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 사태' 신영철 감독, 강민웅과 반성문 제출한 사연

[마이데일리 = 수원 윤욱재 기자] 한 주 동안 리그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은 바로 '유니폼 사태'였다.

지난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벌어진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의 경기.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이 다른 색깔의 유니폼을 가져온 것이 발단이 됐다. 다급해진 한국전력은 숙소 근처 마트 주인을 통해 같은 색깔의 유니폼을 받았으나 이는 올 시즌 전 한국배구연맹(KOVO)에 등록된 유니폼이 아니었다.

경기감독관은 정식 등록되지 않은 유니폼을 입은 강민웅의 출전을 문제 삼지 않았으나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항의하고 경기운영위원장 등 KOVO에서도 경기를 중지시키면서 일이 커지기 시작했다. 결국 KOVO는 '연맹에 등록된 유니폼만 착용할 수 있다'고 부정선수로 간주, 강민웅을 퇴장시켰고 대한항공의 14-12 리드에서 강민웅이 투입된 시점 전까지 점수를 삭제해 14-1로 선언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결국 KOVO는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해당 경기감독관의 잔여경기 출장 정지란 중징계를 내렸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은 19일 우리카드전을 앞두고 당시 경기의 판정에 대해 아쉬워하면서 연맹이 앞으로 만일의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길 바랐다.

"다른 종목을 보면 상대 팀에 지장되지 않는 선에서 다른 선수나 코치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기도 한다. 야구에서도 더스틴 니퍼트(두산)가 코치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는 신 감독은 "경기하다보면 유니폼이 찢어질 수도 있는데 그러면 퇴장을 시킬 것인가. 그건 아니다"고 말했다.

당시 강민웅은 연맹에 정식 등록된 유니폼만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등록되지 않은 민소매 유니폼, 그리고 다른 선수의 유니폼도 착용할 수도 없었다. 신 감독은 연맹에 "만약 유니폼이 찢어지면 어떡할 것이냐"고 물었는데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신 감독은 연맹이 기본적인 규정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만일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감독은 "당시 선수를 퇴장시켰는데 퇴장까지는 아니었다. 14-1이 된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왜 퇴장이냐고 항의하려 했으나 단장님이 말리셔서 참았다"고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신 감독은 어쨌든 발단을 일으킨 것은 팀내 선수이고 또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감독이기에 구단에 자발적으로 '반성문'을 제출한 사실도 밝혔다. 신 감독은 "나와 민웅이가 사장님께 일종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구단에 물의를 일으킨 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강민웅에게는 자신감을 주문했다. 신 감독은 "(강)민웅이와 점심을 먹으면서 자신감을 가지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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