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외국선수 선발완료, 세 가지 체크포인트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프로농구 2016-2017시즌 외국선수 트라이아웃 일정이 끝났다. 이미 재계약한 5명의 선수와 함께 KBL을 경험한 선수 6명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구관만 11명이다. 9명의 뉴 페이스는 전체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늘 그랬듯, 만족스러운 지명을 한 팀도, 그렇지 않은 팀도 있다. 중요한 건 각자의 기준에 따라 선발한 외국선수들이 국내선수들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다. 각 구단 감독과 코치는 일제히 새 시즌 플랜 수립에 들어갔다.

▲대세는 경력자

역시 경력자들이 사랑을 받았다. 외국선수들에게 KBL이 대우가 좋은 리그로 소문났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적응하고 성공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인식도 생겼다. 한 관계자는 "KBL은 조직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 외국선수가 자신의 개인적인 역량과 조직적 플레이를 이상적인 비율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외국선수에게 결코 쉬운 리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감독들은 외국선수에게 개인기량을 바탕으로 많은 점수를 올려주길 바라면서도 팀 전술에 완벽히 적응하기를 원한다. 실제 그런 선수들이 KBL에서 장수하고 있고, 팀 우승도 이끌었다.

그런 점에서 KBL에 돌아온 6명의 경력자가 눈에 띈다. 실질적 1순위 KT는 4, 5년전 KCC, KGC를 연이어 우승으로 이끈 크리스 다니엘스를 택했다. 국내선수들의 평균 신장이 낮은 KT는 확실한 외국센터가 필요했다. 다니엘스는 스피드는 느리지만, 골밑에서 득점기술과 중거리슛 능력을 갖췄다.

KGC와 모비스도 1라운드서 데이비드 사이먼과 찰스 로드를 선발했다. 5시즌째를 맞이하는 다니엘스와 함께 KBL 터줏대감들. 6시즌만에 KGC에 돌아온 사이먼은 득점력을 갖췄으나 몸 상태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 장, 단점이 명확한 로드는 팀 농구를 선호하고 쓸데없는 플레이를 하는 걸 싫어하는 유재학 감독에게 적응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2라운드서도 3명의 경력자가 보인다. 전자랜드가 커스버트 빅터, SK가 코트니 심스, KCC가 리오 라이온스를 택했다. 골밑 요원이 부족한 전자랜드에 빅터는 어울리는 카드다. 심스는 SK서 이미 세 시즌을 소화했다. 문경은 감독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국내선수들과의 호흡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라이온스는 KCC 외곽을 강화하는 카드.

▲제 2의 에밋·잭슨은

뉴 페이스들 중에선 언더사이즈 빅맨보다는 단신 테크니션들이 주목 받았다. 9명 중 193cm 이하 단신자가 7명이다. 이들 중에서도 1라운드에 SK, LG에 선발된 테리코 화이트, 마이클 에페브라, 2라운드서 KGC에 선발된 케이퍼 사익스는 단연 눈에 띈다.

화이트는 2010년 NBA 신인드래프트서 디트로이트에 지명됐다. NBA 경력을 짧게 끝냈지만, 유럽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 득점력을 갖춘 가드다. 승부처에서 확실한 득점원이 부족한 SK로선 화이트가 그 몫을 해내길 바란다. 2라운드에 선발한 코트니 심스가 스코어러가 아니기 때문. LG가 택한 에페브라 역시 득점력이 뛰어난 테크니션. 최근에는 중국 1~2부리그서 고루 뛰며 득점력을 과시했다. 외국선수 최단신 사익스의 경우 관계자들에 따르면 제 2의 조 잭슨으로 기대를 모은다. 화려한 개인기와 탄력 등 운동능력을 고루 갖췄다.

▲수준이 내려갔다?

몇몇 프런트에게 문의한 결과, 이번 드래프트는 예년에 비해 수준이 썩 높지 않았다는 평가다. 구단들은 미리 미국과 유럽 등을 돌며 에이전트들과 접촉, 트라이아웃에 나올 외국선수 리스트를 추려놓고 우선순위를 정해놓는다. 그러나 몇몇 구단들은 정해놓은 선수가 드래프트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급히 노선을 수정했다. 특히 괜찮은 언더사이즈 빅맨이 많이 빠져나갔다는 후문이다.

트라이아웃의 단점이다. 아무리 KBL이 외국선수 수익 면에서 안정적인 리그라고 해도 적응이 쉬운 리그는 아니다. 그리고 수준급 외국선수들은 계약 전 트라이아웃을 통해 구단들에 먼저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를 자존심의 문제로 보는 경우도 많다. 트라이아웃이 일종의 입단 테스트라고 생각하면 굳이 KBL에 올 이유는 없다. 어차피 NBA에 도전할 마음이 크거나, 유럽에서 뛰며 아쉬울 것 없는 선수들에게 KBL은 최우선 옵션이 아니다.

때문에 트라이아웃 일정이나 방식을 조정하거나 아예 자유계약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자유계약제의 경우 적은 돈을 투자, 최대의 홍보효과를 누리고 싶은 일부 구단 고위층들의 주장에 의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자유계약제를 실시할 경우 특급 외국선수들의 몸값이 올라가면서 시장이 과열될 위험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프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주장도 있다) KBL 김영기 총재는 드래프트보다는 자유계약제를 선호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외국선수 선발방식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2016 KBL 외국선수 드래프트 현장.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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