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켈, 롯데에 남긴 끝인사 “내겐 굉장히 힘든 결정이었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적응 실패 및 가정사로 인해 롯데를 떠나게 된 파커 마켈(27)이 구단에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새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이 공식 경기에 나서보지도 못하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롯데는 지난 27일 “외국인 투수 마켈을 KBO에 임의탈퇴 공시 신청했다”고 밝혔다. 롯데에 따르면 마켈은 그 동안 적응 실패와 개인 가정사로 인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마켈이 직접 구단 측에 계약 해제를 요청했고, 롯데가 이를 받아들였다.

마켈은 지난해 12월 롯데가 총액 52만5000달러(약 5억 원)를 들여 영입한 우완 정통파 투수다. 2010년 템파베이 레이스에 입단했고, 마이너리그서 통산 34승 26패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었지만 롯데는 150km 이상의 타점 높은 직구와 뛰어난 땅볼유도 능력이 KBO리그서도 통할 것으로 판단, 영입을 결정했다.

다만, 마켈이 아메리카 대륙을 떠난 건 이번이 생애 처음이었다. 마켈은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롯데에 따르면 그는 일본 오키나와 훈련 때부터 수면제를 복용할 정도로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부산에 도착해서도 수면 장애가 계속 이어졌고, 당초 예정됐던 15일 SK와의 시범경기 선발 등판이 취소되기도 했다.

마켈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8일 사직 LG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3이닝을 소화하며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150km대의 투심 패스트볼을 뿌리며 시즌 전망을 밝혔지만 이는 마켈의 마지막 등판이 됐다. 계속된 컨디션 난조에 가정사까지 겹치며 마켈이 구단에 직접 계약 해제 의사를 요청한 것.

마켈은 임의탈퇴 직후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소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MyKBO을 통해 롯데 구단 및 팬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마켈은 “내겐 굉장히 힘든 결정이었다. 롯데는 훌륭한 선수들 및 코치, 감독, 프런트를 보유한 특별한 팀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특히 팬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친근하고 열정적이며 아는 게 많고 구단을 향한 충성심이 강했다”라며 “팬들은 나를 단기간에 팀의 구성원으로 맞이해줬다. 감사할 뿐이다”라고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마켈은 “(계약 해제 요청은) 별 생각 없이 가볍게 나온(knee-jerk) 결과가 아니다.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라고 반복하며 “롯데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란 쉽지 않았다. 내게 이러한 기회를 준 구단, 또 나를 응원해준 팬들 및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 롯데가 좋은 팀이 되길 바란다”라고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파커 마켈.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