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승부처: 오리온 극적인 회복, 삼성 완벽히 무너뜨렸다

[마이데일리 = 고양 김진성 기자] "농구는 상대적이니까요."

삼성 이상민 감독은 오리온을 경계했다. "오리온이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지만, 경기는 상대적이다. 오리온이 갑자기 살아날 수도 있고, 우리(삼성)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 감독에겐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오리온이 삼성을 상대로 극적으로 살아나며 선두를 탈환했다.

오리온은 최근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물론 시즌 초반부터 시원스럽게 이긴 경기가 드물었다. 외국선수들의 기량이 올라간 상황서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 오리온 자체적인 경기력이 살아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일단 공격력이 뚝 떨어졌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바셋이 살아나지 않았다"라고 했다. 바셋은 시즌 초반 단순하게 임했다. 특유의 돌파력을 앞세워 찬스가 나면 마무리하고, 동료의 기회도 살였다. 자신의 득점과 어시스트 비율을 효율적으로 조절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선수들의 공격력도 배가됐다.

그러나 추 감독은 "바셋이 최근 생각이 많아졌다. 자신이 뭘 만들려고 하다 보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원래대로 하면 되는 건데"라고 안타까워했다. 결국 주춤하다 턴오버가 늘어났고, 자신의 장점마저 잃었다. 2~3쿼터 시너지효과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리카르도 라틀리프, 마이클 크레익의 시너지효과가 2~3쿼터에 극대화되는 삼성과는 정반대였다. 추 감독은 "오히려 2~3쿼터에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했다.

비셋이 주춤하면서 오리온 특유의 효율적인 패스게임이 실종됐다. 국내선수들이 제 때 볼을 잡지 못하면서 슛 감각도 떨어졌다. 올 시즌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돋보이지 않는 허일영을 두고서도 "볼 잡는 시간이 지난 시즌보다 줄어들어서 그렇다"라고 했다. 바셋의 슬럼프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공격력이 떨어지면서 수비력마저 더욱 크게 부각된다. 오리온은 정통센터가 없다. 2~3쿼터 미스매치를 메우는 트랩, 더블 팀 등 변칙수비가 필수다. 헤인즈의 공격은 거론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상대 센터를 막는 이승현의 보조자로서 집중력이 떨어진 경기도 적지 않았다. 1라운드 동부전이 대표적이었다. 추 감독은 "승현이도 지난 시즌보다 상대 빅맨에게 고전한다"라고 했다. 비 시즌 대표팀 일정을 소화한 뒤 빠진 체중이 회복되지 못했다. 지금도 빅맨들을 요령껏 잘 막지만, 지난 시즌과 같은 터프함은 아니라는 게 현장의 평가다.

결국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과 시소게임을 하다 꾸역꾸역 따라가고, 경기 막판 헤인즈와 문태종의 개인역량으로 간신히 승수를 추가한 게임이 수 차례다. LG와의 2경기, KCC, kt, SK 원정경기가 모두 그랬다. 최근 상승세를 타는 전자랜드에는 여지 없이 완패했다.

결국 바셋이 상대 수비를 흔들고, 그 과정에서 국내선수들과 애런 헤인즈의 효율적인 공격이 살아나야 전체적인 공격력이 올라간다는 게 추 감독의 결론이다. 장기화될 조짐이 보였다. 더구나 최근 삼성은 빈 틈이 없었다. 김태술, 라틀리프, 크레익의 2~3쿼터 화력을 정상적으로 제어할 팀이 보이지 않았다. 김태술이 상대 미스매치를 잘 살리면서 삼성 화력은 리그 최강을 자랑한다. 이 감독조차 "2~3쿼터에 힘이 있으니까 5~10점 정도 뒤져도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kt전서 폭풍 턴오버 2개로 단 1분50초만 뛰었던 바셋이 오랜만에 살아났다. 바셋 특유의 거칠게 치고 받는 농구가 살아났다. 또한, 초반부터 효율적인 패스게임에 의한 외곽포와 얼리오펜스의 조화가 돋보였다. 1쿼터 막판 3점포를 실패하기 전까지 6개 연속 3점슛을 성공했다. 문태종의 슛 감각은 kt전부터 확실히 좋아졌다.

반면 삼성은 라틀리프가 오리온 트랩 수비를 잘 견뎠으나 유독 쉬운 슛을 자주 놓쳤다. 크레익은외곽으로 패스도 잘 했지만, 무리한 플레이도 적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조그마한 실수가 잦았다. 후반 들어 추격했지만, 조금 어수선한 느낌도 있었다. 3일 KGC전 이후 원정 연전을 치르면서 체력 회복도 깔끔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솔직히 삼성의 5~10점차 승리를 예상했다. 삼성의 상승세가 꺾일 때도 됐다는 걸 인지했지만, 그보다 2라운드 오리온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농구공은 둥글다. 오리온이 최강 전력을 가진 삼성을 상대로 대반전을 일궈냈다. 오랜만에 힘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바셋.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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