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결산] kt, 소극적 투자·사건사고가 불러온 ‘2년차 징크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투자와 관심 없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었다.

프로야구에는 소위 ‘2년 차 징크스’라는 게 존재한다. 신인으로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뒤 2년 차에 부진을 겪을 때 사용되는 용어다. kt 위즈도 1군 진입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흥행과 가능성을 동시에 잡으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첫 해 각종 시행착오를 겪은 kt는 2년 차인 올해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시행착오는 시행착오일 뿐이었다. 신생팀 성장의 절대조건인 정상급 외인 투수는 올해도 나타나지 않았고, 외부 FA(자유계약선수)는 유한준 1명을 데려오는데 그쳤다. kt는 그렇게 또 다시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아직 1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창단 후 최다승인 53승에 도전할 뿐이다.

▲ kt의 2016시즌

kt의 외인 4명 보유 어드밴티지는 올해가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앤디 시스코, 필 어윈 등이 부진으로 조기 퇴출됐기에 올해는 반드시 그 이점을 살려야만 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요한 피노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짐을 쌌고, 슈가 레이 마리몬 역시 승리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다 팔꿈치 부상으로 팀을 떠났다. 트래비스 밴와트는 제구 불안과 구위 저하로 평균자책점이 5.95까지 치솟은 상태.

kt 조범현 감독은 “우리 팀은 젊은 투수들이 많아 외인 3명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시즌 초반 중위권에서 꾸준히 머물 수 있었던 요인도 외인들이 긴 이닝을 버텨줬기 때문이다”라고 시즌 내내 외인 투수의 중요성을 외쳤다.

그러나 스카우트팀이 마리몬 대신 데려온 투수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혀 없는 조쉬 로위라는 선수였다. 멕시칸리그를 평정했다고는 하나 kt에 필요한 에이스급 투수는 아니었다. 그나마 피노 대신 영입한 넥센 출신의 라이언 피어밴드가 제 역할을 해줬다. 그는 kt 구단이 발굴해낸 투수가 아니었다. 결국 kt는 올해도 신생팀 이점을 살리지 못하며 다음 시즌 타 구단과 동일하게 외인 3명을 가동하게 됐다.

외인의 부진 속에 국내 선수들까지 경기장 밖에서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구단의 질서를 흐트러트렸다. 지난 3월 오정복이 수원 시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고, 7월에는 김상현이 2군 구장이 있는 익산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심지어 구단은 경기 시작 2시간 전 사건을 인지하고도 그를 선발 출전시켰다. 주전 1루수이자 팀의 고참급 선수였던 김상현은 임의탈퇴 중징계를 받고 팀을 떠났다.

물론 각종 악재 속에도 성과는 있었다. 주권은 5월 27일 넥센전에서 데뷔 처음이자 kt 창단 첫 완봉승을 거두며 스타로 발돋움했고, 장성우의 공백으로 김종민, 이해창 등 새 포수를 발견했다. 이들 외에도 오랜 무명 생활을 접고 부활한 전민수와 배우열, 마무리투수 김재윤, 팔꿈치 수술에서 회복한 심재민 등 새 얼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 MVP : 생애 첫 골든글러브에 도전하는 ‘캡틴’ 박경수

박경수는 지난 2003년 프로 데뷔 이래 처음으로 주장을 맡아 한 시즌을 치렀다.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항상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성적까지 함께 따라왔다.

박경수의 올 시즌 성적은 아직 1경기가 남은 가운데 120경기 타율 0.315(397타수 125안타) 20홈런 80타점 장타율 0.526 출루율 0.414. 안타는 지난해의 최다 기록과 타이이며 타율(생애 첫 3할), 타점, 장타율, 출루율은 모두 커리어하이다. 또한 2년 연속 20홈런에 성공하며 이제는 어엿한 팀의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박경수가 데뷔 14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다면 이는 종전 12년 만에 수상했던 유한준(kt), 김재호(두산)의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팀 내 각종 악재와 부진한 성적 속에서 힘든 한 시즌을 보낸 박경수가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그 간의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kt 선수단(첫 번째), (왼쪽부터)슈가 레이 마리몬-트래비스 밴와트-요한 피노(두 번째), 박경수(세 번째). 사진 = 마이데일리 DB, kt 위즈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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