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죽지마" 알고 보면 더욱 값진 김영환 효과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기가 죽은 선수가 많았다."

1월31일 조성민과의 맞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은 김영환. 조성민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다. 언론의 관심은 조성민에게 집중됐다. kt 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 조성민을 LG에 넘긴 것에 대한 아쉬움을 매우 크게 표했다.

5년만에 돌아온 kt는 예전과 선수구성도, 전력도 달라졌다. 그러나 김영환은 묵묵히 받아들였다. kt는 김영환에게 곧바로 주장을 맡겼다. 그는 "처음에는 솔직히 맡기 싫었다"라고 웃었다. 복잡한 심정을 대변하는 코멘트였다.

그래도 kt와 김영환은 시너지효과를 낸다. kt는 3~4번 미스매치로 늘 어려움을 겪었다.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3~4번의 기량과 신장 열세였다. 김영환은 195cm의 장신포워드다. 포스트업 공격과 수비가 가능하다. 조동현 감독은 "영환이가 3~4번 수비를 잘 해준다. 우리 팀 약점을 메워준다"라고 평가했다.

자연스럽게 다른 국내선수들의 도움수비 부담이 줄었다. 오히려 김영환이 3번에서 포스트업을 하면서 동료들에게 제공하는 찬스도 많다. 김영환은 자신의 득점에 욕심을 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는 "이재도, 김우람, 김종범 등 슛이 좋은 선수가 많다. 그 선수들을 살려주는 것도 내 몫이다"라고 했다.

김영환에게 '김영환 효과'를 묻자 위와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공수에서 전술적 가치가 높은 건 자신도 인정했다. 그러나 김영환은 그 부분이 크게 부각되길 원하지 않는 눈치였다. 오히려 그는 "LG 시절 밖에서 바라본 kt 선수들은 기가 죽어있었다. 내가 그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다"라고 돌아봤다.

김영환은 진지한 성격이다. 그는 "운동할 때 장거리 훅슛(24일 LG전 끝내기 버터비터)을 장난 삼아 던지지도 않는다. 훈련도 진지하게 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팀을 위해 후배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갔다. 후배들이 경직된 모습, 풀 죽은 모습에서 벗어나야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개인의 잠재력이 실전서 터져야 kt 전력도 올라간다. 김영환은 "팀 연습할 때 나부터 밝은 표정으로 임한다. 절대 기가 죽으면 안 된다. 후배들에게도 자신 있게 하라고 말해준다"라고 했다. 김우람은 "영환이 형이 정말 편안하게 해주신다. 트레이드 후 마음 고생도 했을텐데 정말 감사하다"라고 했다.

보이지 않는 김영환 효과도 있다. LG전 막판 절체절명의 승부처. 조성민을 막던 최창진이 우측 사이드에서 파울을 했다. 이때 좌중간에 있던 김영환이 직접 최창진 근처까지 가서 박수를 쳐주며 격려했다. 사기가 오른 최창진은 경기 막판까지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런 모습이 모이고 모여 팀 케미스트리가 오르고, 전력 상승으로 이어진다. 에이스의 참모습이다.

김영환은 프로페셔널하다. 그는 "프로다. 트레이드 이후 내가 성민이 형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은 건 맞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주목을 더 받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언론 보도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그리고 김영환은 "날 믿고 따라와준 후배들에게 고맙다. 우람이나 재도, 창진이 등이 앞선에서 헤집어주면 나에게도 찬스가 생긴다. 후배들이 잘하면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라고 웃었다. 조동현 감독도 "영환이가 체력적으로 힘들텐데 40분 가까이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말 고마운 친구"라고 했다. kt에 김영환 효과는 전술적 가치 그 이상으로 값지다.

[김영환.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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