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남의 풋볼뷰] 그리즈만을 살린 '데샹의 한 수'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경기 시작 2분만에 페널티킥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한 프랑스가 후반에 전략을 수정하고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놀랄 일은 아니다. 레블뢰 군단은 이번 대회 내내 이러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다행인 점은 디디에 데샹 감독이 자신의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전술을 바꾼다는 것이다. 쉬운 것 같지만 감독에겐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선발 명단

데샹 감독은 4-3-3으로 출발했다. 지난 루마니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 선발과 같은 라인업이다. 다만 한 가지가 달랐다. 가운데 ‘3’에서 오른쪽에 있던 폴 포그바가 왼쪽으로 가고, 왼쪽에 있던 블레이즈 마투이디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데샹의 딜레마다. 두 선수 모두 소속팀 파리생제르맹과 유벤투스에서 왼쪽을 맡고 있다. 하지만 레블뢰에선 1명은 희생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데샹은 마투이다와 은골로 캉테의 동시 기용을 선호하고 있다. 어쨌든, 데샹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포그바를 살리기로 결정했다.

마틴 오닐 감독은 이탈리아전(1-0승) 베스트11을 그대로 재가동했다. 하지만 포메이션은 4-4-1-1에서 4-5-1로 바뀌었다. 셰인 롱이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고 대릴 머피가 최전방에 섰다.

#전반전

포그바의 실수로 페널티킥을 내준 프랑스는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문제는 무의미한 공격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특히 아일랜드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프랑스가 전반에 기록한 220개의 패스 중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간 건 7개 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4개의 유효슈팅도 대부분 골키퍼 품에 안겼다.

이상한 선수 배치도 한 몫을 했다. 왼발잡이 마투이디는 오른쪽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오른발잡이였다면 바카리 사냐에게 공을 주고 사이드로 넓게 이동해서 상대 풀백을 유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발과 반대 위치에 선 마투이디는 공을 주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자주 앙투안 그리즈만과 위치가 겹쳤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교체

데샹 감독은 하프타임에 전략을 수정했다. 캉테(수비형 미드필더)를 빼고 킹슬리 코망(윙어)를 투입했다. 동시에 포메이션도 바꿨다. 4-3-3은 4-2-3-1(혹은 4-4-1-1)이 됐다. 캉테가 나가면서 마투이디는 왼쪽으로 돌아왔고 포그바는 오른쪽으로 갔다. 그리고 오른쪽 측면에 있던 그리즈만은 지루 옆으로 이동했다.

교체 이후 프랑스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에 19개에 그쳤던 마투이디의 패스는 후반에 39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포그바도 마찬가지다. 19개가 47개가 됐다. 포그바가 스위스를 상대로 왼쪽에서 맹활약을 펼친 건 사실이지만 마투이디를 오른쪽에 놓고 포그바를 왼쪽에 세우는 건 두 선수 모두 죽이는 효과를 낳았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방으로 자리를 옮긴 그리즈만도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공을 잡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리고 이 변화가 프랑스의 2골을 만들어냈다.

#과잉

앞에서 언급했듯이, 데샹은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가 서길 원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팀을 상대로 이는 ‘지나친 과잉’이다. 전반처럼 중앙에 너무 많은 미드필더가 밀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측면의 부재로도 이어진다. (정작 이제부턴 강팀과 붙는다) 프랑스는 캉테(경고누적) 없이 8강전을 치러야 한다. 데샹이 요한 카바예를 대체자로 세울지, 아니면 아일랜드전 후반처럼 마투이디와 포그바로 중원을 구성할지 지켜볼 일이다.

#킹슬리 코망

윙어가 들어오면서 프랑스는 측면을 넓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코망은 후반에만 7차례 개인 돌파를 시도했고 이 중 3번을 성공했다. 높은 성공률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돌파로 아일랜드 왼쪽 풀백 워드를 괴롭혔다. 그리즈만의 선제골 장면에서도 코망이 워드의 시선을 유도하면서 사냐에게 많은 공간이 생겼다. 역전골도 비슷했다. 코망이 워드를 유인하면서 아일랜드 포백의 밸런스가 무너졌다. 직접적인 득점을 만들지 않았지만, 코망이 아일랜드 수비에 균열을 가져온 건 사실이다..

#앙투안 그리즈만

후반 전술 변화의 가장 큰 수혜자는 그리즈만이다. 우선 포그바, 마투이디처럼 볼 터치가 늘어났다. 특히 상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공을 잡은 횟수가 증가했다. 후반 13분 동점골이 대표적이다. 그리즈만이 아크 정면에서 짧은 패스로 살린 공격이 사냐에게 연결됐고, 사냐가 크로스를 올리는 순간 박스 안으로 빠르게 침투해 헤딩골을 터트렸다. 후반 16분 역전골에선 상대 수비라인 사이를 파고드는 움직임이 돋보였다. 지루에게 롱볼이 향하자 곧바로 페널티박스를 향해 질주했다. 그리고 지루가 떨궈준 공을 잡은 뒤 왼발로 골망을 갈랐다.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자주 보여줬던 득점 패턴이다.

확실히 그리즈만은 4-3-3보다 4-4-1-1에 더 잘 어울린다. 측면에서 직접 공을 가지고 운반하는 것보다 투톱 파트너와 함께할 때 장점이 극대화된다. 그리즈만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는 “솔직히 중앙이 더 편한 건 사실이다. 아틀레티코에서도 중앙에서 가장 많은 시간은 보냈다”고 말했다. 그렇다. 그리즈만은 중앙이 잘 어울린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AFPBBNEWS]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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