, kt와 SK의 엇갈린 희비

당연히 이날 스포트라이트는 남태혁에게 쏠렸다. 남태혁은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파워만큼은 자신있다. 다른 부분은 직접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며 파워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KBO리그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6시즌 9월이 돼서야 콜업된 그는 16경기에 나서 타율 .205(44타수 9안타) 2타점 2득점에 그쳤다. 퓨처스리그에서도 50경기에서 타율 .246 6홈런 33타점에 만족했다. 삼진은 40개, 사사구는 16개를 기록했다.

겉으로 드러난 기록 뿐만 아니라 지난해 kt 코칭스태프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동엽은 지명 순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첫 해부터 증명했다. 물론 처음부터 기회를 얻은 것은 아니다. 4월 잠시 1군에 등록됐다가 7월 초까지는 퓨처스리그에서 뛰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타선에서 역할이 겹치는 최승준이 잠재력을 폭발시켰기 때문.

김동엽은 최승준의 부상으로 7월 10일이 돼서야 1군에 복귀했다. 김동엽은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57경기 등장해 타율 .336(143타수 48안타) 6홈런 23타점 2도루 19득점을 남겼다.

▲ 2017년에도 이어지는 분위기… 반전? 아니면 그대로?

이러한 흐름은 2017시즌에도 이어지고 있다. 시범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동엽은 정의윤의 부진을 틈타 4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타순이지만 김동엽은 개의치 않고 있다.

오히려 4번 타자로 나서 더욱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홈런 3개 모두 4번 타순에서 나왔으며 타율도 .382(34타수 13안타)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약간의 기회만 주어지면 코칭스태프 기대를 뛰어 넘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것.

남태혁에 대한 kt의 기대도 여전히 크다. 김진욱 감독은 4월초 팀 장타력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며 남태혁과 한기원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현재까지는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있다. 올해 퓨처스리그에 10차례 나서 타율 .182 1홈런 4타점 1도루 5득점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퓨처스리그에서 못하다가도 1군 무대에서 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김동엽의 경우에는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도 55경기 타율 .360 7홈런 43타점으로 활약했다.

이제 두 시즌도 지나지 않은 시점. 전체 1순위와 전체 86순위의 현재 활약상을 예상할 수 없었듯 이들의 미래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kt와 SK 모두 웃는 선택이 되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생각대로 안되는 것이 야구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SK와 kt의 선택이 극명히 엇갈린 가운데 이들이 은퇴할 때쯤 되면 당시 신인 드래프트 때 양 팀의 선택은 어떻게 기억될까.

[SK 김동엽(첫 번째 사진), kt 남태혁(두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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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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